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장사란? 말복 그리고 처서만 넘기면 된다.

창업일기 7편

by 파이어파파

6월 매장을 오픈하고 7월 한 달간 매출이 확 꺾인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게다가 비는 왜 이렇게 오는지.. 가뜩이나 매장이 집과 왕복 110km 거리에 오픈을 한 탓에 비만 온다는 예보가 있거나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며 비가 오는 것을 볼 때마다 답답한 가슴이 자꾸 조여왔다.




8월 초가 되었고 바야흐로 휴가철이었다. 그 말은 곧 내가 있는 이 매장엔 올 사람이 없다는 말과도 같았다. 다들 바다로 계곡으로 떠난 도심의 관광지는 그 누구도 다니지 않는 공간이 돼 있었다.


그리고 한주 한 주 주말을 맞이했다. 그래도 주말은 다르려나?


2022년 8월 7일 일요일 비.. 2022년 8월 14일 일요일 비... 이놈의 비 하필 왜 자꾸 주말에만 오는 것 같은 느낌은 무엇이냔 말이다.


혹시 '처서 매직'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처서가 되면 귀신같이 더위가 사라지고 아침엔 선선한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는 절기 중 '처서'를 가리켜 처서가 오면 더위가 끝이라는 의미로 온라인상에선 그렇게 부르고들 한다.


진짜 간절히 '처서매직'을 외친 적은 이번이 처음 아니었을까? 정말 그리고 기적을 맛보았다.


말복을 지나 광복절부터 매장은 주말, 휴일에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특히 처서 이후엔 평일에도 매출이 다시 크게 올라오고 있었다.


"그냥 안 더워야 해! 그래야 뭘 구경을 하든 살 맛이 나든 하지" - 아내와 내가 아마 일끝 나면 하는 말의 절반은 저 말이었던 것 같다.


8월 말복 이후부터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6월 오픈 첫 달의 매출액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좋은 것도 잠시 회사에 일하고 있는데 아내로부터 카톡이 왔다.




우리 매장 근처 골목에 원래 월세로 살던 세입자가 나가고 신규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아 그곳을 용도변경하여 상가로 임대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아니 이미 가게를 하기로 계획한 사람이 그곳을 둘러보고 갔단다.


나 : 업종은 뭐래?


아내 : 글쎄.. 아직 뭐 할지는 들리는 이야기는 없어


며칠 뒤 새로 들어올 매장의 같은 건물에서 요식업을 하는 사장님이 거기에 반지 소품샵이 들어올 거라는 정보를 듣고 와서 우리 와이프에게 이야기해 줬다.


"What???"


- 그럼 품목은 겹치지 않더라도 바로 맞은편에 동종업계가 들어온다는 것인가?


- 메인품목은 다르더라도 결국 겹치는 상품이 상당수 있는 게 아닐까?


- 인테리어 하는 거 보러 올 때 외제차도 타고 왔다 갔다 하면서 돈도 많은가 봐..


우리는 단 한 가지의 정보만을 그것도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걱정과 편견 두려움에 휩싸이고 있었다. 좋은 쪽으로의 생각은 그때 당시 1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당시에 그럴 그릇이 되지도 못했고 현실만을 좇는 인생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있는 이곳은 연일 여기저기 신규 매장이 여기저기에 오픈하는 곳이다. 내가 어디에 매장을 냈든 경쟁은 불가피하고 가만히 앉아서 영원불멸만을 바라는 것이 오히려 도둑놈 심보일 것이다.


8월 말이 되었고 우리 맞은편에 매장이 오픈을 했다. 알던 것과는 달리 무엇인가를 만드는 공방 클래스를 여는 공간이었다. (사실 거기 사장님과 한겨울 눈이 와서 제설할 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눠보니 정말 좋으신 분이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불안에 휩싸이게 하고 확실하지 않은 정보에 의해 우리를 이렇게 쥐고 흔드는 것일까? 그런 의문에 대해 일말의 생각조차 할 시간이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를 평일엔 직장인으로서 주말엔 매장에 출근하는 자영업자로서 하루하루를 해낼 뿐이었다. 자칫하면 목표도 잃을 뻔했다. 내가 이렇게 매장을 오픈하고자 한 것은 일단 퇴사를 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다행히 회사도 여름에 중요한 일정들이 대부분 끝났고 나는 9월부터 시작되는 추석 명절과 가을을 위해 몰두할 수 있었다.


"무엇을 추가로 하면 될까?"


"우리 매장을 보고 그냥 나가는 고객들을 사로잡을만한 다른 대체품은 없을까?"


"가을에 팔릴만한 상품들은 무엇이 있을까?"


사실 가을은 매장을 오픈하면서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실내 몰에 있는 매장이 아니었기에 가을철 외부로 몰리는 인파와 잠재고객들을 사로잡을 것들이 중요했던 것이다.


'그래, 3개월 공부했고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그렇게 직장생활과 매장을 아내와 함께 병행하면서 창업하면서 책 한 권 읽지 않고 그저 내가 살아오고 경험했던 것들과 직감, 육감으로만 모든 것들을 부딪히고 있었다. 무슨 배짱이었는지..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시작하지 않았다면 퇴사한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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