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에서 찾은 행복 이야기
공항에 도착했는데 또 한번 비행기를 타야 한단다. 그 섬은 내가 예약한 리조트만 단독으로 사용하는 프라이빗 아일랜드다. 오로지 오늘 머물 투숙객들만 같은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섬이 너무 작은데 어떻게 활주로가 있겠어?"했더니 수상비행기가 우리를 반긴다.
짐 옮기는 것을 도와주던 웨이터 아저씨는 우리집 꼬마에게 "지금 너의 행복이 1부터 10까지 어디에 있니?" 라고 물었다. 아들은 갑작스런 질문에 고민하다 7이라고 말했다. 아저씨는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땐 행복의 수치가 10이길 바래. 몰디브에서 행복하렴" 이라고 미소를 지어보이셨다.
잠시 후 맘마미아 남자 주인공처럼 생긴 훈훈한 인상의 파일럿이 등장했다. 레이벤 선글라스를 낀 파일럿은 흰 셔츠를 펄럭이며 마치 보트에 타듯 수상 비행기에 올랐다.
6명 남짓 탄 비행기는 너무 작아서 헬기처럼 조종석이 환히 보인다. 놀랍게도 파일럿은 맨발로 액셀을 밟았다. 자전거에 탈 때보차 슬리퍼는 신는데 비행기를 맨발로 조종하는 구역, 몰디브 상공이다. 여기는 내 무대니까 어떤 규율도 필요없다고 말하는 듯 했으나, 안전하긴 하겠지 하며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달력에서 봤던 것과 정말 똑같이 생긴 수 천개의 섬이 비행기 창 너머에 보인다. 프라이빗 섬에 도착하자 직원들이 나와 손을 흔들어 반겨준다.
행복이란 너무 추상적이어서 손에 잡히지 않는다.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 있어도, 정작 행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멍하니 눈만 깜빡이게 된다.
몰디브는 지구 최고의 파라다이스라 불린다. 가라앉고 있는 섬이니,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고 말한다.
허니문 여행지로 가장 많이 알려진 몰디브에, 뜻밖에도 나는 5살 아이를 데리고 남편과 떠났다. 몰디브에서는 바다를 보는 것 밖에 할 일이 없어서 신혼여행객들 사이에도 호불호가 갈린다고 했다. 신혼여행지를 선택할 때 하와이와 몰디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와이는 쇼핑/액티비티/섬투어 등 끝도 없이 할 것이 많다. 그에 반해 몰디브는 프라이빗 섬에 위치한 리조트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게 되니 바삐 뭔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를 원하는 여행객들에겐 다소 밋밋할 수 있다.
이러한 고정관념으로 몰디브를 찾았던 나였다. 하지만 몰디브는 나에게 행복의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었다. 지금 누군가 나에게 죽기 전에 단 하루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얼할 것인가 물어본다면, 나는 지체없이 몰디브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1분 1초를 품에 안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몰디브는 할 것이 없어서 심심한 섬이 아닌,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한 섬이다. 무언가를 보고 눈물 나도록 아름답다고 느끼고 싶다면 몰디브를 찾자. 24시간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마냥 좋을 사람이라면 몰디브는 파라다이스가 될 것이다.
비취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천연색의 바다가 눈을 황홀하게 하고, 졸음이 밀려올 듯 잔잔한 파도가 귓가에 아른거린다. 더 이상 고울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모래가 발을 감싼다. 아무도 걸은 적이 없는 듯한 태초의 해변에 사랑하는 사람과 있어도, 혼자 있어도 그저 감동이다. 꿈인지 생시인지 자꾸만 볼을 꼬집어본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돼?” 하고 묻는다. 시간이 멈추길 바란다는 건 몰디브의 석양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다.
밤이면 온 사방이 암흑 천지가 된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검은 밤에 새하얀 별들이 은하수 위에서 빼곡히 춤을 춘다. 인간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아, 오로지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숨소리와 파도소리만 들릴 뿐이다. 잠에 들면 갑자기 파도가 집을 삼키지 않겠지 하는 걱정마저 해본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어떤 걸 하더라도 좋을 사람이라면 그 사람과의 결혼도 행복할 것이라 느끼듯, 몰디브도 그렇다. 몰디브는 그런 면에서 황홀한 낭만과 기쁨의 섬이다. 죽기 전에 지금 이 순간의 낭만 영화가 머릿 속에 한번 더 울려퍼지길 바라며, 5살 꼬마의 그림자를 따라 우리 부부는 발자취를 남기며 걸었다.
5살의 몰디브를 아마도 기억하지 못할 꼬마를 위해 남편은 사진을 찍고, 아내는 글을 쓴다. 기록 속에서 몰디브 바다는 민트빛 파도로 일렁이고, 물고기는 산호 속에서 노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