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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나무 May 28. 2019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가

날씨가 좋은 주말, 남편과 한옥마을을 걸었다. 연애 때 느낄만한 간질간질한 감정이 올라올 법한데 하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생각이 안 난다. "우리도 그런 때가 있었나?" 하고 남편에게 물었다.


남편은 우린 없었다고 했다.

우린 처음부터 부부였다고.


그럴 리가.



사실 우리는 연애도 신혼도 짧았다.

서로를 알아가기도 전에 아이가 우리에게 찾아왔고 우리 둘만의 시간을 갖기도 전에 셋이 되었다.


결혼 후 환상이 깨지지 않았던 건 아마 애초에 남편에 대한 환상이 쌓일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른다.


아기가 태어나고 바로 전쟁 모드로 들어갔다.

우리 부부는 결혼하자마자 1개월 이내에 임신이 되어 바로 전우가 되었다. 잘 수 있을 때 자고 먹을 수 있을 때 먹다 보니 부부가 같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낭만적인 시간은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아기가 자는 시간에는 기절해서 자고, 아기가 깨어 있는 시간에는 한 명은 집안 청소 및 각종 일처리, 다른 한 명은 아기를 맡는다.


남편이 물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사랑은 없고 이제 의리만 남은 건가?"


"아니 전우애."


내가 덧붙였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가. 결혼한 지 1년 반이 좀 넘은 부부에게 던져진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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