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첫순간 Oct 30. 2023

[또 다른 영화관Ⅳ]-너와 나

※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묘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보면 볼수록 '우리들(2016)'의 성숙하고 서정적인 버전으로 다가왔다. 여학생이라면 한 번쯤 겪을법한 평범하면서도 사적이고 특별한 경험을 그렸다고 할까.

일상적인 내용의 특성상 모순된 표현이지만 오글거리면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별 거 아닌 이야기를 하다가 티격태격하고 이내 또다시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한편으로는 유치한 말투를 듣고 있으면 연기가 미숙한 듯 싶다가도 어느새 몰입해 너털웃음이 나온다.


"이 글을 읽고 네 마음이 달아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마음이 너에게 가닿을 수 있을까 …… "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내 마음이 너와 같지 않을까 봐…… /나도 너랑 같아."


    사랑과 우정 사이 같은 느낌보다는 우정도 사랑의 한 종류라고 말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세미가 '체념'을 부르는 장면에서 다른 친구들이 먼저 부른 노래가 '썸'이었는데, '체념'뿐만 아니라 이 선곡도 의도한 느낌이 들었다. 하은의 소꿉친구도 대사에 자주 언급되고, 중반 이후에 비중이 적지 않아서 주인공이 사실상 세 명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를 대하는 태도나 대화 내용을 보면 남자 없는 삼각관계로 보인다.


    세미가 하은과 다투고 난 뒤 같은 반 다른 친구들과 함께 다니는 일련의 장면에서 나머지 두 친구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세미와 하은의 다툼과 겹쳐 보였다. 어쩌면 그 모습을 통해 세상에는 수많은 세미와 하은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영화에 대해 많이 알고 관람한다고 해도 큰 영향을 줄 정도의 스포일러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달리 말하면 흐름이 단조롭다. 하지만 이야기가 사소한 만큼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작품이라는 부분이 큰 장점이다.



작가의 이전글 10월 문장 모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