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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치우 Nov 20. 2022

글은 주제 문장의 변주이다

라는 글 또한 하나의 유비이다. 


1. 글은 주제 문장의 변주이다. 


1.1. 글은 주제 문장의 변주라는 측면에서 음악과 비유될 수 있다: 만약 작곡가가 음악을 만들 때 모든 줄에 새로운 주제를 담아야 하다면 작곡이란 대단히 어렵고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한편으로 작곡가가 음악을 만들 때 모든 줄에 새로운 주제를 담는다면 청취자는 작곡가가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었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음악이라기보다는 소음에 가까워질 것이다, 그것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되려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라는 문장은 물론 음악의 본질이 청취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문장이 아닌 맥락을 볼 수 있다). 


1.2. 글에 있어서 변주란 무엇인가? 사전에서는 어떤 주제를 바탕으로, 소재ㆍ형태ㆍ방식 따위를 변형하여 표현하는 것을 변주라고 한다. 글에 있어 변주는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가? 하나의 예시: 그는 그녀를 사랑한다, 그의 시선은 계속해서 그녀를 향한다, 그는 그녀가 바보같은 행동을 할 때에도 속으로 빙그레 웃음 짓는다, 그는 스스로를 생각하는 것만큼 아니면 그 이상으로 그녀에 대해 생각한다, 그의 그녀에 대한 감정은 무조건적이다, 그가 그녀를 생각하는 것은 어떤 구체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에게서 무엇인가를 뺀다고 해서 그의 그녀에 대한 마음이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그의 그녀에 대한 감정은 어떤 요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그녀는 {x, y, z}이기 때문에 그가 그녀를 사랑하고 {x, y}라면 그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1.2.1. 어떤 측면에서 위의 예시는 대단히 비효율적이다: 그것은 그가 그녀를 사랑한다, 라는 간단한 문장을 단순히 변형하며 늘려 쓴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어떤 측면에서 그와 같은 비효율성은 본질적이다: 우리의 사고는 그와 같은 끊임없는 변형과 유비의 고리 위에서 작용하고 있다, 그와 같은 비효율성은 사실 비유하는 우리의 능력에 기초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와 같은 비효율성과 함께 할 때 되려 편안하다. 


1.3. 그러므로 글은 또한 요약될 수 있다. 


1.3.1. 글의 요약은 마치 펼쳐진 마인드맵을 접는 것과 같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마인드맵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그와 같이 정리된 생각은 층위를 가진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자세히 설명하고자 할 때 그 마인드맵의 가장 낮은 층위까지를 보여준다, 반대로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간략히 기술하고자 할 때 그 마인드맵의 낮은 층위들을 가린다; 다시 말해 낮은 층위들을 생략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음악의 주제만을 보여주고 그 변형은 생략한다. 


2. 우리의 사고 체계는 비유-친화적이다. 


2.1. 우리의 사고 체계가 비유-친화적이기 때문에 우리의 글 역시 비유-친화적이며, 우리의 음악 역시 비유-친화적이고, 우리의 그림 역시 비유-친화적이고, ... 우리는 큰 구조 안에 작은 구조를 만들면서 작은 구조에서 큰 구조가 축소된 형식으로 반복되게 한다(우리는 또한 프랙탈-친화적이다).  


2.2. 우리는 자동차의 앞면과 뒷면에서 사람의 얼굴을 본다, 우리는 물병에서 로켓을 본다, 우리는 소행성에서 감자를 본다, 우리는 '강아지는 출입할 수 없습니다'는 규정에서 '늑대 역시 출입할 수 없습니다'는 규정을 읽어낸다, 우리는 '자유주의'라는 문장에서 순환하는 모순을 본다(자유 '주의'라고 하였을 때 자유 그 자체는 자유가 아니다). 


2.2.1. 우리는 익숙한 개념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 무엇인가를 볼 때 세부적인 차이를 생략하고 본질적인 공통을 보며, 그 결과 무엇이 무엇과 유사하다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비유-친화적 사고 체계의 본질은 세부적인 항목을 가리고 본질적인 항목을 보는 능력, 다시 말해 구체적인 것들에서 색을 지워내는 [탈색화] 능력에 기반하고 있다. 


2.3. 우리가 무엇인가를 만들 때 우리는 무엇인가를 볼 때 이루어지는 과정의 역-과정을 진행한다. 


2.3.1. 우리는 무엇인가를 볼 때 세부적인 항목을 지워나가면서(탈색화) 본질적인 것들을 읽어내고, 그와 본질을 공유하는 유사한 것들을 알아차린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때 세부적인 항목을 더해가면서(염색) 변주곡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하나의 주제 문장으로부터 하나의 곡을 만들어낼 수 있다. 


3. 이 글은 이 글 자체의 예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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