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펑펑 울고 싶은 날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우르르 쾅쾅 비라도 시원하게 내리면 좋으련만, 무심한 하늘은 쨍하다.
그래도 감정이 무채색인 것보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가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때면 내가 세상에서 없어지는 기분이 든다.
차라리 없어지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한 때는 반 고흐처럼 예술가의 감성을 가져서 글이 잘 써지니 좋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건 바깥세상에 대해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거고
그게 부득이하게 이 사회에선 개복치라고 표현될 뿐이라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것처럼 나의 삶은 위태로웠다.
이러다 내게 남은 날이 얼마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다.
그런 생각이 다시 나를 살게 만들었다면 좋았으련만 내 삶은 금세 일상으로 돌아왔고 별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오늘도 똑같이 이불을 개고
출근을 하고
아기를 돌본다.
이게 삶이라는 걸 배울 뿐이다.
삶이 달라지지 않아도 사는 법을 배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