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다만 사탄에서 구하소서!

발칙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성장 일기

by always봄

영어 속담에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라는 표현이 있다.

‘느리더라고 꾸준하면 경주에서 이긴다’라는 그 말에 딱 적합한 아이가 바로 ‘주영’이다.

고등학교 2학년인 그녀는 1학기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고는 한걸음에 나에게 달려왔다.


‘샘, 저 영어 2등급 떴어요!’


내게 온 지 1년 만에 드디어 1등급이 상승되었다. 누구보다 성실하지만 성적 향상이 더디어 그동안 자신감이 상당히 떨어져 있었던 아이였다. 그녀를 더욱 위축시킨 것은 4살 터울의 남동생이었다. 영재고를 준비한다는 중1 남동생은 벌써 미적분 수업을 듣고 있었다. 동생과 늘 비교당하면서도 동생에 대해 얘기할 때 그녀의 표정은 동생을 자랑스러워하는 따뜻한 누나의 모습이었다.


‘거봐. 꾸준하게 공부하니까 성적도 오르잖아. 지금처럼 꾸준히 1등급까지 달려보자.’


그날 저녁 주영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 주영이 많이 칭찬해 주세요.’


‘1등급도 아니고 그깟 2등급에 칭찬이요? 걔한테 쏟은 돈이 얼만데요. 영어 유치원에 방학이면 필리핀 영어캠프에..... 영어에만 벌써 몇 천은 들어갔을걸요. 지 동생은 벌써 달리기를 하고 있는데, 누나가 되어서 이제 걸음마 떼고 있으니......쯔쯔.’


주영이 얘기보다는 한참 동안 남동생 자랑만 하시고 전화를 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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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주가 지나서 말로만 전해 듣던 그 남동생 ‘준영’ 이를 데리고 어머니가 학원에 방문하셨다. 영어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평범한 중1 수준의 실력이었다.


‘그동안 수학에만 올인해서 영어는 좀 부족해요. 샘이 우리 준영이 중3 때까지 수능 영어 꼭 좀 끝내주세요.’


그렇게 해서 준영이를 가르치게 되었다. 그는 컴퓨터를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그 나이 또래의 아이였고, 이해력이나 습득력이 뛰어나 진도를 빠르게 나갈 수 있었다.


두 달 정도 지난 어느 날, 준영이가 얼굴을 푹 숙인 채 교실로 들어왔다. 자리에 앉아서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


‘.......’


‘준영아, 고개 들어봐.’


얼굴이 팅팅 부어 있었고, 한쪽 뺨은 빨갛게 달아올라있었다.


‘누구한테 맞았어?’


‘엄마가요.’


‘엄마가 왜?’


‘그... 그게...’


‘뭔데?’


‘야동보다 걸렸어요.’


청소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음란물에 준영이도 노출되었던 것이다. 첫 시작은 호기심이었지만 어느새 중독되어 자신도 모르게 컴퓨터를 켜게 되는. 괜찮다고 준영이를 다독인 후, 어머니도 적잖이 놀라셨을 거라 이해시켰다. 자세한 이야기는 주영이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어머니에게는 늘 자랑인 순수한 어린 아들이 음란물을 보는 현장을 발견하고는 너무 놀라 이성을 잃으시고 손으로 사정없이 아이를 때렸다고 한다. ‘사탄’, ‘음란마귀’가 씌어 순수했던 아들이 저렇게 변했다며 앓아누워계신다고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준영이는 이전의 모습을 되찾았지만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급기야 수업시간에 ‘야, 너 코에서 피가.....’ 코피까지 흘렸다.


‘준영아, 너 또 그거 밤새 보는 건 아니지?'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코피까지 흘려가며 밤새 공부하는 거야?’


‘아니요. 매일 새벽기도 다녀요.’


그랬다. 사탄에 빠진 아들이 하나님 앞에 회개해야 한다면서 어머니는 아이를 새벽기도회에 데리고 다니셨던 것이다. 기도와 믿음을 통해 아이를 바꾸고 싶은 마음도 십분 이해하지만 10대 아이의 호기심이, 본능이 과연 기도로 극복 가능할 수 있을까? 오히려 아이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학대하고 계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가 적당한 햇빛과 물만 있으면 건강하게 자라나는 것처럼, 우리의 아이들도 적당한 관심만 가져준다면 많은 시행착오에도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지나친 통제 대신에 '꾸준한' 믿음을 주세요. 그러면 아이는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tip 아이가 음란물을 보는 현장을 발견했을 때 대처법:


당황하지 마시고 ‘하던 거 계속해’라고 말하신 다음, 곽티슈를 여러 개 가져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후 ‘필요할 거 같아서.’라고 말하시고 아이 방을 나오세요. 그러면 야동을 즐겨보던 아이의 행동이 눈에 띄게 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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