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분명 초저녁에 잠들었는데 왜 피곤하지. 새벽 1시에 아기가 배고프다고 깨서 분유를 먹였다. 그리곤 남편이 잠들지 못하는 아기를 한참 달랬다. 밤새 칭얼거리는 아기를 확인하느라 잠을 설쳤다. 공갈젖꼭지도 물려주고 차 버린 이불도 덮어줬다. 아 그래서 피곤했구나. 왜 피곤한지 이유를 찾는 건 쉽다.
새벽 5시, 아기가 엄마와 아빠를 깨운다. 남편은 준비를 마치고 일찍 출근을 한다. 나는 분유를 타서 아기 손에 쥐어주고 후딱 설거지를 해치운다. 아기가 분유를 다 먹으면 비닐봉지, 물병 등 각종 부엌살림을 아기 앞에 놀 수 있게 가져다주고 나는 욕실로 들어간다.
욕실 문은 열어 놓은 채로 샤워를 한다. 아기가 욕실로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므로 그전에 끝내야 한다. 보통 10분 안에 마친다. 머리에 샴푸를 문지르며 아기를 한 번 확인하고 몸에 비누를 문지르며 아기의 동태를 또 한번 살핀다.
쏜살같이 샤워를 마치고 휙휙 머리 물기만 제거 후 서서 시리얼을 말아먹는다. 그리고 아기 준비를 시킨다. 옷을 갈아입히고 재빠르게 짐을 싸서 친정으로 향한다. 아기가 유모차를 거부하는 날이면 울음바다를 건너야 한다. 15분가량 걸어 친정에 도착한다.
유모차로 가면 아기띠로 안고 가는 것보다 낫지만 언덕이 많은 이 동네에선 뭐로 이동하든 힘이 든다. 친정까지 가는 길이 유독 춥거나 더운 날이면 폐차 경력과 여러 사고 경력을 가진 나일지라도 얼른 운전연습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절로 난다.
친정에 도착하면 나의 손이 덜 바빠진다. 할머니가 물고 빨고 손주를 주무르는 동안 나는 소파에 들러붙어 어젯밤과 오늘 아침 일과를 읊는다. 저녁에 아기가 응가는 했는지 무슨 색이었는지 오늘 분유는 남기지 않고 다 먹었는지 몇 시에 먹었는지. 엄마와 나의 대화는 아기로 시작해서 아기로 끝난다.
매일 밤 눈물로 지새웠다는 엄마, 날마다 아기랑 같이 울었다는 엄마, 출산의 고통보다 끝나지 않는 육아가 더 힘들다고 했던 엄마, 출산 전 읽었던 그 수많은 엄마들의 육아 후기가 떠오른다. 이제는 내 얘기가 되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쉽게 연대감을 느끼고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내 인생은 아기가 태어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나뿐만이 아니라 남편의 삶에서도 아기의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의 삶에서도 그런 거 같다. 아마 이 세상 모든 엄마, 아빠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이런 삶은 상상도 못 해봤다. 좋은 의미에서 그리고 힘든 의미에서. 가끔 내가 왜 이렇게까지 사나 싶다가도 아기의 빵끗 웃음과 날로 늘어가는 재롱을 보면 피로가 개운하게 가시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물론 피로는 쉴 틈 없이 또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