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섬에서
출근길에 미처 다 깨지 못한 잠을 따스한 햇살이 깨워주는 하루였다.
이때는 차도 없어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생각해 보면 오히려 이때가 더 여유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창 밖을 보며 햇살을 느낄 수도 있고
바람에 스치듯 지나가는 풍경을 잠시나마 멈추듯 볼 수도 있고...
차를 몰고 다니는 지금은
앞만 보고 달려가기 바쁘다.
성질 급한 동네에서 운전을 배운 나에게
도로 위의 정지는 답답한 순간으로 다가오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차가 없던 순간의 나는
도로 위의 정지를 소중한 순간으로 만들기 마련이었나 보다.
누군가에겐 답답한 속도이지만
누군가에겐 열심히 달려가는 속도이듯
그 시절 나는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교통섬은 운전자들에겐 크게 존재 유무를 신경 쓰지 않는 존재에 가깝다.
하지만 걷는 사람에겐 도로 위의 잠깐 멈춤이다.
차가 오면 잠시 멈추고 다시 걸음을 재정비하는 곳.
나는 이 교통섬에서 내 삶을 재정비하고 있지 않았을까.
정지 신호를 보며
내가 지금 이렇게 나아가도 괜찮은 것일까.
잘하고 있는 것일까.
내 삶은 지금 어디로 나아가는 것일까.
교통섬은 나에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내 출발 신호가 나타난다.
괜찮아.
하고 싶은 대로 해봐.
잘하고 있어.
그렇게 교통섬에서 위로도 받았다.
그리고 이내 도로 위는 성탄절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빛나는 것 같았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잠깐 멈춰서 정비하는 순간일 뿐이지.
빨간 불에 잠깐 멈췄다가
초록 불에 다시 출발하면 된다.
그러니까
다시 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