마지막 질문 앞에서

by FIPL

조용했다.
그 고요가 이상하리만치 무거웠다.
내가 원한 적 없는 하루가
또 한 번 나를 지나가고 있었다.

가방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종이,
주머니 깊숙이 구겨 넣은 꿈.
꺼내 펼쳤다.
그 안엔
타인의 말, 타인의 질서, 타인의 표정이
얽혀 있었다.

입을 다문 채 오래도록
나는 그 꿈을 바라보았다.
어디서부터
내가 지워졌는지도 모른 채.

그러고 나서야
나는 망설이며 나를 다시 세운다.
기억의 파편들,
지워진 목소리,
감추었던 욕망들로
나를 다시 짓는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순간은,
비로소 나를 살아낸 순간이었다.
그제야 삶도, 죽음도,
고요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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