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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나무 May 16. 2019

버티는 육아에 대하여

육아와 일을 병행한다는 것

출산휴가 90일을 보내고 복직한 지 벌써 7개월이 지났다. 엊그제 복직한 거 같은데 반년이 넘게 흘렀다니. 물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로 복직하여 하루 4시간만 근무를 하니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나갔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직도 업무복귀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


빠르게 풀타임으로 전환하고 싶었지만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 시간제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보기도 했지만 아이가 자지러지게 운다고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오며 적응에 실패했다. 아이는 친정에서 시가, 시가에서 친정으로 옮겨 다녔다. 도와주는 손길이 있어도 육아는 쉽지 않았다. 아이가 옮겨 다니는 횟수만큼 내 마음도 갈팡질팡했다.


3살 때까지는 엄마 손으로 직접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모성신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창 커리어를 쌓을 나이에 경력단절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부터도 쿨하지 못하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남편에게도 미안하다.


딸을 결혼시켰으니 엄마로서의 업은 다 끝났다고 기뻐하던 엄마에게 다시 육아노동을 얹혀 주었으니 친정엄마에게도 미안하다. 친정엄마가 사정이 안될 때 가끔 손주를 봐주시는 시엄마에게도. 미안해야 할 사람들이 많아졌다. 아이를 낳았을 뿐인데 나는 죄인이 된 기분이다. 미안해하는 대신 고마워하면 될 일을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왜인지 모르게 죄책감에 휩싸이곤 다. 엄마라는 이름이 무겁게 느껴진다.


엄마에 대한 애착이 늘어난 아이는 출근길 내 바짓가랑이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아기와 눈이 마주치면 내 눈가가 그렁그렁해진다. 아이가 헐떡이며 '엄마 엄마'라도 외치는 날이면 결국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출근길에 오른다.


일도 적응 안되고 육아도 안되고 반쪽짜리 직원, 반쪽짜리 엄마로 살아야 하나. 이대로 가다간 빵점짜리 엄마에 무능력한 직원이 될  같다.


아기가 돌이 되기 전 이 시기를 버텨야 한다는데 진짜 버티면 해결되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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