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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호 Aug 08. 2020

평생 돈 걱정 안 할 수 있게 해 주는 '4% 룰'

100세 시대, 은퇴가 두려운 당신에게

오늘부터 아빠랑 엄마랑
명예퇴직 하기로 했어

티비에서 그랑죠와 세일러문을 보면서 하루하루 자라던 어느 날, 나에게 부모님이 말했다. 그렇다, 나는 IMF세대이다. 아는 영어 단어라고는 라이언과 킹밖에 모르던 나는 '아이엠에프'라는 이상한 단어를 전 국민과 함께 접하게 되었다. 다행히 아버지는 금방 새로운 직장을 구하셨지만, 맞벌이셨던 어머니가 그때부터 한 동안 나를 두고 먼저 출근하시는 일은 없었다. 운 좋게도 나에게 끼친 변화는 별 거 없었다. 단지 엄마가 있을 때 집에서 남자아이로서 세일러문이나 웨딩피치같은 만화를 보는 게 왠지 모르게 불편했던 마음 정도일까.  


그렇게 내가 처음 접한 퇴직은 명예퇴직이었다. 응답하라 1988 성동일의 명예퇴직처럼 서글픈 느낌은 없었지만, 전 국민이 가졌던 공포스러운 마음과 함께 왠지 모르게 예전보다 옷도 덜 사고, 차도 조그만 해졌다. 가끔 가던 가족 스키여행은 10년 후에나 다시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퇴직이라는 단어를 두려움과 함께 배웠다. 그 시절 온 국민 금 모으기라는 전설적인 이야기 실제로 겪었고, 유난히도 뉴스에서 슬퍼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됐다.


IMF 금융위기는 그 당시의 우울한 사회적 분위기 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사회에 많은 영향을 남겼다.

그때부터일 거다. 인기가 많았던 종합금융사, 일명 종금사라는 단어는 자취를 감추었고 매해 공무원과 대기업의 지원율이 매년 갱신되었다. 폭풍 같았던 전국민적인 위기 속에서 그나마 살아남았던 안정적인 직장들만이 선호되기 시작했다. 삼성과 엘지에 자식이 들어가는 것이 자랑이 되고, 공무원에 합격하면 마을 어귀에 플래카드를 걸고 축하하는 일은 나 같은 'IMF 키즈'들이 어른이 된 이후다. 우리는 우리가 보고 자란 '공포스러운 퇴직'을 어떻게든 늦출 수 있는 직장을 최고의 직장이라 배웠다.  퇴직이 막연한 세상의 끝처럼 보였던 우리에게 안정적인 직장은 최우선 순위였다.




은퇴는 반드시 두려운 일이어야만 하는가?


은퇴가 두렵지 않다는 사람들은 주변에 보면 대부분은 오랜 시간 공무원이나 군인으로 일한 분들이었다. 이들은 든든한 연금재단에서 거의 죽을 까지 생활비가 꼬박꼬박 나오니 별다른 마음의 준비 없이도 은퇴를 맞이할 수 있다. 반면에 일반적인 직장에서 퇴직한 사람들은 이런 안정적인 현금이 나오는 구멍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 월급에서 꼬박꼬박 떼 가는 국민연금의 수령액도 2019년 기준 평균 월 52만원[1]이라고 하니 얼마나 티끌 같고 불안한가. 조기에 퇴사를 하게 되면 퇴직금으로 어느 정도 목돈이 생기더라도, 2~3년이면 금방 써버릴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100세 시대라고 하니 더욱더. 그렇게 우리는 '은퇴'라고 쓰고 '불안감'이라고 읽게 됐다.


은퇴 후의 모습은 쓸쓸한 뒷모습만 있는 걸까? Photo by Huy Phan on Unsplash

그렇다면 불안한 은퇴를 피하려면, 나아가 내 마음대로 은퇴시기를 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무원/사학연금처럼 퇴직하더라도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튼튼하고 안정적인 현금 공급처'를 스스로 구축하면 된다. 공무원 연금이 별거인가? 죽을 때까지 오르는 물가 고려해서 꾸준히 통장에 200만원 이상 꽂아주는 게 핵심이다. 국민연금에서 50만원 빼고 우리가 나머지 150만원을 매달 나에게 연금을 꼬박꼬박 주는 '나만의 연금'을 만들면 된다는 말이다. 재테크 책을 보면 먼저 종잣돈 만들기로 1억을 모으고 시작해라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만일 그 1억이 가만히 고여있는 돈이라면 사라지는 건 생각보다 순식간이다. 중요한 것은 돈이 흐르는 물처럼 계속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그 결과물이 (월급을 대신해) 내 통장에 꽂히게 만드는 것이다.


노동 없이, 그리고 끊김 없이 나에게 들어오는 돈이 내가 사용하는 돈과 일치하는 상태를 우리는 '경제적 자유'라고 한다. 그렇다. '경제적 자유'를 달성한 순간에 불안하고 공포에 젖은 은퇴가 아닌, '진정한 은퇴'가 가능한 것이다.  




경제적 자유의 기본 공식 '4% 룰'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점, 내가 경제적 자유를 얻고 진정한 은퇴를 하기 위해선 얼마만큼의 은퇴 자금이 필요할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경제적 자유의 룰인 '4% 룰'로 계산해 보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의 선구자 그랜트 사바티Grant Sabatier는 그의 책 <파이낸셜 프리덤Finance Freedom>에서 '4% 룰'을 설명했다. 내가 은퇴 자금을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투자처에 투자해두었을 때, 전체 은퇴 자금의 4% 이하로만 한 해 생활비로 쓴다면 이 은퇴자금은 영원히 손실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평생 돈을 벌지 않아도 투자 수익으로만 생활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사바티는 그동안의 주식/채권시장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목돈을 투자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수익을 최소 연 4%로 예상했다. 이 최소한의 기대 수익 이하로만 생활비를 지출한다면 원금이 손실되지 않는다는 (어떻게 보면 덧셈 뺄셈 수준의) 원리다.


주변을 잘 살펴보면 평균 5%~6%의 투자수익률을 내는 자산군들이 얼마든지 있다. 가끔 투자 수익률이 조금 낮아지거나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전체 자산이 1년에 1%씩 깎인다 할지라도 복리를 감안해 70~80년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 물론 지속적으로 5~7% 정도의 수익률을 내서 생활비도 충당하고, 재투자를 통해 미래의 인플레이션을 상쇄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이상적 은퇴자금는 생계비용을 충분히 상쇄시키고도 스스로 불어난다. Photo by Morgan Housel on Unsplash


필요한 은퇴 자산을 계산하는 것은 4%의 역수, 즉 25를 필요한 생활비에서 곱해주면 된다. 예를 들어 생활비로 월 100만원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100만원*12달*25 = 순자산 3억이면 경제적 자유가 가능하다. 다만 이 계산은 내 투자수익률의 현금 창출력이 4~5%일 때 이야기고, 이 수익률을 2배, 3배로 끌어올릴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꾸로 자산이 1/2배, 1/3배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사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전 세계 투자의 귀재라는 워렌버핏도 한 평생 총 투자수익률은 연복리 15% 내외이다. 수익률이 지나치게 높은 투자상품은 절대로 장기간 지속 가능하지 않고, 위험 투성이라고 보는 게 정상이다.




그래서 지금 저보고 주식투자 하라는 거에욧?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절반 정도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니 내가 워렌버핏도 아니고 무슨 주식투자를 해서 평생 먹고살아? 결국 동학개미운동 하자는 이야기였어?  


아닙니다.


경제적 자유의 핵심은 누군가가 자동으로 나에게 돈을 계속 공급해 주는 것이다. '누군가'는 주식투자 자산일 수도 있고 부동산에서 발생한 월세일 수도 있지만, 그것 말고도 다양한 방법으로 꾸준한 현금을 창출하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 심지어 무자본으로 하는 방법도 있다. 아까 말했듯이 연금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고, 작곡 저작권료(장범준의 벚꽃연금), 전자책 PDF 판매, 취업 자기소개서 해피캠퍼스에 올리기, 자판기 운영, 미국 배당주 투, 리츠배당금 받기 등 수익을 내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이 세상 수많은 여행지만큼이나 우리에게 시스템 수익을 가져다 줄 방법은 무수히 많다! Photo by Chandni Dan on Unsplash


중요한 것은 나에게 추가 노동 시간 없이 들어오는 '수동적 수입', 즉 '시스템 수익'을 얼마나 내가 꾸준히 쌓느냐인 것이다. 월 10만원 짜리 수입 만들기는 의외로 할만한 일이다. 그걸 6달에 한 개씩만 만들어도 1년에 월 20만원, 10년에 200만원 월 수입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열정을 가지고 나에게 맞는 무엇이 가능한 지를 찾아보고, 그것을 10만원씩 꾸준히 쌓아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은퇴 이후에 삶에 필요한 모든 생활비를 금융/부동산 투자로만 감당해야 할 필요는 없다. 물론 그게 제일 편하게 느껴지는 원래 주식투자자라면 주식 투자를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1억 모으는 것도 버거운데, 3~5억씩 자산을 모으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다. 당장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내가 어떤 소득이 나와의 취향과 궁합에 맞아서 오래 잘 관리할 수 있는 지를 깨우치는 것이. 그 대상을 가능한 한 빨리 찾아서 오랜 시간을 들여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오랜 기간 가꾸어야 한다.


나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용기 내 말하고 싶다. (조금 과하게, 열심히 10년 정도 노력하면)


야, 너도 30대에 은퇴할 수 있어.

[1] https://news.joins.com/article/23675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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