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준영이가 매주 서울랜드에 갔던 이유는?

발칙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성장기

by always봄

새로 옮긴 학원은 분위기가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아이들에게서도 뭔가 다른 ‘아우라’가 느껴졌다. 겉으로 보면 잔잔히 흐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격랑이 이는 강물처럼 첫 주가 그렇게 흘러갔다. 월요일 수업시간이었다.


‘주말은 잘 지냈어? 준영이는 뭐 했니?’


‘얘네들이랑 서울랜드 다녀왔어요.’


‘호영아, 놀이기구 많이 탔어?’


‘아니요.’


‘그럼 뭐 했어?’


대답하기 싫은 눈치였다. 더 이상 물어볼 수 없었다.


‘샘, 저 수업 중간에 잠깐 나갔다 와도 되나요?’


‘무슨 일 있어?’


‘중고거래 때문에 구매자 만나야 해서요. 잠깐이면 돼요.’


준영이 가방 안에는 그 당시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수 십만 원 상당의 ‘노스페이스’ 패딩이 들어있었다.


‘그거 노페잖아.’


‘네, 맞아요.’


‘새 옷 같은데 벌써 팔게?’


‘저한테 맞지도 않고 용돈도 필요해서요.’


맞지 않은 중고 옷을 다른 사람과 교환해 그 돈으로 용돈을 쓴다는 그의 얘기에 1주일간 가졌던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거둘 수 있었다.


껴 쓰고

눠 쓰고

꿔 쓰고

시 쓰고


‘아나바다’를 몸소 실천하는 아이들에게 부정적 시선을 가졌던 내가 다 부끄러웠다.


월요일마다 근황을 묻는 나의 질문에 그들은 ‘서울랜드’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반복했고, 준영이의 ‘아나바다 운동’도 계속 이어졌다. 나는 준영이가 서울랜드에 가는 비용을 벌려고 중고거래를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비밀은 오래가지 못했다.


‘경찰서에서 연락 왔어. 어떡할 거야?’


호영이가 준영이에게 하는 말이 내 귀에 들어왔다.


‘호영아, 경찰이라니?’


‘그 그게.’


준영이 일행이 서울랜드에 갔던 이유는 친구들과 재밌게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곳에 놀러 왔던 선량한 아이들에게서 ‘패딩갈취’를 하기 위해서였던 것이었다.


학생들의 특성상 현금이 많지 않은 것을 알고, 그보다는 돈이 되는 값비싼 ‘노페 패딩’을 빼앗아 중고거래로 판매해 그 수익을 나눠가졌던 것이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CCTV로 준영이 일행을 특정하고, 그들이 사용한 교통카드 내역을 추적해 그들을 찾아냈던 것이다.

공포 속에서 패딩을 빼앗기고 추위에 떨며 집으로 향했을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준영이 일행이 벌인 행위는 상당히 죄질이 나쁜 범죄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만난 그들은 그런 범죄 행위를 저지를 만큼의 태생이 악한 아이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보기에 평범한 아이들이 무심결에 혹은 의도적으로 한 나쁜 행동이 성공하고, 그 행위가 통제되지 않을 때 그들은 소위 ‘비행청소년’이란 타이틀을 갖게 된다.


자신의 행동을 이성에 의해서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아이들은 청소년이 아니라 성인(聖人)이다. 그들이 정상적인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지켜보고, 적절한 제어를 하는 것이 바로 성인(成人)인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역할 아닐까?


준영이 일행의 범죄행위가 가속 페달을 밟고 폭주할 때, 경찰에 의해서 제지받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경찰 조사를 받으며 학원을 그만둬서 더 이상 그들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지금 그들은 어떠한 삶을 살고 있을까?

부디 건강한 청년으로 자라고 있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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