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 매기기와 생각의 방식
3. 우리는 어떻게 번호를 매기는가?
3.1. 이 질문은 간과되어서는 안되는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번호를 매기는 방식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3.2.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어떤 개념을 하위 개념으로 분할하는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고, 어떤 개념을 상위 개념에 포섭하는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어떤 개념을 유사한 개념들과 비유하는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
3.2.1. 우리는 첫번째와 두번째 방법에서는 범주의 층위를 가정하고 있으나, 마지막 방법에서는 범주의 층위를 가정하고 있지 않다.
3.3. 대부분의 교과서는 어떤 개념을 하위 개념으로 분할하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3.3.1. 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이미 이해하고 있는 어떤 개념을 설명할 때 그 개념을 하위 개념으로 분할하는 방식을 자주 활용한다.
3.3.2. 우리가 민법을 공부할 때 우리는 총론, 물권, 채권으로 나누어 배운다. 우리가 형법을 공부할 때 우리는 구성요건, 위법성, 책임으로 나누어 배운다.
3.3.2.1. 그러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이 목차를 적는다: “1. 민법 1.1. 총론 1.2. 물권 1.3. 채권”
3.3.2.2. 또한 우리는 다음과 같이 목차를 적는다: “1. 형법 1.1. 구성요건 1.2. 위법성 1.3. 책임(혹은 1.1. 총론 1.2. 각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예시이다)”
3.3.3. 우리가 개미에 대해 누군가에게 설명할 때 우리는 개미의 머리에 대하여, 가슴에 대하여, 배에 대하여 순차적으로 이야기한다.
3.3.4. 이와 같은 사례들에서 1.에 해당하는 개념은 1.1.에 해당하는 개념 1.2.에 해당하는 개념 ... 의 합으로서 설명된다(분할된다).
3.3.4.1. 이 경우 1.의 하위 항목이 1.1. 한 가지일수는 없음은 직관적이다. 어떤 개념의 분할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2개 이상의 하위 개념이 요구된다.
3.4. 한편으로 우리는 어떤 개념을 상위 개념의 공통 부분으로서 설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어떤 집합을 상위 집합의 교집합으로서 설명할 수 있다(이때의 집합의 의미는 엄밀한 집합의 의미보다 넓게 사용되고 있다).
3.4.1. 우리가 어떤 친구에 대해 설명할 때 우리는 그 친구는 키가 크다, 그 친구는 달리기를 잘한다, 그 친구는 사교적이다, 그 친구는 이타적이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설명할 때 그 친구는 키가 큰 사람이면서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이고 사교적인 사람이면서 이타적인 사람이다.
3.4.1.1. 이와 같은 설명은 3.c.에서 사용되었던 분할의 방식과 다르다는 점은 자명하다. 그 친구를 키가 큰 부분, 달리기를 잘하는 부분, 사교적인 부분, 이타적인 부분으로 쪼갤 수는 없으므로.
3.4.2. 이와 같이 포섭하는 방식으로 사고를 전개해나가는 경우 1.의 하위항목으로서의 1.1.과 1.2.과 ... 은 1.의 상위개념이다.
3.4.2.1. “1. 어떤 친구에 대하여 1.1. 키가 큰 사람에 대하여 1.2.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에 대하여 1.3. 사교적인 사람에 대하여 1.4. 이타적인 사람에 대하여”
3.4.2.2. 포섭하는 방식으로 사고를 전개해나가는 경우에도 전술된 분할하는 방식으로 사고를 전개해나가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하위항목이 1개일 수는 없다(2개 이상이어야 한다). 이것은 어떤 개념을 상위개념의 교집합으로 설명한다는 정의에 비추어 자명하다.
3.5. 마지막으로 우리는 어떤 개념을 유사한 개념들과의 비유를 통하여 이야기한다.
3.5.1. 이 방식은 3.3.의 분할하는 방식과 3.4.의 확장하는 방식에 비하여 비정형적이다. 비유하는 방식은 그 비정형성 때문에 어려우면서 강력하다.
3.5.2. 우리는 낙타의 삶에서 사자의 삶으로, 사자의 삶에서 아이의 삶으로 나아간다, 라고 말한다. 그와 같이 이야기할 때 우리가 그 문장을 문장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우리는 낙타의 삶, 사자의 삶, 아이의 삶이란 하나의 비유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안다.
3.5.3. 우리가 비유를 통하여 이야기할때 범주간의 위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3.5.3.1. 우리는 범주간의 위계가 동일한 것이 아니라 범주간의 위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가 비유를 통하여 이야기할때(우리가 관련성을 통하여 이야기할때) 1.의 내용과 1.1.의 내용은 상위 또는 하위의 개념의 관계에 있지 아니하다.
3.5.3.1.1. 그러므로 우리가 비유를 통하여 이야기할때 1.의 하위항목은 1.1.하나일 수 있다. 이것이 분할하는 방식, 포섭하는 방식과 비유하는 방식이 가지고 있는 번호 매기기에서의 중요한 차이 중 하나이다.
3.6. 이 글은 비유하는 방식으로 기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