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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순간 Jun 19. 2023

[또 다른 영화관Ⅱ]-쥬만지: 새로운 세계

소박한 성취

     오리지널 ‘쥬만지’(1995)를 제목과 영화 프로그램의 짤막한 영상으로만 접했었기에 ‘쥬만지: 새로운 세계’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이디어 고갈의 또 다른 예시라고 여겼다. 전작에 대한 추억도 없는 상태에서 극장 관람을 하는 것은 돈 낭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분전환용으로 볼 작품을 찾던 중이었기에 차선책으로 ‘쥬만지: 새로운 세계’를 선택했다.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머릿속을 비우고 시간 때우기에 적합한 오락영화면 충분하다고 여겼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이하는 내용 전개만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만족감을 주는지 고민한 결과이다.


캐릭터 VS. 실제 인물

    가장 전면에 내세운 유머는 실제 극 중 인물과 게임 속 캐릭터의 대비이다. 외모나 성별 등이 변화를 겪으며 발생하는 많은 일들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네 명의 인물 중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인물은 베서니인데, 이 인물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마른 몸매를 가진 여학생의 말투와 몸짓을 뚱뚱한 중년 남성 배우 잭 블랙이 여성스럽게 표현했는데, 여러 요소들 중 목소리를 하이톤으로 내는 것은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몸이 남자인 이상 일부러 여자의 목소리를 내려고 할 필요가 없어 보였고, 나머지 배우들은 게임 속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의 목소리를 변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별 변화를 겪은 사람은 있지만 피부색이 달라진 사람은 없다는 것이 거슬렸다. 프리지는 스펜서의 조수를 담당한다. 관객에게 현실에서는 자신의 우월한 신체조건을 이용해 과제를 대신하게 만드는 나쁜 아이로 받아들여지고, 게임 속에서는 ‘백인 남성 히어로’인 드웨인 존슨 옆을 따라다니며 무기 도우미 역할을 한다. 프리지가 하는 일이 없는 것도 아니고 오락영화에서 정치적인 올바름을 따지는 것이 과한 의미부여일 수도 있지만, 성역할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 이후 영화계는 해마다 여성 영화인, 캐릭터들의 변화에 대해서 분석해 왔다. 흑인을 백인으로, 백인을 흑인으로 바꿨더라면 인종적인 부분도 유머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백인이 흑인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이 은연중에 드러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영화·드라마의 판타지 비틀기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판타지들을 비튼 유머도 인상적이다. 사전에 합을 맞춘 아름다운 첫 키스 장면 대신 처음이라 입술이 닿기도 전에 혀를 내미는 미숙한 모습을 통해 두근거림보다 웃음을 선사한다. 멋지고 용감하기만 한 것이 아닌, 뒤에서 울기 일보 직전인 영웅의 모습은 관객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틀에서 벗어나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 드웨인 존슨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액션에 능하고, 남성적이고, 멋있는 배우라는 인식이 다수의 전작들을 통해서 쌓였기 때문에 유머의 효과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공정한 배분

    여느 게임이 다 그렇듯, 게임 속에서 한 인물에게 주어진 목숨은 각각 세 개씩이다. 여러 이유로 목숨을 잃는데, 화가 나서 싸우다가 일부러 절벽 아래로 떨어뜨리는 등 목숨을 낭비하는 경우가 있어, 초반에는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에는 다섯 명 모두 목숨이 하나씩 남은 상태에서 다 같이 현실로 돌아온 덕분에 불만이 해소되었다. 대부분의 경우 목숨을 잃게 되면 아쉬움이 컸는데, 후반부에 두 가지 경우를 보면서 감동을 느꼈다. 첫 번째는 베서니가 자신의 목숨을 나누어 주었을 때이다. 게임 속이기 때문에 인공호흡을 하더라도 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아쉬워하고 있던 찰나, 목숨을 나누어 줄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게임 속 다른 인물에게 생명의 은인이 되었다. 그걸 잊지 않고 베서니의 이름을 따서 딸의 이름을 짓는 것으로 이어지면서 여운도 남겼다. 무엇보다 허를 찌른 것은 약점을 이용해 죽었다가 다시 돌아오면서 보석을 전달해 주는 장면이었다. 이전까지 다른 인물들은 약점 때문에 목숨을 낭비하기만 했는데, 마지막에 가서 약점을 역이용해서 게임 속을 빠져나간 것이 쾌감을 주었다.


    위와 같은 여러 요소들이 재미있었지만, 아쉬운 점이 더 있다면 CG를 과시하는 방식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보면서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너무 많이 사용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많은 자본을 시각적인 쾌감에 편중되게 투자하는 바람에 즐기는 것을 넘어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다. 기술의 발전이 영화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투박한 전편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결과적으로 눈에 띄는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영리한 변형을 통해 좋은 대안의 역할을 해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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