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왔으면 이 이야기를 할 때가 됐다. 지금까지 경제적 자유를 위해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이야기만 했는데, 그럼 도대체 '너네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 거냐?'라는 질문이 독자들의 머릿속에 가득 차 있을 타이밍이다. 그렇다. 이제 바호와 코나 부부의 '우리 이야기'를 한 번 해보자.
첫 글 <30대에 은퇴하기로 결심했다>에서 말했듯이, 우리가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파이어족이 되려 하는 단순한 이유 중 하나는 10년 뒤에 하와이에서 제2차 신혼여행을 누리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각자 직장생활을 하면서, 직장인이라는 제약 때문에 현재의 행복을 희생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디서, 어떻게 생활할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내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유를 희망한다. 이것이 회사가 아닌 나의 행복이 생활의 기준이 되는 파이어족이 되기를 희망하는 이유이다.
더 늦기 전에 자유로운 여행도 해보고 싶은 바호와 코나 부부 <출처: Unsplash @bambicorro>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 Retire Early)족이 되기 위해서 무엇보다 경제적 자유를 구축하고, 원하는 삶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가 파이어족을 준비하기 위해 계획하는 것들은 다음 <은퇴자금 마련하기>, <생활패턴 리모델링하기>, <파이어족 계획 세우기> 세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 은퇴자금 마련하기
: 일을 하지 않아도 나를 먹여 살릴 안전망
은퇴자금의 목적은 내가 생활할 수 있는 현금(생활비)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주는 것이다. 생활비에 맞는 규모의 현금흐름이 있으면 제일 좋고, 혹은 '4% 룰'[1]대로 매년 전체 자금의 4%만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는 장기투자를 해서 원금을 보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효율적으로 은퇴자금을 마련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축 • 투자 • 부업 세 가지를 모두 적절히 활용해야 했다.
1. 저축률 60% 이상 달성하기
필자는 조금 도전적이지만 저축률을 6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에 가장 큰 노력을 쏟았다. 저축률을 60~70%로 잘 유지한다면 10년 내외로 충분히 목표 은퇴자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2] 최대한 저축률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야 했다. 그중 바호와 코나 부부에게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1) 통장 나누기, 2) 현금∙체크카드만 사용하기, 3) 꿈 가계부 쓰기 등이 있었다.
먼저 통장을 용도별 4 가지 종류(월급통장 / 비상금통장 / 투자통장 / 지출통장)로 나누어서 미리 필요한 지출을 통제했다. 체크카드나 현금은 돈이 줄어드는 것을 계속 확인할 수 있어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심리적으로 과소비를 막는 효과가 있다. 매달 가계부를 쓰는 것은 전체적인 돈 모으는 과정을 한 달에 한 번씩 확인해 돈이 모여가고 있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저축이 잘 되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은 내가 꿈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는 격려가 되었다. 필자가 쓰고 있는 꿈 가계부는 일반적인 가계부와는 조금 다른 형식인데, 나중에 좀 더 자세히 다루어 보도록 하자.
바호와 코나 부부의 저축늘리기 노하우 - 통장 나누기 / 가계부 쓰기 / 현금만 사용하기
2. 나에게 맞는 투자로 수익 7~10% 유지 하기
자금을 마련했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를 통해 꾸준한 수익을 내는 것이다. 이전 글 <남들이 라이언 인형을 살 때, 나는 카카오 주식을 샀다>에서 말했듯이 필자는 주식 가치투자에 집중해 현재까지 운 좋게 연평균 10% 내외의 수익을 내고 있다. 투자소득이 발생할 경우 복리효과를 최대로 누리기 위해서 바로 재투자하는 것은 기본이다. 현재는 장기적으로 자산을 불려 나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 투자 자산 중 위험자산의 비중을 70%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점차 자산이 늘어나면, 조금 더 안정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다양한 국가의 통화를 기반으로 한 안전자산 투자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재는 달러 자산이 전체 자산의 5% 내외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를 점차 3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한국에 위기가 닥쳤을 때 언제나 가장 든든한 힘이 되어 주는 것은 달러 자산이었다는 점을 잊지 않으려 한다.
복리의 효과를 누리는 투자와 리스크 대비를 위한 외환자산은 필수다!
3. 적성에 맞는 부업도 꾸준히 발굴하기
추가적으로 우리 부부에게 맞는 부업을 발굴하는 과정을 하고 있다. 특히 아내는 지식생산형 부업[3]을 개발하는 과정을 틈틈이 진행하여, 지식 출판물 발행을 통해 매달 약 16만 원 정도의 현금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지난 글[4]에서 설명했던 대로 매달 10만 원의 꾸준한 현금 흐름은 은퇴자금 3천만 원을 모은 효과가 있다. 부업 소득은 소소해 보이지만 꾸준히 유지된다면 경제적 자유를 위한 목표 금액을 많이 줄여주는 효과를 톡톡히 한다.
둘, 생활패턴 리모델링하기
: 지속 가능한 시간의 자유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할 지라도 매일같이 컴퓨터에서 앉아 8시간씩 주식거래를 해야 하는 주식 트레이더나, 주말에도 일해야만 하는 인기 식당의 사장님에게 자유란 찾아보기 힘들다. 바호와 코나 부부가 원하는 거주 장소와 일하는 시간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게 조금씩 변화가 필요하다. 자유도가 높은 생활을 완성하기 위해 우리는 생활을 서서히 바꾸어 나가는 '생활패턴 리모델링'을 하고 있으며, 다음 세 가지 항목으로 크게 요약된다.
1. 근무가 더 유연한 직업/직장 찾기
자유로운 생활을 꿈꾸는 우리 부부의 꿈 중 하나는 세계 어디를 찾아가더라도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다. 감사하게도 필자는 프로그래밍이 주 업무이기 때문에 인터넷만 가능하면 재택 업무가 가능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 이외에도 추후 직장의 선택을 넓힐 수 있는 전문성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커리어 변경에 도움이 될 석∙박사 학위 취득을 위한 대학원 준비, 외국어 공부, 개인 브랜딩 만들기 등을 준비하고 있다.
재택근무와 개인 브랜딩은 직장인의 자유를 한 층 더 확장시켜줄 수 있다
2. 미니멀리스트 생활양식 적용하기
우리 부부는 최소한의 필요한 소유와 소비만 하는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를 지향하고 있다.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소비 수준이 어디인지 알아보기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을 제외한 최소한의 생활비를 측정해 보았다. 우리 부부의 경우는 주거비를 제외하고 월 120만 원 정도였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소비 수준이나 극단적인 절약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생각하기보다, 최대한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우리의 성향에 맞춘 소비 생활을 연습하고 있다. 옷을 예로 들자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유행하는 옷을 사기보다 계절별로 취향에 딱 맞춘 단순하고 마음에 드는 옷 3~4벌 정도를 유지한다.
또 필요 없어진 물건들은 바로 버리기보다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의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판매해 수익을 창출한다. 안 쓰는 물건을 정리하다 보면 새롭게 쓰임을 발굴하기도 하고, 새로운 물건을 사고 싶은 욕구를 잠재우는 부차적인 이득도 볼 수 있다. 또 정말 쓰임이 없어 보이는 물건도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물건일 수 있다.바호와 코나 부부는 파이어족을 결심한 이후로 중고 물품 거래를 통해 100만 원가량의 수입을 냈고, 현재도 불필요한 물건이 생기는 경우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생활에 꼭 필요한 것만 남기는 습관, 필요 없는 물건을 파는 플랫폼 활용 효과는 꽤 훌륭하다
3. 최대한 아웃소싱 줄이기
이외에도 우리는 현대인들이 아무 생각 없이 선택하기 쉬운 '아웃소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바쁘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외식을 하고, 세탁소에 다림질을 맡기고, 집에 고장 난 시설이 있으면 바로 수리공을 부르고는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조금만 찾아보고 한다면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유튜브의 발달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과 실습 장면 등을 찾아보기가 용이해진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결혼한 이후 필자는 요리 유튜버들을 찾아보며 음식을 만드는 재미를 깨달았고, 더불어 외식 비용을 1/4 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 화장실의 변기 시멘트가 깨졌을 때도 7만 원짜리 출장 수리를 부르지 않고 직접 다이소에서 2천 원짜리 백시멘트를 사서 직접 시공했다. 물론 의료 서비스라던가, 전기시공 같은 경우에는 잘못된 지식으로 인한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직접 할 수 없다. 위험하거나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일들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
생각보다 주위에는 많은 것들이 DIY로 가능하다! 유튜브의 도움과 손재주만 조금 있다면 말이다.
셋, 파이어족 계획 세우기
: 시간과 자유가 넘치는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나침반
파이어 운동(FIRE Movement: Financial Independence & Retire Early)은 기존의 부자가 되려고 하는 것과 언뜻 보면 비슷하지만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둘 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상태를 지향하지만, 파이어족은 필요한 만큼의 경제력을 확보하고 일상을 자신이 진정 행복한 일로 채워 나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산의 규모보다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이다. 파이어족에게는 세금만 매년 내야 하는 10억짜리 아파트보다 꼬박꼬박 매달 400만 원이 나오는 배당금 주식이 더 좋다. 우리가 파이어족을 준비하면서 세운 구체적인 계획들은 다음과 같다.
2020년: 경제적 자유 준비 원년
∙ 파이어족 계획 설계 & 대학원 준비 -> 커리어 변경 용이
∙ 싸게 나온 신도시 청약 신청 -> 주거 안정 실현
∙ 현금흐름 연 750만 원 확보 / 저축률 60%
2024년: 자유로운 직업과 직업 확보
∙ 4년 뒤 파이어족 생활 준비 -> 하고 싶은 일에 맞춰 주거/생활환경 조성 노력
∙ 위험자산 규모 전체 60% 이하 / 외화자산 20% 이상으로 조정
∙ 현금흐름 연 2,150만 원 확보 / 저축률 65%
2028년: 경제적 자유 선언
∙ 갭이어Gap Year 실천 -> 살고 싶은 도시들 3개 선정해서 한 달~일 년씩 살기 실천 ∙ 자유로운 직업/직장 전직
∙ 현금흐름 연 4,000만 원 확보
우리의 이 계획들이 잘 지켜질지는 당연히 확신할 수는 없다. 가족 구성원이 늘어날 수도 있고, 자산을 늘려나가는 계획도 변수가 생겨 마음대로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될 기대를 하기보단, 변화된 상황에 맞춰 적응해 나가기로 했다. '내 시간을 행복을 위해 쓸 수 있는 자유'라는 큰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쌓여, 우리의 삶이 그 목표와 닮아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