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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구름 Apr 09. 2024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책소개

2021 ‘올해의 책’ 선정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가 ‘윤슬 에디션’으로 새로이 독자들을 찾아왔다. 그가 남긴 에세이 660여 편을 모두 살피고 그중 베스트 35편을 선별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작품 선정에만 몇 개월이 소요된 만큼 박완서 에세이의 정수라고 칭하기에 손색이 없다. 초판 한정으로 독자들을 만나는 ‘윤슬 에디션’은 빛과 물의 반짝이는 순간을 포착해 화폭에 담아내는 영국 아티스트 고든 헌트의 작품을 표지 그림으로 사용했다. 시공간을 넘어 두 사람의 역동적이면서도 따뜻하고 다채로운 그림과 글이 맞닿아 책의 가치를 한껏 더한다. 조그만 진실이라도 가감 없이 전하고자 했던 박완서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별평점 ★★★★☆


*읽은 소감

어릴 적에 무슨 선정도서? 그런 거여서 무조건 봐야 할 책이 몇 권 있었다. 그중 골라서 읽은 책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작가님의 책이었다. 사실 내용도 기억이 안 나고 왜 읽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지만 박완서라는 작가는 기억이 난다. 내 기억에서는 딱 그 정도였다. 세월이 흐르고 작가님의 작품을 다시 볼 거라고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체인지리더를 통해 박완서라는 이름을 보니 그때 느낌이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작고하셨는데도 불구하고 자녀를 통해서 좋은 작품들을 다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책을 읽으며 내가 사는 시대와는 다른 예전 우리 부모님 시대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새롭고 재밌었다. 버스의 풍경들이나 시장 속 모습들, 작가님의 눈으로 그리고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표현들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 진한 여운을 남겼고 한 문장 한 문장이 삶을 한순간도 허투루 살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인상 깊었던 문장

그때가 가을이었으면 중

"남편을 사랑하고 싶다. 가족들의 생활비를 벌어 오는 사람으로서도 아니고, 아이들의 아버지로서도 아니고, 그냥 남자로서 사랑하고 싶다. 태초의 남녀 같은 사랑을 나누고 싶다.

-작가님이 배우자를 대하는 마음을 잘 알 수 있는 부분이었고 무엇보다 세월이 흘러서 머리에 눈이 내려앉도록 많은 시간을 보냈겠지만, 그럼에도 서로의 대한 존중과 사랑이 느껴져서 너무 좋았다. 나 역시 그런 남편이고 싶고 그런 남자이고 싶다. 황혼이혼, 졸혼, 수면이혼 등 부부가 오랜 시간 같이 사는 것에 부정적인 모습들이 많이 보이는 시대에 작가님이 던지는 메시지는 인간 본연의 모습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태도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마무리

책을 읽는 내내 삶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작가님의 모습들이 아련함으로 다가왔다. 특히 작가님이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한 권의 책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마치 '열심히 살지 말고 그냥 살아내'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오늘이라는 하루가 시작되었지만 오늘은 앞에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 고스란히 살아내야겠다. 힘내라는 말도 부담이 되어버린 시대에 책이란 좋은 수단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 요즘 나의 고민 중후하게 늙어감을 책을 통해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마침 내 귀를 통해 흘러 들어오는  `Carla Bruni의 Moon River` 가 이 책을 더욱 감성 젖게 만든다.

책과 음악이 있으니 늙어감이 멋들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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