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기 8편, 사표 던져본적 있으신 분?
8월 말부터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주말 매출이 제법 다시 궤도에 올라온 느낌이었다. 그리고 9월이 되었다.
9월 첫째 주 토요일부터 (5평 매장의) 매출은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다음 주는 추석이었다. 매장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바뀐 점 중 하나는 명절에 부모님께서 올라온다는 것이다. 추석이지만 우리에겐 쉬는 날이 아니라 모두 정상영업을 하는 날일 뿐이다.
추석엔 정말 많은 인파가 몰려나올 것을 대비하여 부모님께 아이들을 맡기고 아내와 나, 모두 출근을 했다. 그런데 웬걸..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난 파괴력이 있진 않았다. 어쩌면 사람이 몰릴 때를 제외하곤 혼자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그다음 날은 내가 혼자 출근했다. 그런데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없다. 둘이 출근했을 땐 찾아주는 고객이 없어 둘이 개점휴업 상태로 앉아있는 시간이 몇 시간이었는데 혼자 출근했을 때는 개업하고 "최고매출"을 찍은 것이다.
이날은 진짜 불 끄고 커튼 닫을 때까지 커튼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까지 있어서 9시 넘어서 퇴근했다. 그래도 행복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그래 가을이고 명절이니까.. 벌 수 있을 때 벌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휴 마지막날은 아내가 출근했다. 다음날 나는 직장으로 출근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근무 편성을 했었다. 연휴 마지막날도 추석을 즐기려는 인파 덕에 전날에 준하는 만큼의 매출을 달성했다.
그렇다. 또다시 취해가고 있었다. 이렇게만 하면 그림에 그리던 퇴사를 하게 될 수 있다! 신이 났다. 그렇게 9월 개업하고 월최고 매출을 달성하며 10월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10월엔 개천절과 한글날이 있어 3일 연휴가 2주간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비가 온단다.. 개천절 첫 주는 토요일만 장사 제대로 한 느낌이고 나머지 이틀은 월요일 연휴가 무색하게 하루치 매출정도만 나왔다.
"다음주가 있잖아 여보, 괜찮아!", "그래 우리는 비 오면 어쩔 수 없어.."라고 서로 위안 삼으며 다음 주를 기대했다. 그런데.....
이번엔 하루종일 오는 날도 있다는데?
매출은 그냥 박살이 났다. 연휴 중 어떤 날은 평일보다도 못 팔은 첫 번째 주말로 기억될 날이었다. 오락가락하는 가을비가 원망스러웠다. 평일에 내려도 좋을 비가 왜 주말에만 주룩주룩 내린단 말인가!
+(추가로) 10월 말엔 들뜬 기분으로 핼러윈 이벤트도 기획하여 방문해 주시고 일정금액 구매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의미로 사탕 가득 담은 호박바구니도 많이 준비했었는데 그때 이태원 관련된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거리엔 사람들이 다니지 않았다.. 호박바구니도 조용히 다 집으로 가져갔고 장식도 다 떼어내고 사탕은 우리 가족이 다 먹었다.
그 와중에 회사에서는 코로나 단계도 풀리고 하다 보니 못했던 행사도 해야 하고 내가 맡고 있는 일이 있는데 워크숍으로 비행기표 예약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차일피일 미루고 미루다 팀장이 표를 빨리 예약해야 한다며 보고서도 준비하고 진행하란다.
그래서 드릴 말씀이 있다고 했다. 면담을 요청했다.
나 : "팀장님, 저 아무래도 그만해야 할 것 같습니다. 퇴사하겠습니다."
- 그러자 표정관리가 되지 않는 마스크 너머로 상기되어 화난 그의 얼굴이 보였다.
팀장: "또 왜??"
나 : "사실 제가 가게를 하나 차렸습니다. 지금은 아내 혼자 하고 있는데 도저히 감당이 안돼 제가 같이 붙어서 같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팀장 : "?????????? 뭐.. 무슨 장사인데?"
(이자저차 사업 설명을 하고 뭘 파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줬다.)
나 : "그래서 주말에도 지금 서로 번갈아 가면서 매장을 출근하고 있어요. 그래서 매번 어머니가 멀리 올라오고 계시는 중이고요."
- 그러자 그의 분노의 한 마디가 울려 퍼졌다.
- 분명 그는 상기되어 있었고 리더다운 발언은 아니었다. 많이 당황한 듯했다. 나는 태연하게 말했다.
나 : "아 그런 건 아니고요. 직장생활 좋죠. 이미 다 적응도 했고 안정적이고 자리도 잡은 상태니까요. 직장생활 Good인데요. 그런데 이젠 Good보다 제 인생 Great 하고 싶습니다.
팀장 : "저렇게 하는 게 Great이야?" (매장서 물건 파는 게??? 라는 의미로)
나 : "네 뭐, 전 좋아요. 그리고 가족 하고도 애들 어릴 때 함께 많은 시간 보내고 싶고요"
팀장 : "지금 가게는 얼마 정도 버는데?"
나 : "벌만큼 법니다."
팀장 : "그래서 얼마?"
나 : (참 집요하네..) "OOO만원이요"
팀장 : "(놀라서) 그 정도라고??"
- 직감적으로 나를 잡을 수 없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팀장 : "네 뜻이 그렇다면 알겠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 나도 더는 어쩔 수 없다."
그렇다 이번에 이 사람에게 사직하겠다
말한 게 직장생활 통틀어 세 번째이다.
나는 신입 공채로 입사하여 이 한 사람의
같은 상사와 11년째 같은 부서에서
계속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워크숍에서 빠지고 나머지 퇴사일자와 휴가 관련과 인수인계 등 정리할 것을 이야기하고 면담은 5분 만에 손쉽게 끝났다. 그렇게 내 11년 직장생활의 마지막을 알리는 날이었다.
말하기 전엔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너무 걱정됐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니었다. 별 것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회사를 나와 독립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을 실행하게 된다.
- 작년 연말에 퇴사한다고 말하고 (결국 다시 다니기로 하고 작년까지 다녔지만)
- 제주도로 아내와 사업거리를 알아볼 때부터
- 새로운 아이템을 찾고 매장 자리을 알아보고
- 가게 권리금에 물건 초도 수량 준비하려고, 그리고 자금 준비 하러 다녔고
- 바로 현충일 연휴부터 오픈하려고 셀프로 3일 만에 준비해서 일단 가게 열었고
- 지금 이 순간까지 왔구나..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
행복한 시작을 할 수 있게 모든 것을
전면에 나서 같이 실행해 준 아내에게
무한한 영광을 돌리며
가게 오픈부터 주말마다 내 일처럼 올라와 준
부모님께도 이 시간을 빌어 감사드립니다.
특히 서로가 지치고 너무나도 힘들 때 감정에만
치우쳐 상대방을 바라보지 못하고 큰소리만
해댄 부족한 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매장의 가을 주말은 행복하게
한주 한 주 흘러가고 있었다.
그 말은 곧 어둠과 추위가 내릴 겨울이
다가 오고 있음을 뜻하기도 했다.
# Good보다 Great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