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기도, 차갑기도 하다
새해가 다가서고 겨울이 지나갈때쯤
늦은 겨울비에 오래된 시장의 온기로 몸을 피한다.
이제 갓 찐 만두의 따스함과 발을 멈추게 하는 빵냄새에
젖은 카메라와 어깨를 쉬어본다.
예전에는 동네 빵집이 꽤 많았다.
그렇게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가격에, 그렇게 맛없지도 맛있지도 않은 그저그런 맛의 빵들이지만
손에 천원짜리 꼭 쥐고 신중히 빵을 고르는 소년을
지긋이 바라봐주던 눈빛은 여전히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런 눈빛은 따스히 쪄 오르는 고구마와 옥수수에도 있었고
뭉근히 익어가는 어묵과 바삭히 튀겨지는 노란 튀김에도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눈빛들이 차가운 겨울비에 다 씻겨 내려갔나보다.
분명 모습은 예전 그대로인데
온기를 품은건 고구마와 옥수수와 어묵과 튀김들 뿐이다.
예전의 따스함을 기억하며
다시금 시장을 찾았을때 마주하는 것은
차갑게 식어버린 눈빛들과 음식들 뿐이다.
대형마트보다 싸게 살 수 있던 가격과
시장에서만 보여지던 흥정과 덤은
차가운 겨울비에 다 씻겨 내려간 듯 하다.
싱싱한 생선의 활기와
저녁거리를 고민하며
굵은 소금친 고등어 한마리 사가던 아주머니의 손길은
이제는 낡아버린 저 수레마냥
오래되고 비릿한 추억이 되어버렸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집으로 모든 것이 배달이 되는 시기에
축축한 바닥을 찰방거리며 생선냄새를 뚫고 고등어, 명태 한마리 사러 오는 이 누가 있을까.
이제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생선가게의 고양이 뿐
오가는 발걸음이 없으니
고양이도 새로운 사람의 걸음걸음을
꼬리 흔들며 다가온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아직도, 지금도
오래되고 낡은 시장은
할머니 손을 잡고 저녁장을 보러오는 소중한 곳이며
따스한 옛 추억을 만들어 나가는 걸음걸음이다.
중간중간 만나는 눈빛과 음식들은
아직도 따스하고 활기를 띄고 있다.
그렇기에 시장은
오랜 시간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낡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향기를 가지고 있는
시골에 있는 할머니의 집처럼
갈수록 피부에 느껴지는 온기는 사라지지만
마음에 느껴지는 온기는 남아있는것 처럼.
늦은 겨울에 내린 이 비는
시장의 따스함도
시장의 온정도
다 씻어가 버렸지만
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걸어가는 작은 소녀의 발걸음으로
새로운 따스함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봄이 오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