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기 5
6.3일 금요일 가오픈하고 2시간이긴 하지만 단 1,200원만 팔았다. 물론 우리는 사람들이 매일 먹는 식품을 판매하지도 음식점도 아니다. 또한 프랜차이즈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전에 무슨일을 하여 브랜딩이 돼 있지도 않았다. 그렇다. 아이디어만으로 사업이 성공궤도에 바로 오르진 않는다. 처음 매장을 열면 나의 고객이 '0'명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을 절대 잊으면 안된다.
가오픈 당일엔 두시간 정도밖에 문을 연게 아니였으니 6월4일부터 ~ 6월6일 현충일까지 시작되는 연휴를 제대로 해보자는 각오를 다지고 나는 와이프와 함께 토요일 아침 매장 출근길에 올랐다.
직장인에겐 현충일이 껴있는 월요일까지 황금연휴였겠지만 나는 이제 평일엔 직장인이자 주말엔 아내와 함께 매장을 하나하나 일궈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혹시라도 주말에 고객이 몰려 대응이 되지 않는 상황이 올까봐 또 처음인데 혼자 있으면 어려움이 있을수 있으니 한동안 주말엔 같이 출근하기로 했다. 그 동안 부모님께서는 감사하게도 매주 주말마다 올라와주셔서 그동안 우리 두 자녀들을 돌봐주셨다.
한번도 안입었던 새옷을 입고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말을 가다듬으면서 아내와 함께 이럴땐 어떻게 할까? 저럴땐 이렇게 해야지! 하며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한시간이 넘는 출근길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매장에 가까워질수록 들썩들썩거렸다. 그만큼 신이 나신 거겠지.
가게문을 열고 우리 맞은편에 계신 음식점 사장님께도 잘 부탁한다며 인사 깍듯하게 드리고 12시에 오픈을 시작했다! 6월초이지만 날씨가 그렇게 덥진 않았고 사람들은 이번 연휴가 마지막 봄 날씨를 즐길 마지막 기회라 생각했는지 밖에 사람들은 많이 돌아다녔고 들썩거리는 기운이 매장안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출근해서 매장을 쓸고 걸레로 닦고 모든 준비는 되었다. 고객이 왔을 때 당황하지 않기 위해 미리 카드 결제도 잘 되는지 포스기도 내 카드로 결제도 해보았다가 다시 환불도 해보고 카카오페이로 결제 했을땐 바코드 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아내가 알려주는대로 배웠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도 했다.
12시에 오픈하여 슬슬 시간이 오후 두시 - 세시 - 네시 그리고 다섯시로 갈수록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다. 첫날 와이프 친구도 도움을 주고자 방문해주어 좁은 매장에 손님들이 붐빌 때는 앞에 나서서 설명도 해주고 고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몇 시간 동안 고맙게도 큰 도움을 줬다. 이곳 매장은 따로 식사할 곳도 마땅치 않다. 그래서 뒷마당으로 가서 김밥 한줄씩 교대로 먹고 와서 일을 했다. 어느덧 오후 8시가 되었고 우리는 첫 주말의 토요일을 오픈하고 마감을 했다.
부끄러운 말을 하자면 무지하면서도 어리석은 생각으로 사실 처음 매장을 오픈하기 전엔 그냥 문을 열면 알아서 사람들이 줄을서서 기다릴줄 알았다. 자기객관화가 덜 된 탓일 것이다. 아이템도 신박하다 생각했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관광지 같은 곳에 하면 당연히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 생각했다. 자영업을 시작하고 나서 자영업 하시는 분들도 '참 대단하시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냥 여러모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는 직장을 다녔기 때문에 토요일에 내가 내 매장을 나갈때도 회사로 치면 일당이 얼마정도 수준인데 최소 얼마의 매출이 나와야만 고정비, 왕복 100km가 넘는 차량교통비 물품대 부가세 등을 제외하고 남을수 있을지 계산을 늘상 했었다. 물론 분석하고 대비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땐 자꾸 손익에 대한 생각만 계속 했었던것 같다. 그렇다. 그땐 땅에 콩 심으면 하루만에 콩나오고 팥심으면 그 다음날 바로 수확 하는줄 알았던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이제 고작 내 사업의 씨앗을 전부도 아니고 미약한 아주 조금만을 흩뿌렸을 뿐인데 말이다.
연휴 둘째날인 일요일에도 어김없이 나와 와이프 둘이 같이 출근했다. 연휴 첫날엔 사람들이 많이 외지로 놀러 나가니까 일요일엔 미리 돌아오는 사람들이 유입될수도 있고 교회 예배 후에 주변나들이 가기도 하니 많이 올수도 있다는 등의 뇌피셜을 가동시키면서 매장으로 길을 나섰다. 사실 둘째날도 나랑 와이프는 토요일과 비슷한 수준의 금액을 팔았다. 실망할것도 기쁠것도 없었던 정도 딱 고생한 만큼 이었다 생각이 들었던것 같다.
그렇다고 맥이 풀려 있거나 모든 희망이 끝난것처럼 행동한것은 아니었다. 지금 사람들이 왔을때 관심있게 들어오지만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을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할까?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만족해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퇴근후 집에와서 아내와 계속 복기했다. 내일은 현충일 연휴 마지막 날인데 주말 2일동안 매장을 운영해본 결과 사람들이 물건을 고르는 모습을 밖에서는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고 우리의 물건들을 창가쪽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6일 아침이 밝았고 아침에 출근하자 마자 레이아웃을 바꾸어가며 매장 한가운데 있던 상품들을 통유리 창문 앞으로 우리의 판매상품들을 배치하고 진열했다. 그 결과 (그 결과 때문만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현충일 매출이 지난 이틀간(토~일) 다 했던 매출만큼의 판매를 하루만에 이뤄냈다. 그 매출액은 8개월이 지난 23년 1월 기준에서 top 10 안에 들어가는 매출액이다.(23년 봄이 오면서 이 매출 기록도 사실 갈아치워 top 10에서 점점 멀어진지 오래지만 말이다.) 물건도 제대로 준비된 것도 없고 빠르게 개업을 위해 기존의 인테리어를 최대한 활용하며 매장준비를 최소한으로 마치고 오픈을 준비하여 가게가 다소 부족한 부분이 많았는데도 이뤄낸 성과다 보니 기쁨이 더 컸던것 같다.
이것은 단, 오픈 4일만에 내가 생각했던 주말 매출액의 최소 기준치 정도를 달성한 것이다. 신이났다. 신이나서 우리 부부는 한 이야기를 또하고 또 하면서 오늘의 승리에 흠뻑 취해 있었다. 실제로 퇴근하고 맥주도 마시면서 취했다. 그렇게 사람마음이 단 하루의 매출에 기분이 올라갔다. 이 보다더 좋은 밤은 없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 정도 수준이 주말 매출액의 최소니까 앞으로는 계속 이 매출 이상을 찍고 우상향 해야 한다는 생각을 넘어서서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3일 연휴를 매장에서 보내고 다음주 나는 직장으로 출근을 했다. 평일엔 아내혼자 가게로 출근을 했다. (아이들은 유치원, 어린이집을 보내고 오후에 내가 5시에 퇴근하면 아이들을 하원시켰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어떤날은 평일인데도 주말 하루 정도의 매출을 온전히 해낸 날도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건가? 분석할 틈도 없이 우리는 그렇게 취하고 또 취해갔다.
장사가 잘 될땐 - 나는 회사도 회사대로 바빴지만 주말엔 매일같이 내 매장에 출근하느라 쉬지를 못했다. 그래도 좋았다. 이대로만 가면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았고 당장이라도 회사를 퇴사할 수 있을것 같았다. 하지만 어떤날은 매출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왜 그러지? 원인이 뭘까?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은 없었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도.. Tool도 없었다.
단지 나의 확증편향적인 생각과 편협한 정보에 근거하여 분석할 수 밖에..
그렇다보니 장사가 잘 되도 안되는 날이 분명히 또 있을 것이기 때문에 불안감도 계속 커져갔던것 같다. 살면서 크나큰 실패를 맛 본적도 별로 없었지만(사실 입시, 취업 말고는 도전한적 조차 없었다는 말과도 같을수도 있다.) 아마 절대로 실패해선 안된다는 불안감이었겠지?
'괜찮아! 비가 와서 그런가봐. 첫 개시가 안되서 그런가봐. 오늘은 운이 안좋았나 봐.'
장사가 안 될땐 - 저조한 매출이 곧 나의 기분을 뒤흔들었고 어쩔땐 나 자신 '그 자체'가 된 것 같기도 했다. 이게 뭐라고... 그땐 그랬다. 지금은 그러지 않으려고 모든 마음 상태를 점검하고 아침 긍정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때 내가 받아들일수 있는 그릇은 확장되는데 그땐 눈 앞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거기에 옭아매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1년의 직장생활이 매일매일을 급급하게 처리하는 나로 만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음식점도 아니고 프랜차이즈도 아니고 브랜드도 아직 확립이 된것이 아닌데 그래도 첫달 나름 선방을 했다. 누군가는 개인 사업은 처음 몇년은 투자한다 생각하고 손해 볼 것 각오해야 해야 한다고.. 또 누구는 월세는 나오기냐 하냐고 걱정 아닌 걱정도 해줬다. 물론 첫 달이다 보니 필요한 비품을 계속해서 추가하고 고객들이 새로운 물건을 찾을때마다 빨리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가져다 놓아야만 고객들의 발길을 잡을수 있을것이라 생각하여 물건 품목(SKU)과 재고가 계속해서 늘어났고 지출이 큰 한달이긴 했다. 그렇지만 어차피 다 팔릴 것이고 유통기한이 없는 제품이니 문제 없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달을 무사히 선방하고 우리는 7월로 접어들어 매장운영 2개월차가 시작되었다. 여름이 온다는 것은 사람들이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는 다는 것을 뜻하고 더워진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고 싶은 생각이 안든다는 것이다. 물건을 살 에너지조차도 남아있지 않은 여름이 오고 있었다.
겪어보지 않았으니 몰랐다. 한여름 더위가 로드샵을(실내몰 아닌) 운영하는데 이정도 파급이 있을 줄은 말이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것이었기에 모든 것을 다 몸으로 받아내야 했고 경험으로 체득해야만 했다. 자영업자의 수렁에 빠져든 것이 아니라 나는 그 길로 스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