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가족 해외여행! 춥고도 혹독한 겨울 매장 운영

창업일기 9편

by 파이어파파

여름엔 돌아오지 않았던 고객들이 날이 선선해지면서 많이들 찾아준 덕분에 가을은 넉넉하게 보낼 수 있었다. 11월이 되고 나의 마지막 회사 출근일이 다가오면서 팀 사무실에서 나의 흔적들을 하나둘씩 정리하느라 바빴다. 만 11년간 기업체 인사담당자 그리고 노조를 상대하는 노무담당으로서 해왔던 세월들을 정리했다. 필요 없는 서류들은 다 파쇄하고 내 후임 대리에게 인수인계를 하나하나 했다. 그동안 내가 모셨던 본부장님과도 개별 면담도 했고 본사에 가서 사장님도 만나 뵈었다.




퇴사를 하면서 술을 끊기로 다짐했었고 정말 나의 다짐대로 지금까지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있다. 정말 몸이 가벼워지고 술 마시고 다음날 힘든 정신으로 일했던 날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되어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이제 회사를 퇴사해 나가면 내 사업도 더 키워야 하고 한 명의 인력인 내가 가세하는 것이니 한시라도 빨리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냥 급했다. 그때 당시 나는 아는 것도 별로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는데 그저 급하기만 했다.


그래도 아내가 '하와이대저택'님의 영상을 추천해 줘서 보면서 '아.. 그동안 나는 세상을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것이구나. 현실만을 좇으며 매일을 이렇게 힘들게 살아왔구나.' 하는 점을 뇌과학적으로 보게 되면서 그 부분에 흥미가 갔다. 사실 그전부터 내 심장이 아프고 회사에 가면 너무 스트레스받을 때부터 심리 관련된 내용들은 상당히 많이 찾아본 터라 그런지 '뇌 과학', '우리 몸의 신경과 화학반응'들에 대한 내용을 보면서 많이 공감이 됐다.


그래도 11년간 일을 하고 퇴사하는 것이다 보니 우리 가족과의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해외여행도 가기로 했다. 11월에 필리핀 '보홀'로 아무런 걱정 없이 5일간 떠났다. 가게는 월요일부터 ~ 금요일까지 휴무를 걸고 비행기를 타고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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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홀 타왈라 리조트에서..)


행복했던 시간들.. 핸드폰 로밍조차 하지 않았다. 이제는 왜 전화 안 되냐 뭐라 할 사람도 없다. 그 무엇도 나를 막을 것이 없었고 나를 통제할 것은 없었다. 이제 막 긍정의 마음을 배워가는 시절이다 보니 그저 편안 그 자체였다.




회사 친한 동료이자 친구가 내가 보낸 마지막 이메일과 내 퇴사발령을 사진 찍어 보내줬다. 나는 이제 자유의 신분이 되었다. 그런데 퇴사를 하다 보니 나는 아니라고 하지만 나의 내면은 뭔지 모를 불안감과 자기 계발 책을 몇 권 읽은 탓에 의욕이 뒤섞여서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 시도 때도 없이 "무조건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고"말만 하는 남편이 답답한 아내


- 그리고 그걸 왜 이해 못 하냐고 말하며 "자기 계발 책도 보고 유튜브도 보라며" 어려울 것 하~~나 없다는 남편


- 우리는 지쳐갔다.. 서로의 의견만 내세우니 힘들었다. 답답했다.


겨울이다 보니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점점 상황은 안 좋아지다 보니 나는 하루빨리 온라인 스토어도 하고 싶었지만 내 실행력은 뒤따라주지 않았고 내가 실제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힘은 없었다. 회사를 나오니 나는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회사에서나 과장이었지 나오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냥 책만 읽었다.. 책에 답이 있다고 책만 계속 봤다.. 아내는 현재 트렌드가 중요하니 성수동, 연남동 이런 곳을 다녀와야 한다 하는데 나는 일단 책이 중요하다고만 했다. 그렇다, 고집을 피웠다. 그러다 어느 날 같이 성수동을 가보기로 했다. 서로 가보고 싶은 매장을 적어서 찾아가 봤다.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힙한 상점들..

그리고 멋지게 디피한 곳들..

그리고 정말 매우 작은 가게라도 '가게 사장님'들은 자신감이 넘쳐 보였고 멋져 보였다.


지난 6월부터 나 또한 기업체 과장으로서 그리고 매주 토요일엔 어엿한 매장의 사장으로서 고객들은 만나왔다. 그런데 날은 추워졌고 손님들도 뜸해졌고 나는 퇴사를 했다. 그러면서 계속 급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아내와 함께 멋진 가게들을 둘러보며 '아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래서 다녀온 뒤에 우리는 매장 운영에 관한 사항 중 두 가지를 바로 바꿨다.


① 매장 앞치마를 만들어서 입었다. (매장의 오너십을 가지고 임한다는 마인드셋)

② 손님이 들어오면 앉아있다가도 일어서서 '어서 오세요' 나갈 때는 '안녕히 가세요' 인사를 했다.


(젊은 분들은 부담되니 들어와도 그냥 신경 안 쓰는 게 오히려 부담이 안된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작은 가게 소품샵 사장님들도 인사하는 가게를 경험하고 나니 나는 오히려 그 모습이 에너지 있고 좋았다.)


그렇게 바꾸고 나니 내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원래부터 손님들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워낙 좋아한다. 손님들이 와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기뻤고, 하나의 상품을 가져가더라도 내가 "예쁘게 쓰세요!"등의 이야기를 해줄 때 좋아라 하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행복했다. 일단 그렇게 매장은 바꾸었지만 겨울은 겨울이었다.


해가 짧아진 만큼 사람들은 집에 갈 길을 재촉했고 날씨가 추워진 만큼 돌아다니며 물건을 살펴볼 여유가 없어 보였다. 북극곰도 일분에 심장 박동수를 10회 이하로 극단적으로 줄이며 먹을 것 없는 겨울을 나기 위해 겨울잠을 자듯 사람들은 움츠려 들었고 우리 매장도 극한으로 운영이 될 수밖에 없었다.




12월엔 눈 예보가 있으면 매장 출근조차 하지 못했다. 엄청난 눈을 뚫고 달려도 매장을 찾아줄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다. 로드샵의 겨울은 힘들었다. 그런대로 주말엔 버티긴 했지만 그렇다고 획기적으로 상황이 나아지진 않았다. 그렇다고 매장을 매번 나가지 않을 수도 없었다.


옆집 사장님이 한 번씩 우리 매장 쪽까지 제설해 주고 염화칼슘도 뿌려주는데 눈 올 때마다 집이 멀다는 이유로 매번 안 나가면 옆집 사장님은 사장님 입장대로 오해하실 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눈이 와도 한 번씩 110km를 왕복하여 매장을 나가 눈을 치웠다. 손님은 거의 안 왔지만 매장 앞에 쌓인 눈을 치우러 매장에 갔다.


여태껏 매장을 운영하면서 공친 날.. 그러니까 매출이 '0'원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2023년 1월 13일 매출 0원을 기록했다. 그래서 그날은 아예 포스 기를 켜지도 않아서 출근기록조차 찍히지도 않았다.


사실 겨울에 이것은 예삿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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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파가 된 것이다..


저 패널 뒤에서 '파바박' 무언인가가 터지며 튀는 소리가 나더니 물이 갑자기 바닥으로 엄청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그렇다. 동파가 된 그날은 아내가 출근했던 날이었다. 어렵사리 2층 사장님께 수도 동파 관련 어디에 수리를 맡겨야 하냐고 물어보니 연락처를 하나 받아 고치는 아저씨를 불렀다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물이 계속 흘러나오니 영하 -10도가 넘어가는 겨울밤.. 출입문을 열고 계속 물을 밖으로 빼내기 바빴다. 수도 밸브를 잠가도 계속 물은 흘러나왔다. 두 시간 동안 밖으로 물을 빼내고 겨우 아저씨가 고무로 임시 조치를 하고 아내는 녹초가 되어 밤늦게 집으로 퇴근했다.


아내는 정말 많은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고 나에게 말했다. 실내로 가야 할 것 같다고.. 수도관의 동파가 터지듯 아내의 감정도 터졌다. 나 역시 내가 가있는 날 이런 일이 발생했으면 좋았을 텐데.. 가게가 멀다 보니 난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매장 바닥에 끝을 모르고 계속 고여가는 물을 하염없이 빼내는 아내를 그저 CCTV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이 되었고 임시로 조치해 놓은 것을 실제 부품으로 수도관을 조이는 작업을 하기로 했다. 내가 출근해 보니 우리 매장 앞은 빙판장이 돼 있었고 어제 눈물의 흔적들이 눈앞에 다시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염화칼슘을 뿌리고 얼음을 깨내고 있으니 동네 어르신들이 이거 얼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길래 "걱정 마시라. 알아서 다 해놓겠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고치는 아저씨가 수도 조치를 하는 동안에도 터진 수도관에서는 계속 "퓨수수숙~~"소리를 내며 계속 흘러나와 나도 몇 시간을 닦아 냈다. 그리고 네 시간이 지난 정확히 오후 네시에 매장을 급하게 다시 다 정리하고 오픈을 했다.




11월 중순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부터 밖에 다니는 사람수가 현저히 적어지더니 12월엔 정말 매출이 크게 하락했다. 그런데 그것은 약과였다. 1월 동파 사태.. 그리고 공친 날.. 공친날과 비슷한 매출이 연일 이어지며 1월은 12월보다 더한 날이 되었다. 그렇게 춥고도 추운 겨울은 2월 입춘이 지나고부터 서서히 풀리더니 마지막 방학을 즐겁게 보내려는 사람들이 더해지면서 단박에 언제 그랬냐는 듯 매출이 배 이상으로 회복이 되었다.


그렇게 겨울은 끝이 나고 있었고 이제 우리는 봄이라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꽃피는 봄이 지나고 23년 6월이 되면 우리는 매장운영을 한지 일 년이 되는 시간 앞에 와 있게 되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파이어파파입니다. 겨울은 추웠습니다. 진짜 추웠어요. 몸도 마음도.. 게다가 매장은 왜 이리 추운지.. 오래된 주택을 개조하여 운영하는 상가다 보니 온풍기도 효과가 없었어요. 밑에는 열풍기를 하나 추가로 놓고 손, 발엔 핫팩을 켜고 살았어요. 그런데 지나면 다 추억이 된단 말이죠.. 정말 신기해요..


우리는 한 치 앞을 모르고 살아가지만 내가 해낸다는 믿음, 나는 결국 할 수 있다는 마음만이 지금의 나를 붙잡아 줄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안된다고 슬퍼할 것도 없고 지금 장사 잘 된다고 교만할 것도 없지요.


내가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인가. 매장에 나왔을 땐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전해주고 나의 인생은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갈 것인가가 내 미래를 만들 것이기 때문에 저는 퇴사하고 저만의 좋은 습관을 만들고 이렇게 하루하루 한 발씩 가고 있습니다.


-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배우겠다는 마음, 바뀌겠다는 마음이 생길 때 비로소 변화는 찾아왔습니다.


이제 마지막 10편을 끝으로 창업일기가 마무리되겠네요. 잘 정리하고 준비하여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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