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베니스의 도서관은 시계탑과 마주 보고 있는 오래된 건물이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된 탓에 도서관 문 앞의 돌계단에는 덩굴과 마른 잎이 엉켜있었고, 붉은 벽돌 벽은 군데군데 허물어져 회색빛 돌담을 드러내고 있었다.
파비우스는 도서관 입구에 서서 묵직한 문을 조심스럽게 밀었다. 녹슨 경첩이 거칠게 마찰음을 냈고, 그 소리가 텅 빈 복도를 따라 울렸다. 그의 손끝에는 희미하게 떨림이 전해졌고, 어둡고 축축한 공기가 책의 오래된 종이 냄새와 함께 쏟아져 나왔다.
“도대체 여기 왜 온 거야?” 클라라는 손바닥으로 코를 막으며 신경질적으로 투덜거렸다.
파비우스는 그녀를 돌아보지 않고 짧게 말했다. “해답을 찾으려고.”
루키우스는 말없이 둘의 뒤를 따라 도서관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는 오래된 책의 냄새를 깊게 들이마셨다. 도서관의 서가들은 어두운 그림자와 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바닥 위로 부서진 책 몇 권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파비우스는 빠르게 서가 사이로 걸어 들어가더니 책 한 권을 꺼내 펼쳤다. 책장의 먼지가 흐릿하게 공중으로 흩날렸다. 그는 무언가를 급하게 찾듯 페이지를 바쁘게 넘겼다.
“여기 어딘가에, 분명히 봤었는데… 고대 문헌에 따르면 이런 사건이 예전에도 있었다고 했어…”
클라라는 인상을 쓰며 불평했다.
“또 고대 얘기야? 난 왜 우리가 자꾸 과거에서만 답을 찾으려는지 모르겠어.”
파비우스는 안경 너머로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명확한 정보와 논리적인 접근이야. 네 감정적인 직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클라라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두 손으로 책장을 가볍게 짚었다.
“네가 그 잘난 책에서 뭔가 찾을 수 있다면 좋겠네.”
파비우스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다시 책장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얼굴에는 초조함과 작은 흥분이 함께 섞여 있었다.
루키우스는 조용히 서가 사이를 걸으며 먼지 묻은 책 제목들을 눈으로 훑었다. 그는 책의 제목들을 입으로 소리 없이 따라 읽다가, 문득 멈춰서서 한 권을 집어들었다.
《시간과 기억의 역사》
그는 표지를 잠시 바라보다가 책장을 열었다. 페이지 사이로 희미하게 퇴색한 글자들이 나타났다. 루키우스는 목소리를 낮추고 조심스럽게 읽기 시작했다.
“‘시간을 잃은 사회는, 결국…’”
하지만 그의 읽기는 곧 파비우스의 흥분한 목소리에 의해 끊어졌다.
“찾았다! 여기 있어!”
클라라와 루키우스는 급히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파비우스는 두 사람에게 책을 내밀며 긴장된 얼굴로 말했다.
“이 책에 따르면, 옛날 한 마을에서 갑자기 모든 노인들이 사라지고 시간이 멈추는 사건이 있었대. 그리고 해결책이 분명히 여기 적혀있다고… 하지만…”
파비우스의 목소리는 작아지며 끝이 흐려졌다.
“하지만?” 클라라가 참지 못하고 다그쳤다.
파비우스는 얼굴을 붉히며 안경을 다시 고쳐 썼다.
“이 책의 언어가 너무 오래돼서… 정확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문장은 읽겠는데 뜻을 도저히 해석할 수가 없어.”
클라라는 화가 난 듯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그럼 처음부터 왜 읽은 건데?”
파비우스는 당황하며 다시 책을 펼쳐 몇 줄을 급히 읽으려 했지만, 이상한 단어와 표현들이 입 안에서 뒤엉켜 흐트러졌다. 그는 점점 초조해졌고, 그 초조함은 책장을 넘기는 손짓에도 드러났다.
그 순간 루키우스가 조용히 말했다.
“어쩌면 이걸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아직 마을에 있을지도 몰라.”
둘은 동시에 루키우스를 돌아보았다.
클라라는 미간을 찌푸렸다.
“누가?”
루키우스는 조용히 책을 받아 들고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말했다.
“이렇게 어려운 책이라면, 분명 도서관을 관리하던 사람도 있었겠지. 그 사람이 어딘가에 기록을 남겼을지도 몰라.”
파비우스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도서관의 기록 보관실이라면 아마 위층일 거야.”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클라라는 마지못해 팔짱을 풀었다.
“그럼 가보자, 뭐라도 찾으려면.”
그들의 발걸음은 다시 무겁고 어두운 계단을 향했다.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밟을 때마다 작은 먼지들이 구름처럼 떠올랐고, 세 사람은 모두 말없이 숨을 죽인 채 걸음을 옮겼다. 복도 끝의 기록 보관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파비우스의 손은 문고리를 잡고 작게 떨고 있었다.
루키우스는 조용히 그를 격려하듯 어깨에 손을 올렸다.
파비우스는 긴 숨을 내쉬고는 힘껏 문을 밀었다.
낡은 문 뒤에는 거대한 책장이 수십 개나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수천 권의 책과 기록들이 아득한 먼지 속에서 빛을 잃고 있었다.
세 사람은 말없이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펼쳐진 무수한 기록과 책들은 마치 수많은 목소리가 침묵 속에 갇혀버린 듯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루키우스가 낮고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부터는, 찾을 때까지 여기서 나갈 수 없겠는데.”
그의 말은 질문이 아니었고, 세 사람 모두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발 밑으로 어둡고 깊은 침묵이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