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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나무 May 30. 2019

수고했어 오늘도

내게 필요했던 인정의 말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하늘에서 툭 떨어지듯 깨달음이 왔다. 그동안 내가 인정을 받지 못해 힘들었던 거구나. 아내로서, 엄마로서, 직원으로서, 친구로서, 그 어떤 나도 인정받지 못해서 그랬구나.


미국의 심리학자 게리 채프먼은 사랑의 언어에 5가지가 있다고 한다. 인정하는 말, 스킨십,  함께하는 시간, 봉사, 선물. 그중에서 나는 인정하는 말을 들어야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유형이다.


하지만 엄마가 되면서 기저귀 갈기, 모유 수유하기, 목욕시키기 등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었고 누구에게도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 육아는 나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이 하는 일이니까. 이건 내게 주어진 디폴트 값이었다. 한다고 칭찬받는 일이 아니었다.


하루를 고되게 보내도 내겐 당연한  했을 뿐이라는 시선이 주어질 수밖에 없었다.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받던 관심과 배려는 육아기간엔 받지 못했다.


회사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내가 복귀하니 회사는 판이 바뀌어 있었다. 내가 맡고 있던 롤은 증발했고 변두리로 밀려난 느낌이었다. 타이틀만 팀 리더이고 일의 주도권을 빼앗긴 것만 같아 상실감이 컸다.


어디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나는 물을 먹지 못한 식물처럼 바짝바짝 말라갔다. 이런 나의 깊은 욕구를 나조차도 알아주지 못했으니.


미안해, 수고했어.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러니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


스스로를 토닥이며 그동안 못 전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마음이 뜨거워졌다. 와르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데 꾹 참고 남은 발걸음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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