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혼에 대한 신학적·인류학적 성찰
예수님은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막 2:27)이라는 원리를 통해, 제도가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셨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예수님은 이혼 논쟁에서 인간의 “마음의 완고함” 때문에 모세가 허용했을 뿐, 본래 뜻은 아니었다고 진단하셨다(마 19:8). 그리고 “율법의 더 중한 바—정의·자비·신실”을 놓치지 말라 하셨다(마 23:23). 오늘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결혼이 신성한가?”가 아니라 “지금 이 결혼이 사람을 살리고 숨 쉬게 하느냐?”이다. 그 답이 “아니오”라면, 제도의 틀을 사람 쪽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예수님의 원칙에 부합한다.
오늘의 이혼 증가는 “요즘 사람들 가벼워서”라는 도덕평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법·경제·젠더 역할의 재편이 결혼 유지 비용(정서·돌봄·가사·경제)을 한쪽에 과도하게 몰리게 만들면, 제도는 숨 막히는 틀이 된다. 실제로 사회학 연구들은 배우자 고용·소득, 가사·돌봄 분담, 이혼법 변화 같은 구조 요인이 이혼 위험과 맞물린다고 보고한다(Killewald, 2016; Vignoli et al., 2018; Raley & Sweeney, 2020). 이건 개인의 변덕 이전에 구조의 압력 문제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소츠콘(卒婚, ‘결혼 졸업’)은 법적 혼인을 유지하되 생활을 분리하여 각자 호흡을 회복하는 선택지로 소개된다. 노년층에서 특히, 양육과 생애 주요 의무가 한 고비 지난 후 도입되는 방식으로 보도된다. 즉 관계의 해체가 아니라 고통의 감쇠를 위한 포맷 변경이다(“함께 살되, 각자 산다”의 스펙트럼 포함). 이는 “사람을 살리는” 원칙과 합치한다. (Japan Today, 2020; Savvy Tokyo, 2020).
주호안시의 고전 연구는 일부일처를 기본으로 하되, 이혼과 재혼이 드물지 않은 연속적 결합(serial monogamy)과 광범위한 협동 양육(alloparenting)을 보여준다(Lee, 2012/2013; Shostak, 1981/2000). 아이는 친부모를 갖지만, 돌봄과 식이는 캠프 전체가 분담함으로써 혼인 균열이 곧바로 양육 붕괴로 직결되지 않는다. 즉 양육은 혼인 한 쌍만의 독점물이 아니다(Hrdy, 2009). 이런 구조는 ‘숨 못 쉬는 결혼’을 그대로 강요하기보다, 돌봄을 사회적으로 분산해 사람을 살리는 방향을 시사한다.
※ 흔한 오해 교정: 주호안시에게 친부 개념이나 혼인이 없다는 식의 서술은 부정확하다. 그들은 친부·친족을 알고, 다만 돌봄이 넓게 분산된다(Lee; Shostak).
아마존의 몇몇 집단(예: 바리 Barí)은 여러 남성이 한 아이의 아버지 구실을 나눌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다부성 신념 아래서는 임신·영아기 동안 여러 ‘공-아버지’의 식이·보호 투입이 분산되고, 일부 자료에서 아이 생존율 이득이 관찰된다(예: 바리 사례에서 보조 아버지가 있는 아이의 생존 확률이 더 높았다는 보고: Beckerman & Valentine, 2002; Walker et al., 2010). 결론은 단순하다. 양육의 사회적 분산은 제도적으로 가능하며, “혼인 한 쌍 = 유일한 양육틀”이라는 상식을 상대화한다.
트로브리안드에서는 전통적으로 성관계가 임신의 직접 원인이 아니다라는 믿음(발로마 영혼에 의한 임신)이 보고되어 왔고, 그만큼 아버지됨이 생물학보다 ‘관계적·사회적 역할’에 실체를 둔다(Malinowski, 1929; 최근 재검토 논의도 존재). 이는 우리가 ‘친자=양육권=유일’로 단선화하지 말고, 돌봄의 실천과 책임을 중심축에 두어야 함을 시사한다.
예수님의 관점에서 볼 때, 사람을 질식시키는 결혼 틀은 비판 대상이다(마 19:8의 ‘완고함’).
양육이 끝난 부부나 정서·신체적 안전이 위협되는 관계라면, 졸혼/분거/조건부 동거 등으로 관계를 재구성해 숨을 틔우는 것이 “정의·자비·신실”에 가깝다.
양육 중이라면, 돌봄 부담을 친지·지역·제도(협동 양육 관점)로 사회화하여 한 사람의 소진을 줄여야 한다(Hrdy, 2009). 이는 결혼을 무화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살리도록 결혼을 설계하는 일이다.
“결혼이 신성”이라기보다, 사람을 살리는 결혼이 신성하다. 오랜 고통 끝의 ‘졸혼’은 무책임한 도피가 아니라, 인간다운 호흡을 회복하려는 제도 재설계로 읽어야 한다. 반면 “기분 나쁘면 즉시 단절”은 예수님이 꾸짖으신 완고함의 현대판일 수 있다. 인류학은 양육과 돌봄이 반드시 혼인 한 쌍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주호안시의 협동 양육, 아마존의 다부성, 트로브리안드의 사회적 부성). 그러니 숨을 못 쉬는 결혼은 형태를 바꾸어 사람을 살려야 하며, 그 선택(졸혼 포함)은 예수님의 원칙—정의, 자비, 신실—에 더 가깝다.
Bible pass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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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biblegateway.com/passage/?search=Matthew+19%3A8&version=NRSV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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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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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ble Gateway. (n.d.).
Matthew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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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ropology (San/!Kung, cooperative care)
Hrdy, S. B. (2009). Mothers and others: The evolutionary origins of mutual understanding. Harvard University Press.
https://www.hup.harvard.edu/books/9780674060326
Lee, R. B.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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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engage.com/c/the-dobe-ju-hoansi-4e-lee/9781111828776/
Shostak, M. (2000).
Nisa: The life and words of a !Kung woman. Harvard University Press.
https://www.hup.harvard.edu/books/9780674004320
Hrdy, S. B. (2009). Meet the alloparents. Natural History, 118(4), 24–29.
https://www.naturalhistorymag.com/htmlsite/0409/0409_feature.pdf
Anthropology (Partible paternity / Amazo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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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er, R. S., Flinn, M. V., & Hill, K. R. (2010). Evolutionary history of partible paternity in Lowland South 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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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ropology (Trobriand / social father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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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eber, D. (2014). Malinowski’s magical puzzles: Toward a new theory of mag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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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journals.uchicago.edu/doi/10.14318/hau4.1.001
Sotsukon / ‘졸혼’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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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japantoday.com/category/features/lifestyle/graduating-from-marriage-the-japanese-phenomenon-of-sotsukon
Savvy Tokyo. (2020, February 5).
Sotsukon: The Japanese phenomenon of graduating from marriage.
https://savvytokyo.com/graduating-from-marriage-the-japanese-phenomenon-of-sotsukon/
Sociology of divorce (structural factors)
Killewald, A. (2016). Money, work, and marital stability: Assessing change in the gendered determinants of divorce.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81(4), 696–719. (Author’s PDF)
https://www.asanet.org/wp-content/uploads/attach/journals/aug16asrfeature.pdf
Vignoli, D., Mattei, A., Baccini, M., & Gabbriellini, C. (2018). Women’s employment and the risk of divorce in Europe: A cross-national analysis. Demographic Research, 38, 1105–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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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ey, R. K., & Sweeney, M. M. (2020). Divorce, repartnering, and stepfamilies: A decade in review. Journal of Marriage and Family, 82(1), 81–99.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0817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