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6세 꼬마, 할매까지 모두 다른 취향, 하나의 가족
어찌보면 우리의 인생 하나 하나가 영화이다. 그리고 하루 하루는 단편 영화처럼 흘러간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대표적 매체가 글에서 영상으로 옮겨가는 느낌이 드는 시대를 살고 있다. 각기 다른 인생들과 취향들이 어우러져 더욱 매력있는 곳이 지구가 아니던가! 이번 글에서는 영상에 대한 취향이 각기 다른 가족이 넷플릭스를 만난 사연을 끄적여보고자 한다.
홈카페 열풍을 뒤로하고 거실에 TV를 둔 이유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TV 없는 거실을 한번쯤 꿈꿔본다. 거실을 홈카페처럼 꾸미고 TV 자리에는 책장이 들어서는 것이다. 우리 부부도 이사 오면서 거실에 TV를 없애면 어떨지 고민해보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예전 그대로 TV는 거실에 두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실 우리 부부는 TV를 즐기지 않다보니 많이 틀어놓는 경우도 없다. 하지만 저녁에 같이 뉴스를 보면서 오늘 대한민국, 세계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도 하고, 채널을 돌리면서 이성적으로 살아가는 하루에서 영혼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각기 다른 취향의 가족, 넷플릭스에서 만나다
여행을 즐기는 부부의 넷플릭스 세계
서로 다른 인생길을 30년 찾아가다 우연히 영화처럼 만난 우리는 지금 같은 인생길을 걷고 있다. 부부는 닮아간다고 했다. 결혼 10년차, 일생에서 만난 그 누구보다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서로의 성향과 취향을 꿰뚫고 있다. 그래서 싫어하는 것을 강요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은 같이 하게 되었다.
아이의 영어 노출을 위해 선택한 넷플릭스, 알고보니 우리 취향에 맞는 영상들도 꽤 많이 있다. 주말 시간만 온전히 공유하던 직장 생활에서 벗어난 것은 어찌보면 코로나가 우리에게 준 휴가가 되었다. 나는 육아휴직으로, 남편은 코로나로 인한 휴업으로 장기간 출근하지 않은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그만큼 집안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도 길어졌다.
우리 부부는 경제적 자유를 위한 재테크, 휴식을 위한 여행을 즐긴다. 비생산적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막연히 TV 앞에 앉아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떠날 수 없는 답답함이 찾아올 때 우리는 넷플릭스를 함께 본다.
영화 데이트를 집에서 즐기려고 결혼을 한 것이 아니던가. 외국의 문화가 물씬 풍겨지는 영화, 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느낄 수 있는 영화, 외국어의 매력이 느껴지는 영화를 우리 부부는 사랑한다. 아이가 함께 보기에 무리가 없는 경우 같이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남편이 좋아하는 스릴러와 액션, 아내가 좋아하는 로맨틱한 드라마도 취향이 겹치는 경우 함께 본다. 아이가 유치원에 간 낮에는 커피와 쿠키를 들고, 아이가 꿈나라로 떠난 밤에는 와인에 간단한 안주거리를 곁들여 취향에 맞는 영화를 보는 시간들은 너무도 평화롭고 따뜻한 순간이다.
로봇 만화를 즐기는 6살 꼬마의 넷플릭스 세계
TV를 매일 찾는 사람은 우리집 6살 꼬마이다. 항상 넷플릭스나 유튜브로 영어 콘텐츠를 하루에 1시간 정도 보는 편이다. 6살 남자 어린이에게 넷플릭스는 만화로 세상을 보는 작은 창이다. 코로나 시대에서 유치원을 제외하고 바깥 생활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영어 환경을 만들어주는 고마운 친구이기도 하다.
로봇과 탈 것(비행기, 자동차, 기차)을 사랑하는 전형적인 6세 남자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넷플릭스에서 귀신같이 찾아낸다. 그리고 인위적으로 공부를 시키려는 것이 티가 나는 영상, 지나치게 유아스러운 영상은 멀리 하고 싶어한다.
넷플릭스는 한글을 틀면 고장이 난다는 믿음으로 4세 때부터 영어로 보기 시작한 것이 적응이 되어 이제는 한글로 보면 엄마에게 영어로 바꿔달라고 스스로 요청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6세가 되자 손에 힘이 생겨 리모컨으로 원하는 만화 영상을 틀 수 있다. 즐겁지만 나름의 피곤함이 있는 유치원 일과를 마치고 샤워를 한후 즐기는 넷플릭스는 가장 큰 인생의 낙 중 하나이다.
서양 중세시대를 갈망하는 할머니의 넷플릭스 세계
지방에서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는 시부모님에게도 넷플릭스는 휴식의 통로이다. 은퇴를 하시고 쉬셔도 되는데도 어머니는 부지런히 일을 나가신다. 아침이면 마당에 나가 정원에 흐드러지게 핀 꽃에게 하나 하나 인사하고 예쁜 주변 풍경들을 그림으로 담아내는 취미를 갖고 계시는, 문화를 사랑하는 분이다. 순정만화 읽기와 소설책 읽기를 참 좋아하셨는데 돋보기 안경이 불편해서 책을 더 읽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신다. 시골에 있어 영화라도 볼라치면 1시간 운전해서 가야 하고, 집에서 케이블TV로 영화를 보려니 무료가 아닌 것은 선뜻 손에 가지 않아 하셨다. 그러다보니 마음에 드는 영화를 찾을 방도가 없어, 이따금씩 찾아오는 아들이 다운받아주는 영화를 기다리셨다.
그러던 어머니에게 넷플릭스는 신이 준 선물이었다. 넷플릭스는 가족간 공유가 가능하기에 원하는 영상을 마음껏 보시라고 '할머니' 프로필을 추가해서 사용법을 알려드렸다. 생신 선물로 드린 태블릿을 식탁에 올려두고 넷플릭스와 사랑에 빠지셨다. 케이블TV에서 넷플릭스 앱을 깔아 TV에서 보실 수 있도록 해드리니, 이것만 있으면 어디에 가도 행복하겠다고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그간 어머니 취향의 영화를 영화관에서도, 케이블 TV에서도 찾기 힘들었던 까닭은 흥행 위주의 영화가 아닌 매니아층이 있는 미국, 영국 드라마를 주로 보시기 때문이었다. 서양 중세 시대의 모든 이야기를 사랑하는 어머니는 고풍스럽고 예스러움이 느껴지는 왕실, 아니면 잔잔하고 서정적인 일반인들의 스토리를 즐기신다. 그간 희귀했던 그런 영상들을 넷플릭스를 통해 원없이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우리가 갈 때마다 극찬을 하신다. 반면 자막이 있는 영화보다 TV 예능과 트롯트를 좋아하시는 아버지는 말동무가 사라진 것 같다며 심심함과 서운함을 귀엽게 토로하시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영상을 퀄리티 있는 것만 골라서 보여주고 다음에 볼만한 영상을 추천해주는 넷플릭스는 신통방통한 점쟁이다. 과거 어떤 영화를 볼지 고르다가 지쳐서 포기해본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영화를 보는 시간만큼 고르는 시간도 많이 걸렸기 때문이다. 겨우 영화를 다운받아 보려고 하면 TV와 호환이 되지 않아 분노한 적도 여러 번이다.
그런 의미에서 넷플릭스는 시간이 곧 자본인 시대에 필요한 것에만 집중하게 해준다. 우리 가족 모두의 취향을 꿰뚫는 넷플릭스의 실력에 감탄하며 우리 가족은 오늘도 TV 앞에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