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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순간 Jun 19. 2023

[또 다른 영화관Ⅰ]-라라랜드

황홀한 슬픔

     연초에 개봉작 목록을 살펴볼 때부터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엄청난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개봉이 가까워지면서 감독의 전작이 ‘위플래쉬’라는 사실, 그리고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의 세 번째 만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기대감이 증폭되었다. 관람 전에 기대를 많이 할수록 실망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 작품은 그렇지가 않았다.


라라랜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영화가 시작하면 꽉 막힌 도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LA의 풍경만을 나타낸 것이 아니다. 장면 속에서 주목해야 할 요소는 차 안에서 들리는 소음으로 변한 음악이나 라디오 소리이다. 이런 음향이 오프닝 뮤지컬의 음악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흥겹고 신나는 반전을 선사한다. 관람 전에는 그냥 음악을 소재로 한 OST가 좋은 음악 영화 정도로 예상했었는데 오프닝 장면을 보고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고 매력에 흠뻑 빠졌다.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보면서 생각났던 작품은 '하이스쿨뮤지컬'과 '레미제라블'등이 있었다. 눈에 띈 차이점은 뮤지컬의 형식이었다. 위의 영화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뮤지컬 영화들은 노래와 현실 사이의 경계가 뚜렷하다. 하지만 '라라랜드'는 현실과의 구분이 불분명하다. 예컨대, LA의 야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뮤지컬 장면에서는 노래하고 춤을 추는 도중 미아의 남자친구인 그렉한테서 전화가 오는데, 전화가 끝나고 나서 다시 뮤지컬이 이어진다. 이런 형식을 사용할 때의 장점은 뮤지컬 장르가 불가피하게 인위적이기 때문에 생긴 유치함이나 거부감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소에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던 관객도 장르에 영향에서 벗어나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환상적인 현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 영화의 뮤지컬은 일상과 동떨어진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현실과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듦으로써 관객들의 거부감을 덜어주는데, 뮤지컬 이외에 다른 요소들도 환상적이지만 그것을 현실에 잘 녹여내었다. 예컨대, 두 사람의 첫 만남 장면이 수미상관으로 마지막에 변주가 되는 부분은 두 주인공 모두 좌절감을 느낀 후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관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상황의 맥락을 살펴보면 미아가 들어오고 나서 세바스찬과 눈이 마주치기 전까지 핀 조명을 받는 상태에서 음악을 멋지게 연주하는 비현실적인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따라서 현실적인 장면 속에 비현실적인 모습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 마지막에 나오는 장면 역시 이와 비슷하다. 시간이 흘러 성공을 거둔 미아는 결혼한 다른 남자와 같이 밖에 나왔다가 밥을 먹기 위해 멈춰 선 곳 근처에서 세바스찬이 연 재즈바를 발견한다. 이 장면에서 그냥 잠깐 마주치는 것으로 끝이 났다면 평범해 보였겠지만 미아가 세바스찬의 연주를 듣는 순간 상상을 통해 앞에 나왔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그리고 상상 속 장면들이 앞의 내용과 다르게 제시가 되면서 '이랬다면 사랑이 계속될 수 있었을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여기서도 현실과 상상이 대조를 이루면서 달콤 쌉싸름한 느낌을 받았다. 이 두 장면을 제외하고 또 다른 요소가 있다면 핀 조명이다. 첫 만남에서의 세바스찬의 피아노 연주 그리고 미아의 마지막 오디션 장면을 포함해서 총 세 번 핀 조명이 사용되었는데, 핀 조명이 들어오는 순간 나와 극 중 인물 두 명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조명이 다시 사라지면 또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보게 돼서, 앞에서 언급한 전화받고 나서 다시 춤추는 장면을 보는 기분이었다.


, 다시 사랑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이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에 함께 출연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갱스터 스쿼드'라는 작품까지 포함해서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었다. 두 번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세 번이나 만난 만큼, 화학작용이 훌륭하다. 물론 두 사람이 사이가 좋을 때 로맨틱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부분들이 보기 좋았지만, 두 배우의 호흡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미아와 세바스찬이 밥을 먹다가 싸우는 장면이었다. 싸우는 걸 보면서 '결국에는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느꼈는데, 한 편으로는 말다툼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보다가 웃음을 지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싸울 때마저도 화학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았고, 그만큼 두 배우의 매력에 빠졌다.


개인적 의미

           지금까지 본 뮤지컬 영화들은 OST는 좋았지만 내용이나 연출 같은 그 외의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이례적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그래서인지 전과는 함께 만족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여러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한 가지 더 있다면, 지금까지 연인관계로 나오는 사람들이 이어지고 끝나야 좋아했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은데도 싫지 않았다.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직업적 성공에 초점을 맞추고 본다면 행복한 결말을 맺는 이중적인 줄거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에 언급한 미아의 상상 장면이 정말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한동안 계속 마음속에 품고 언제가 되었든 다시 보게 될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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