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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나무 May 31. 2019

출산 후 복귀 부적응자의 참담함

존버

일의 의미를 잃어버린 나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해보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나는 누구보다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지금도 유튜브, 브런치, 블로그, 인스타 등 스스로 일을 만들어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잠시도 쉬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런 내가 왜 슬럼프에 빠졌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퇴사가 답일까, 이직이 답일까, 사업이 답일까, 이런저런 대안들을 모색해보지만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90일의 출산휴가 동안 나는 도태되었고 복귀한 지금도 도태되고 있.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배제되면 배제되어 괴롭고, 참여하면 들러리를 서는 것 같았다.


임신했을 때에도 출산 후 복귀했을 때에도 회사에서는 나를 많이 배려해주었다. 내게 주어진 업무 분명 나를 배려해준 회사의 결정이었을 테지만 나는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점점 더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친 못난이가 되어가는 것 같아 괴롭다. 10년 후 업계에서 승승장구하는 커리어우먼의 꿈에서 멀어져 가는 오늘의 나. 갭이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이 갭을 메울 수 있는 기회가 올지 막막하다.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어딘가로 도망친들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 같았다.


걷는다. 걸으면 생각이 좀 전환되기 때문이다. 걷고 또 걷는다. 근데 생각은 쳇바퀴를 돌듯 그대로다. 아무리 날고뛰어봤자 제자리다. 나만 지칠 뿐이다. 생각은 어디론가 이동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만 맴돌 뿐이다.


살다 보면 긴 터널을 지나는 것 같을 때가 있는데 내겐 지금이 그렇다. 희망적인 글을 고 싶은데 자꾸 결말이 어둑어둑해진다. 바람이 분다. 흔들리며 피는 꽃 한 송이의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야지.


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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