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힙'함의 상징이 되다

특명, 한식 향수병에 걸린 4살 꼬마를 치료하라!

by 러닝뽀유

여행을 다니다 보면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Where are you from?"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Korea에서 왔다고 하면, north인지 south인지 묻거나 중국이나 일본과 큰 차이가를 모르는 동양의 어느 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표정이 강했다. 한류라는 말이 생긴 것은 아주 오래전일이지만, 최근에는 뭔가 큰 진짜 '웨이브'가 불어왔음이 분명하다는 것이 외국인들의 표정에서 느껴진다. 이제는 손에 잡히는 나라, 한국이 된 것이다.

월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한국 라면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공항으로 가는 길에 Lift(공유 택시브랜드-드라이버의 성향에 따라 우버/리프트 중 선호하는 것을 선택하는 듯하다)를 탔다. 도요타 시에나를 타고 나타난 멕시코 출신의 4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는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다. 고등학생인 딸이 BTS의 팬이라며, 서울에 꼭 가고 싶어서 부지런히 용돈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또 멕시코 남자와 결혼하라는 엄마의 말을 절대 듣지 않고, 꼭 한국 남자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한다고 했다.

콜로라도 덴버의 호텔에서

한국이 언제부터 이렇게 '힙'함의 대상이 되었을까? 지난 미국 로드트립을 했던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기차, 비행기, 자동차 등 지상의 교통수단을 격하게 사랑하는 남편은 구글맵을 여기저기 클릭하다가 발견한 증기기관차 사진을 보고 꼬마 아이처럼 흠뻑 빠져들었다. 콜로라도의 사랑스러운 어느 시골마을 두랑고에 협곡열차를 타러 들렀던 날이었다. 밤이 되어 기차놀이는 다음날로 기약하며 마을 안에 있는 숙소에 묵었다. 우리는 침대만 있는 방을 예약했었는데, 배정된 객실에 들어가 본 우리는 깜짝 놀랐다. 동네와 딱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느낌의 객실은 침대 방뿐 아니라 거실까지 아늑하게 갖추고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한국인만의 습관이 있다. 어둑어둑할 땐 꼭 천정 가운데 등을 켜는 것이 방이든 어느 공간에 들어갈 때 반드시 거치는 의식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곳곳에 스탠드가 있어도 천정 가운데 등이 없으면 충분히 밝다고 느끼지 못한다. 로드트립을 하느라 매일 다른 숙소에 들어가면서도 여러 군데에 있는 스탠드를 일일이 켜는 습관을 가지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날도 여전히 습관이 들지 않았던지 거실 등을 찾아 헤매다가, 이내 미국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여기저기에 놓인 스탠드를 하나씩 켜고 있었다. 소파 옆 스탠드를 켜다가 작은 메모를 발견했다. 웰컴 드링크인 무료 생수가 2병과 함께 있었던 종이에는 "BTS의 나라에서 온 OOO, 환영합니다. BTS의 빅팬으로부터"라고 삐뚤빼뚤한 한국어로 적혀있었다. 미국 어느 작은 마을까지 BTS가 이름을 알렸다는 사실, 그 무엇보다 BTS가 한국 출신이라는 것을 당당히 홍보했다는 사실이 신선했다. 빨래를 위해 로비에 갔을 때, 로비 직원은 손글씨를 남긴 게 자신이라며, 한국말을 배우기 위해 매일 열심히 공부한다고 했다.

FIVE GUYS 버거/그 맛있다는 버거체인들도 한식꾼 꼬마의 취향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아무리 좋다는 오가닉인들 한국인의 입맛이 아니었다

중학교 과학 실험 시간에 리트머스지를 액체에 담그면서 산성/염기성에 대해 익힌 적이 있다. 미국의 중부로 들어갈수록 힘들었던 것은 진짜 한식을 찾는 일이었다. 길어도 이틀을 버티지 못한 5살 꼬마의 지나친 한식 향수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남편과 나는 한식당을 꼭 찾아야 했다. 분명 이름은 한국 식당이었다. 영어로 적힌 메뉴도 한국 이름 그대로였다. 그런데 실제 먹어보면 한국도 중국도 일본도 아닌 제 4세계쯤 존재하는 맛이었다. 5살 아이의 혀는 리트머스지처럼 정확히 한식과 한식인 척하는 연기하는 음식을 구분해냈다. 분명 한식 아닌 한식당에서 먹은 음식은 미국에서는 엄연한 외국 음식이니 비싼 청구서는 당연히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세계인이 놀랄 한국의 빠른 배송서비스와 완벽에 가까운 포장기술은 최고의 레스토랑을 집에 가져다놓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사이에 우리 가족은 느낄 수가 있었다. 처음에 미국 갔을 때 4살인 꼬마는 5살의 미국, 8살의 미국 사이에 한식이 진짜 한식이 되어간다는 것을 깨닫고 눈에 띄게 잘 먹었다. 알고 보니 제4세계 한식당들은 요리 실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었다. 잘 팔리는 대중적인 맛으로 조리하려 하다 보니 제4세계 한식이 탄생했던 것이다. 지금은 진짜 한식 맛으로 만들어야 잘 팔린다는 변화가 찾아왔음이 분명하다.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면, 입안 가득 미소를 머금고 알고 있는 한국 콘텐츠들을 차라락 나열하는 미국인들의 표정에서 문화/콘텐츠의 파워를 깨닫게 된다. 리트머스지로 미국의 분위기를 군데군데 찍어보면 그 속에 진짜 한국이 면면이 들어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동양인을 차별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은 지레짐작의 오류였다. 지금 현재 세계 도처에서 한국은 분명 '힙'함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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