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에 첫창업, 창업일기 4편
자, 마침내 개업 당일이 됐습니다. 기대와 달리 가게 앞에 줄이 늘어서 있지는 않더군요. 저희는 아침 8시에 조용히 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첫날에는 저와 하야마가 가게에 나갔습니다. 하얀 새 앞치마를 입고 서로의 옷차림을 체크했죠. 하야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역 앞이라 가게 앞을 오가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모두 힐끔거리기만 할 뿐 그냥 지나치더군요. ‘아, 여기에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열었구나’ 하는 수준의 시선만 보내올 뿐 좀처럼 첫 손님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때의 기분은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모릅니다. 일분일초가 유독 길게 느껴지고, 어쩌면 오늘 장사는 공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치더군요. 그런데 바로 그때, 첫 손님이 나타났습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검은 머리가 인상적인, 서른 초반의 기품 있는 여성이었습니다. 저는 흥분을 억누르면서 첫 손님께 크림 주먹밥과 연어 주먹밥을 건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의 기쁨을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습니다. 겨우 두 개를 팔았을 뿐이지만, 그때부터 ‘이제부터 시작이야!’ 하는 흥분이 솟구치더군요.
- 이즈미 마사토, 부자의 그릇 중에서
창업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처음 준비할 때 희망, 다른 사람은 실패해도 나는 왠지 모르게 성공할 거야 라는 굳은 믿음, 매장 오픈 전 앞을 지나다니며 궁금해하는 사람들 그리고 오픈했을 때 구매를 해준 고객들까지 부자의 그릇 책에서 나온 주인공의 감동은 허구만은 아닐 것이다.
5월 말 전임차인이 가게를 빼주고 나와 와이프는 현충일이 껴있는 6월 첫째 주 주말엔 반드시 정상 오픈을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22.6.1일 ~ 3일까지 3일간의 시간 동안 총력을 다할 계획에 있었다.
6.1일은 선거로 휴일이었고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비어있는 매장으로 출근하여 기존 쇼윈도에 붙어있던 시트지들을 제거하고 바닥을 청소하고 벽면을 깨끗하게 정리를 했다. 7살, 3살 아이들이 있던 우리에게 이땐 부모님의 도움이 절실했고 감사하게도 아버지께서는 같이 매장에 나와 오픈 준비를 함께 도와주셨고 어머니는 우리 집에서 애들을 봐주셨다. 5월달은 매주마다 어머니께서 먼 길을 KTX 타고 오셔서 애들을 봐주면 우리는 주말마다 시장조사와 마지막 상품화 확정과 판매 물건 중 우리가 제작해야 하는 상품들을 제작하는데 할애를 했다.
매장은 5평이었고 우리는 가맹점의 도움을 받는 프랜차이즈 업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알아서 준비해 나갔다. 빈 벽에는 미리 측정해 둔 평면도를 가지고 벽면에 붙일 타공판과 상품을 진열할 가구들, 카운터장, 금고 등 모두 발주하여 미리 대기 중이었다. 우리가 판매할 상품 역시 집에서 차로 옮겨서 준비가 되면 매장에 깔아 둘 준비가 되었다. 매장 커튼을 달기 위해 레일을 달고 벽면 타공판을 붙이고 카운터장과 진열장들을 하나씩 매장에 들이면서 그 형태를 갖춰가고 있었다. 그리고 밖에 우리 매장을 알리는 시트지도 붙였다. (여담이지만 붙이는 시간대가 오후 네시~다섯 시 사이였는데 선거로 휴일이라 그런지 길에 다니는 인파가 많았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매장도 크지 않고 그냥 적당히 하면 어느 정도 되는 거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해보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질 것이다. (물론 돈 주고 다 맡겨서 하면 쉬울?수도 있겠다!) 그렇게 밤늦게까지 밖에서 저녁을 먹어가며 6월 1일에 우리는 어느 정도 마무리를 하고 돌아왔다. 나는 6월 2일엔 회사 일정상 마감날이어서 저녁까지 마감 업무를 마치고 난 후에야 아내가 있는 매장으로 갔다. 그날도 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각까지 우리는 매대에 물건을 깔아 두고 준비를 했지만 절대적인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나머지 마지막 정리들은 6.3(금)에 아내가 매장을 가오픈하면서 완료하기로 했다.
- 3일 만에 오픈하기 위한 집념
* 창업하여 매장을 오픈할 때 매장 계약, 사업자등록증 발급, 인터넷 회선 연결 카드사 등록 등 여러 가지 준비할 것들이 많은데 예를 들어 인터넷 연결만 하더라도 요즘 신축 건물은 상관없겠지만 오래된 건물의 경우 인터넷 연결을 할 수 있는 케이블이 근처에 없어서 그날 설치가 안될 수도 있고 카드사 가맹점 가입도 바로바로 되지 않고 매장의 사진과 입구 사진, 소재지 주소 등을 요구하는데 그렇다면 매장이 미리 준비되기 전까지는 신청도 못하는 것일까?
다행히 우리는 감사하게도 전임차인께 우리 사정을 말하여 우리가 판매할 물건을 가지고 해당 매장에서 사진 촬영하여 미리 카드가맹 신청을 하여 카드사 가맹점 승인이 빠르게 되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유령회사, 이름만 사업자 낸 매장들을 선별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하지만 우리처럼 이렇게 촌각을 다투며 오픈을 해야 하는 경우엔 마냥 우리가 사업장을 다 꾸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이런 부분들도 잘 고민하여 처리해야 한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할 수는 없고 그때그때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올바른 판단을 하여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6월 3일 금요일 나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때 우리 매장은 나머지 정리를 끝내고 오후 5시가 다 되어서야 가오픈을 하게 되었다고 연락을 받아 알게 되었다.
사실 나는 아내에게 오픈하면 금요일이고 사람이 많이 몰릴 수 있으니 처음부터 대응이 잘 안 되면 안 좋은 인상을 줄 수도 있다고 계속 이야기했었다. 그래서 아내의 지인을 그날 알바로 불렀고 흔쾌히 도움 주러 오겠다 하여 와 주었다. 이제 고객분들만 오면 된다! 우리가 몇 달을 고민하여 준비했고 동종업계에 대한 많은 조사와 입지 선정 등 여러 가지를 자신감 있게 차별화 전략까지 짜서 사력을 다해 준비한 것 아닌가? 오후 8시가 조금 넘어서 드디어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나 : "여보! 사람은 좀 왔어?"
아내 : "어.. 오긴 왔어"
나 : "어땠는데?"
아내 : "한 개 팔았어 1,200원"
그렇다 우리는 첫날 가오픈으로 약 두 시간을 오픈했고 1200원을 팔았다.
그렇다 나는 사업을 한 사람도 아니고 여태 11년간 직장생활만 해온 사람이다.
며칠간의 매장오픈 준비로 육체적 피로와 더불어 아드레날린 분비를 끌어올리며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함께 심했을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