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기 3편
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렸다. 그전부터 하도 "퇴사~ 퇴사~" 노래를 불러대서 부모님도 더는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을 심정적으로는 알고 있으나 당장 쉽지 않은 애 둘 아빠의 현실이 쉽지 않은 것이 마음에는 늘 걸렸을 것이다.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고 좋아라 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아버지, 제가 오픈하려는 매장컨셉은 이런이런 거고요. 일종의 소품샵인데 이거 관광지, 사람들 많이 다니는 데다가 차리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나도 입이 근질근질해서 아버지에게 바로 전화해서 말했는데, 다른 사람에겐 절대로 말하지 말라는 모순이 어딨 는가!
사실 남들은 1도 신경조차 쓰지도 않는다. ㅋㅋ 처음 창업을 하면서 내가 몇 가지 어록들을 제조했는데 '누구에게 절대로 말하지 말라는 것' 역시 그 어록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누군가에게 오픈되거나 발설되어 우리의 계획이 틀어질까 봐 혹여 누가 우리보다 먼저 선점하여 우리의 사업이 어그러질까 봐 아버지에게 신신당부한 것이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이제는 카페 사장이 모든 레시피(레시피 전부는 아니더라도 말이다)와 카페 운영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스마트스토어 시작하는 것부터 월 천만 원 버는 법까지 모두가 알려주는 시대다. (그래도 실제로 끝까지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즉, '비밀은 없는 것이다! 내가 안 알려준다고 꽁꽁 숨겨도 누군가는 역으로 이것을 공유하면서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한다' - 게다가 저렇게 공유해 주고 진정성 있는 마음들이 오히려 더 큰 부를 가져다주고 있다. (예를 들면 컨설팅, 유튜브 등 SNS 브랜딩, 강의, 전자책 등 재능공유 - 진짜 지식컨텐츠 판매가 너무나도 당연하고 대홍수의 시대이다.)
그래도 이해해줬으면 한다. 11년간 직장생활만 하다가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매장을 빠른 시일 내에 오픈한다고 하니 모든 게 처음이라 설렘도 있고 그에 따른 걱정도 많은 만큼 나만의 '내면의 그릇'을 만드는데 들이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음이라.
어찌 되었던 아이템은 선정했으니 이제는 매장을 알아볼 차례였다. 요즘엔 요식업 등 오프라인 매장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스마트스토어를 먼저 개설하여 반응을 보면서 사업을 키우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경험을 주는 공간으로 확장해 가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전통적 사고관?을 가지고 있던 터라 무조건 오프라인 매장만 생각했고 온라인 몰은 나중에 여유가 될 때 매장 오픈 후에 하기로 결정했다.
나랑 와이프가 오픈 준비 중인 소품판매와 체험샵은 반드시 유동인구가 일정 이상 받쳐 줘야만 가능한 사업이다. 4월부터 우리는 매주 주말마다 아이와 함께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을 중심으로 시장조사를 겸하여 놀러 다녔다. 부동산에 들어가서 1층 5평~10평 규모로 상가를 물어보면 부동산 사람들은 이제 코로나도 거의 끝물이라 들어갈 사업자들 미리 다 들어갔다며 지금 공실도 얼마 없고 많이들 매물 찾는다는 이야기들 뿐이었다.
주말마다 나들이 겸 임장을 계속 다니다가 드디어 원하는 자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경기도 도시에 있는 관광상권인데 나와있는 매물들이 1층이라 모두 권리금은 몇천만 원은 기본이었고 위치에 따라 월세 가격도 꽤나 차이는 났다.
몇 개의 매물 중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약 2주 정도 주말마다 계속 우리가 봤던 지역을 가서 동향을 살폈다. 그런데 봄(5월)이라 날씨도 좋고 주말이다 보니 항시 사람은 많았다. 그리고 매물로 나와있는 매장들도 당시에 계속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하루종일 보진 못했지만 어느 순간 보면 그 작은 매장에 오랜 시간 동안 손님들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몇 번이고 보았다.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의 약 80%는 시각정보에서 들어와 처리하고 있으니 주말마다 몰리는 군중들, 매장에 계속해서 들어가고 북적이는 사람들, 그 상가 주변으로 동종업종도 없어 보이는 위치며 모든 것들이 다 좋아 보였다. 나름 '존문가 모드'로 짧은 시간에 많은 것들을 분석해 가며 희망회로가 또 가동되기 시작했다.
매일마다 퇴근하면 애들을 재우고 아내와 '비상대책 희망회로 회의'를 계속했었다. 거기는 1. 상권이 어떻고 메인길인데 초입이고 2. 저쪽 매물은 위치는 좋은데 안쪽이고 3. 다른 매물은 공사를 싹 해야 해서 돈이 얼마가 더 들어가고 등등 희망과 함께 모든 것을 현실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고민 끝에 한 매장을 계약하기로 했고 계약은 순조롭게 완료가 되었다. 순조롭다고 생각한다 하하. - 그 과정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처음 하는 것이다 보니 사실 부동산을 전적으로 믿기가 어려웠고 권리금이 이 정도 시세가 맞는지도 다른 두 군데의 부동산을 다녀서 같은 매물은 아니어도 전체적인 시세가 어떤지 확인해 보려고 했다.
희한한 게 계약 의사를 밝히고 혹시라도 '권리금을 조금 깎을 수 있는지 물어보면 오히려 그 매물이 곧 계약이 될 예정이라는 이야기는 전국 팔도 어디에서도 다 들은 이야기 아닐까?' 그만큼 너무 무엇인가를 간절히 갈망하면 오히려 멀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부동산 사장님의 말씀에 'Ok'답변을 하고 평일에 연차를 내서 계약하러 갔다. 과감할 땐 과감해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는 것이다.
(처음에 권리금 이야기를 듣고도 권리금을 주는 게 맞는지 불안해서 인터넷으로도 찾아보고 했다. 바닥권리금, 시설권리금, 영업권리금이 있는데 우리는 집기와 인테리어 설비를 받는 것이 아닌 1층 그 위치에 대한 바닥권리금이었다. 사실 권리금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장사가 잘되는 상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근데 그 잘되는 공간이 내가 열어도 잘 될지는 해봐야 아는 것이지만 말이다.)
계약 이후 부모님께서도 오셔서 우리가 계약한 가게를 보시고는 내심 설레는 느낌도 많았던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아버지는 쭉 직장 생활만 하셨고 지금도 직장생활 중이기 때문에 자식이 규모가 크진 않지만 장사 같은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 기대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우리의 매장명, 로고, 콘셉트부터 시작하여 모든 것에 집중하여 아드레날린을 올려 약 한 달반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간 내에 매장 오픈 준비를 해야만 했다. 나는 그때당시 직장생활 중이고 내 직무상 그때가 상당히 바쁜 시기다 보니 실무적인 많은 부분을 아내가 확인하고 준비했다. 그녀는 정말 무엇이든 초스피드맨이다. 그래서 믿음직스러웠고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아내는 수차례를 동대문, 남대문 각각 종합상가를 휩쓸면서 제품에 사용할 자재들을 수배하러 다녔다. 쉽게 구해지는 완성품 같은 것은 가격이 비싸고 만들려고 하면 공임과정이 힘들었다. ㅎㅎ 무엇하나 쉽지 않게 느껴졌다. 발품을 팔아야만 원하는 품질의 물건을 생각하는 가격에 맞춰 구매할 수 있었다. 그래도 하나하나 답을 찾아가며 우리의 것을 그렇게 완성해 가고 있었다.
- 드디어.. 5평이지만 22년 5월 말 고객들을 맞이할 우리의 공간이 생겼다.
사업에 있어서 왕도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 인생조차 정답은 없으니까요. 단, 잘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다면 그 방법들은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소위말하는 '거대한 자본력'을 통한 사업 확장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본을 가지고 시작하기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 혹은 생계를 하기 위해 자영업을 한다던지 창업을 하고 있으니까요.
혹여 창업일기를 보며 뭐야! 월세 얼마인지 안 적었네? 권리금 얼마인지 안 나와있네? 저기 도매처 어딘지 안 알려주네?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본질은 월세가 얼마고 마진이 얼마가 남고 그래서 한 달에 얼마 벌었네가 본질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미 마음부터 고객에게 가치를 주고 싶고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 창업이 아닌 장사꾼처럼 장사를 하고 싶으신 거겠지요. (사실 제가 처음엔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창업일기를 통해 그때 당시의 저와 지금은 저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하나씩 함께 공유하며 생각이 열리는 과정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 꼭 시장조사 하실 때 경쟁업종, 동종 업계 조사하시잖아요? 정확히 보고 싶으시다면 다양한 컨디션에서 조사해 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1. 날씨영향 : 비 오는(눈 오는) 날은 어떤가?
눈, 비 올 땐 배달이 잘되고 날씨가 좋으면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2. 계절별 여름, 겨울엔 어떤가?
여름, 겨울엔 실내로 몰리고 봄, 가을엔 행락지, 관광지로~ 야외로~ 피크닉!
3. 아침 장사인가? 점심인가? 저녁인가?
같은 가격, 같은 품질의 제품도 시간대에 따라 고객이 느끼는 가격감정선이 다르다.
4. 연휴엔 내 업종이 소위 잘 되는 업종인가?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엔 허름한 가게 떡볶이 잘 안 먹겠죠? 문 닫습니다
그 기념일에 다 커플링 하러 갑니다. '풀부킹'입니다.
이와 같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여러 상황에서 판단해 보세요. 희망회로가 아닌 눈을 감고 좋은 상상도 해보면서 계속 답을 찾아가세요. 부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장소에 있는 상권이라도 업종에 따라 성격에 따라 같은 잠재고객을 공유한다 생각하겠지만 타깃이 다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많은 시기에 오랜 시간 동안 보면서 파악한다면 그저 감각적으로 알고 있던 것들도 더욱 자세히 판단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히 주말에만, 특정 피크타임에만 잠깐 보고 구매는 안 하는데 사람만 많은 걸 보고선 우와! 대박이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우리는 모두가 하고자 한다면 해낼 수 있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릇을 만드는데 들이는 시간을 아끼지 마라 (부자의 그릇, 이즈미 마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