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날씨의 아이들

발칙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성장 일기

by always봄

각각의 직업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직업병을 가지고 있다. 학원 강사인 나는 어떤 직업병이 있을까? 그 해답은 의외로 어머니한테 들은 한마디였다.


‘이놈이 이젠 지 에미를 가르치려고 드네!’


그렇다. 난 대화 상대자가 누구든 지루하고 재미없는 교과서적인 말로 가르치려고 든다. 문제는 내게 위로나 공감을 받고자 하는 이들한테도 그들이 듣고 싶은 얘기가 아닌 가르치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도 직업병이 있으니 오늘은 그들에게 가장 흔한 직업병에 대한 얘기다.


태양이 내리쬐는 뜨거운 8월 어느 날, 고1 수업 시간이었다. 교실 맨 앞에 앉아 있는 민주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고, 맨 뒤 영식이는 몸을 뒤로 완전히 젖히고 누워 있는 듯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영식아, 바로 앉아야지.’


‘샘, 전 이게 편해요.’


앉아 있는 자세를 제외하고는 공부도, 운동도, 사교성도 좋은 아이였다.


수업이 중간정도 진행됐을 때 영식이가 한마디 툭 꺼냈다.


‘샘, 곧 비 올 것 같아요.’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소리를 해. 해가 쨍쨍한데 무슨 비가 와.’


‘허리가 콕콕 쑤셔요. 이러면 꼭 비가 오거든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하지 말고 수업에 집중하자.

그때였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더니, 곧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와~소름.’ 아이들이 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거 봐요. 제 말이 맞잖아요.’


순간 돌아가신 할머니가 떠올랐다. 허리가 쑤시면 늘 그렇게 얘기하시던, ‘비가 오려나보다.’

기상청 슈퍼컴퓨터보다 더 정확하게 날씨를 예측하는 영식이의 허리가 할머니의 허리만큼 좋지 않다는 방증. 오랜 시간 앉아서 공부하느라 허리를 혹사시킨 결과로 일기예보쯤은 쉽게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아이들. ‘학생’이라는 직업이 선물해 준 달갑지 않은 직업병인 허리디스크.


‘영식아, 이젠 좀 더 바르게 앉자. 안 그러면 곧 허리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겠어.’


‘알겠어요. 노력해 볼게요.’


수업은 다시 진행되었고, 칠판에 판서를 하는데 등 뒤에서 들리는 충격적인 민주의 혼잣말.


‘아, 비 오니까 술 생각난다.’


‘민주야, 너 방금 뭐라 그랬어? 술?’


‘아.. 아니요....’


‘너 술 마시니?’


따로 불러내 상담한 결과, 민주의 첫 음주는 중3 때, 아버지가 먹다 남긴 소주를 호기심에 처음 먹어보고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공부나 친구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몰래 냉장고에서 술을 꺼내 먹었다고 한다. 내 직업병이 다시 발병하기 시작했다.


‘민주야, 술은 꼭 중독으로 이어져. 지금 당장 끊어야 해. 이제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샘이랑 상담 진행할 거야. 알겠지?’


‘노력해 볼게요.’


얼마 후, 영식이는 허리디스크 치료를 시작했고, 민주는 다행히도 금주에 성공했다.


언제쯤이면 아이들도 '학생'이라는 직업을 즐기며 공부할 수 있을까? 과연 그런 날이 가능할까?



Tip 우리 아이들의 음주 판별법:


1. 냉장고에 있는 술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줄고 있을 때.


2. 입에서 구취제거제 향이 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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