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 거주가능 영역, 골디락스에서 여행하기

by 러닝뽀유

무지개에 일곱 빛깔만 있는 것이 아니듯 사람은 수만가지의 감정을 갖고 있다. 머리가 희끗해져가는 나이에 터울이 큰 둘째를 낳다보니 잊고 살았다. 모든 사람이 울면서 태어난다는 것을. 사람의 감정이 처음에는 좌절과 기쁨 단 2가지로 매우 단순하다는 사실을.

20220819 DSC00555.JPG 콜로라도 로키마운틴

아이가 커가면서 감정이 복잡하게 분화해나간다. 근육을 쓰는 방법을 몰라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도 될 일을 팔 전체를 움직인다. 감정 쓰는 방법도 모르니 웃음과 울음 2가지로 자기 마음을 온 몸으로 알린다.


몸의 근육처럼 마음도 미세 조절술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여행은 마음의 선생님이다. 나와 타인의 마음의 미묘함을 읽고 섬세하게 조율하는 기술을 몸소 깨우쳐 배우게 한다.

20220921 DSC02792.JPG 워싱턴 D.C

여행은 불편함의 총집합이다. 있어야 할 곳에 필요한 물건이 없는가 하면, 쉬고 싶은 아침에도 강제로 건물에서 쫓겨나는, '체크아웃'을 해야 한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일행은 가기 싫어하고 내가 먹기 싫어하는 것을 일행은 먹고 싶어한다. 방 한칸에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있으니 가족애는 쌓이지만 혼자 있고 싶은 그런 날도 많다. 나와 너의 욕구가 충돌하고, 환경의 낯섬과 익숙함을 계속 반복하다보니 불안감이 불쑥 튀어나온다. 그러면 아무리 가까운 부부나 가족이라도 대립과 갈등이 생기고 싸움이 되기도 한다.


여행 중 좋은 날도 물론 많지만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소나기가 퍼붓는 감정의 날들이 있다. 대류현상이 있기에 지구의 날씨의 변화가 있고 지구가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이다. 여행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서로간의 감정의 흐름을 다이나믹하게 겪을 수 있어서 여행은 같이 사는 법을 배울 좋은 스승이다.

20220921 DSC02155.JPG 뉴욕,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는 부부

자기를 내세우던 시절에는 여행 중에도 각자 원하는 걸 같이 하자고 강요하곤 했다. 그러다가 생긴 갈등은 여행의 열기를 빙하기로 만들고. 아름다운 풍경들은 지나가고 후회가 남는다.


일상은 서로에게 각자의 공간과 방을 주지만, 여행은 이런 개인적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여행할 땐 취향의 중간 지대에서 만나 여행을 해보자. 같이 오래 다니다보면 상대방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취향의 포인트를 자연스레 알게 된다. 여행만 가면 10분마다 한번씩 싸운다는 친구에게, 그럴수록 여행을 자주 다녀볼 것을 조심스레 추천했다.

20220921 DSC02133.JPG 뉴욕 타임스퀘어

자주 부대낄 것, A도 B도 아닌 C의 공기를 맞으며 여행할 것! 여행은 결국 사람 여행이기도 하니까. 한여름 사막에 있어도 동행자와 서먹해지면 한겨울 극지방이 되는 것도 순식간이다. 천문학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영역을 '골디락스 행성'이라고 부른다. 지구는 대표적인 생명체가 살기 좋은 행성이다. 태양과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최고의 적정거리 지구에서 만난 너와 나, 여행을 하면 할수록 알게 된다. 적정 거리두기로 적정 온도를 지키며 서로 행복한 여행을 하는 법 말이다.








이전 15화꼬마야, 집으로 돌아갈 땐 10만큼의 행복을 채워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