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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호 Oct 29. 2020

한국에서 파이어족으로 산다는 것

한국의 진짜 파이어족을 소개합니다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 Retire Early)족은 사실 한국에서는 있어서 약간 유니콘과 같은 존재다. 다들 책이나 뉴스에서 이따금씩 그런 사람들이 꽤 있다고는 하는데, 실제로 자신의 주위에서 제대로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조기은퇴에 성공해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은 있다고 하지만, 그것들이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도 정말 가능한 이야기인가? 하는 회의적인 생각들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따금씩 자신이 한국에서 '경제적 자유'를 이뤘다며 떠벌리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놀랍게도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재테크 비법과 실력을 자랑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급급한 사람들이다. 관심이 돈이 되는 세상이니 이해는 간다. 자신만의 '경제적 자유'의 비밀을 가르쳐 주겠다고 수십만 원짜리 비밀 수업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곤 하지만, 정작 그런 강의를 듣고 성공했다는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 한국에서의 '경제적 자유'는 소수의 사람들이 누리는 동화 속 허구같이 느껴지기만 하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미 파이어족이 자라나고 있으며, 나는 이들과 인터뷰를 해나가고 있다. 내가 만난 파이어족들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굳이 이해시켜려고 하지 않는다. 대부분 자신만의 목표와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뚜렷한 사람들이며, 이미 세운 계획을 실천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각자의 경제적 환경에 맞추어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정도를 잡고 치열한 일상을 살고 있다. 한국에서 도대체 누가 그런 파이어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걸까? 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파이어' 성공의 단서는 무엇일까?



'진짜' 파이어족


먼저 파이어 선진국 미국의 예시를 한 번 들여다보자. <파이어족이 온다> 저자 스콧 리킨스Scott Riekens는 열심히 일하고, 번만큼 소비하는 평범한 미국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가 어느 날 자동차를 몰고 도로를 달리다가 우연히 들은 파이어족에 대한 팟캐스트는 그의 남은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일반인들도 사업가로서의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수 억대의 고소득자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파이어족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깨달음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며 여러 실패를 겪었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 써냈고, 그 책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심지어 스콧 리킨스는 책을 출판할 당시에 파이어족도 아니었다. 그저 파이어족을 준비하고 나서, 파이어를 달성할 날이 이제야 보인다면서 희망에 찬 이야기를 썼을 뿐인데 많은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 열광했다. 왜냐면 저자야말로 야수적인 사업적 감각도, 자신만의 투자 비법도 없는 그저 '보통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


<파이어족이 온다>의 저자 스콧 리킨스, 평범한 직장인 부부로서 파이어족의 삶을 책으로 써냈다.


나는 파이어족을 준비하게 된 후, 한국의 파이어족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파이어족 카페> (현재 회원수 3199명)를 알게 되었다. 그 곳에서 파어어족 생활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미 경제적 자유를 예전부터 준비해왔던 사람들도 있었고, 새로 파이어족으로 살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하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그중에서 특히나 파이어족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인사이트를 주는 세 분의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


G님: 자유로운 장소에서 반려동물과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은 20대 사회초년생


20대 
파이어족 G님 같은 경우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이 생활을 준비하고 있는 네이버 블로그 인플루언서이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과 회사원으로서 살아가는 것들이 계속적으로 충돌하는 것에 대해서 회의를 느끼고 일찍부터 파이어족을 준비한다고 했다. 특히나 한 살이라도 더 어린 나이에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일상을 채우고 싶어서 무분별한 소비와 결별을 선언하고 파이어족이 되기로 결심했다. 빠른 나이에 절약하는 습관과 주식투자, 캐릭터 디자인 상품 만들기 부업 등을 통해서 소득을 늘리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주식투자를 꾸준히 시작해서 제2, 제3의 월급을 받으며 파이어족에 한 층 가까워지고 있다. 현재는 1인 가구를 기준으로 빠르면 5년을 기준으로 조기은퇴를 선언하고, 좋아하는 고양이와 세계 여기저기를 한 달 살기 하면서 자유롭게 사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20대 파이어족 G님, 파이어족 Z세대의 고민과 여정을 자주 톡톡 튀는 그림일기로 표현하시곤 한다


M님: 부모님과 무럭무럭 커가는 예쁜 아이들의 추억으로 인생을 채우고 싶은 두 아이의 엄마


역시 블로그를 운영 중인 30대 M님두 아이의 엄마로서 4인 가족 파이어족의 일상을 준비하고 있는 분이다. 외국계 회사에서 잘 나가는 매니저로 실력에도 인정을 받았지만 어느 순간에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정작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가난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깨달음이 왔다고 한다. M님에게는 행복해지기 위해 커리어의 성공만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왔는데, 나이 드신 부모님과 아직 어린아이들과의 시간을 충분히 보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회의감이 찾아왔다. M님은 파이어족 결심 6개월 만에 기존에 매달 500만 원씩 쓰던 지출을 획기적으로 200만 원으로, 즉 60%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청약 당첨된 1 주택만 바라보던 재테크에서도 다변화하여 국내 주식, 해외 배당주에 분산투자를 시작하였다. 현재는 1년 이내 퇴사를 목표로 매달 순수 현금 흐름 100만 원을 확보해 시작하는 미니 파이어족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꼼꼼한 성격과  불타는 열정으로 파이어를 준비 중인 M님, 치열하게 준비하는 하루하루가 느껴지는 블로그를 운영 중 


H님: 위기는 기회, 코로나19 덕분에 월급만큼 버는 지식생산 부업으로 직장인 탈출 계획 중인 신혼부부


30대 중반 신혼이신 H님은 지식생산형 부업에 남다른 선구안을 가진 예비 파이어족이다. H님은 디자인 전공을 살려 10년간 구축한 자신만의 디지털 지식출판물을 판매하는 부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해외와 국내를 가리지 않고 지식콘텐츠를 발행해 판매하는 작업을 꾸준히 한 덕분에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의미 있는 규모의 수익이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중 지식출판물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더니, 부업으로 월급보다 더 많이 번 달도 여럿 있었다. H님은 현재 하고 있는 지식출판 사업을 1인 기업으로까지 확장하고, 저축률을 끌어올려 주식∙부동산 투자를 통해 파이어족 생활의 기반을 다지고 있는 중이다.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준비를 착착 하고 계신 H님은 2년 이내로 파이어족을 선언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준비 내용을 블로그에 공개하고 있다.


지식출판물 고수 파이어족  H님, 자신의 강점을 잘 살린 방법으로 파이어를 준비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한국에서 파이어족으로 성공하는 방법


위의 사례로부터 파이어족 준비에 관한 다양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무분별한 소비를 줄이고, 자신만의 강점을 빨리 찾아서 투자∙부업을 통해 자동수익Passive Income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스콧 리킨스는 미국 각지의 파이어족 스승들을 인터뷰하며 파이어족으로서 성공하는 방법들을 정리하여 소개하였다.[1] 해당 내용을 조금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파이어족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음 방법들을 하나하나 꼭 실천해 보기를 추천한다.   


1. 파이어족이 되어 성취하고 싶은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행복의 필수요소를 5~10가지를 적어 보아라

2. 자신의 현재 순자산이 지금 얼마가 있고, 목표가 얼마인지 파악하라

3. 매달 수입의 양과 저축량을 파악하여 저축률을 계산하라

4.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투자를 늘리는 습관을 만들어라

5. 나에게 맞는 재테크 방법을 찾아서 지금 당장 시작하라. 하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하지 말라

6. 현재의 내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이직도 좋고 부업도 좋다

7. 자신과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하는 파이어족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하라


파이어족 초보 가이드 <출처: playingwithfire.co>



치솟는 집값에 지친 밀레니얼 세대, 신인류 파이어족에 주목하다


위의 한국의 파이어족 준비 사례들은 모두 예전부터 열심히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파이어족을 알게 된 이후 인생이 바뀐 경우들이다. 그저 회사를 열심히 다니며, 정년까지 회사에서 잘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들만 했던 사람들이 이제 짧게는 1~2년 뒤, 길게는 7년 뒤 자유로운 인생을 꿈꾸게 되었다. 남들과 경쟁하는 것을 피하거나 치열한 도시 직장인의 삶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직장인이라는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소중한 가족과 행복한 일상이 있는 대안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선택한 것이다. 높은 수도권 아파트값과 무분별한 소비를 위해 남은 인생을 회사에서 보내기에는 인생에 훨씬 더 소중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요즘 '주식 한탕주의에 빠진 한국형 파이어족'이라는 이야기가 언론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다.[2] 잘 생각해 보면 '한국형'이란 한국에 들어오게 되면서 본질이 변질되었다는 뜻을 은유하고 있다. 사실 이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풍자하는 언론에서 현재 왜곡되고 있는 허구다. 한탕주의에 빠진 투자인구를 여러 가지 단어로 규정하고, 그들을 현명하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비꼬고 있다. 완전히 거짓이다. 그들은 자신을 파이어족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진정 파이어를 꿈꾸는 사람들은 베짱이 같은 한탕주의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개미처럼 꾸준히 생활 속에서 자린고비처럼 절약하고 아끼고, 투기와 투자를 구분할 수 있는 지식을 기반으로 현명하게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고 제시하는 신인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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