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휴직 중인 영어교사이자 6살 남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다. 코로나로 인해 아이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국공립 유치원에 등록할 때만 해도 나의 마음가짐은 확고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자란다는 신념이었다. 놀면서 자연스럽게 세상을 알아가고 발달단계에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랬다. 그래서 교육기관을 선택할 때도 아이가 최대한 학습에 대한 부담감없이 행복하게 놀다올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느라 2달 남짓 고민을 했다.
유치원에 대한 큰 기대를 품고 등원일만 기다리고 있었던 때, 코로나가 찾아왔다. 아이는 유치원 등원은 물론 친구를 만날 수 없었고 동네까지 확진자가 생기면서 집 밖에 나가는 것조차 불안했다.
그렇게 '집콕'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집 밖에 나가지를 않다보니 일체의 문화생활은 끝이 났다. 그럼에도 코로나 시대에 서울에 살아서 뜻밖에 좋은 점이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밤 12시 전에 주문하면 그 다음날 아침 6시까지 배송해주는 새벽배송이 가능하다는 점, 두 번째는 중고가 잘팔린다는 점이다. 배송이 편리한 장소와 시대에 살고 있어 집 밖에 나가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해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종일 집안에만 머무르다보니 나의 생활 공간을 찬찬히 돌아보게 되었다. 더 이상 쓰지 않아 먼지가 쌓였던 물건을 정리하고 만원, 2만원 받다보니 저축을 하는 듯한 기분이 쏠쏠했다.
하지만 불편한 점은 여전히 존재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보육을 하다보니 "2년 뒤에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는데 하루 종일 집에서 놀게만 해도 괜찮을까" 마음이 불편했다. 뒤늦게 동네 엄마들이 다 보낸다는 문화센터, 학원 정보를 찾아보기도 하고 여기 저기 사교육 기관의 문턱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불안한 마음은 마찬가지여서 쉽사리 결정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도 늘 우리집 거실을 채우던 것이 있었다. 넷플릭스와 6세 남자 어린이! 그들의 절묘한 조합이었다. 장난과 웃음으로 가득한 아들 둥키(태명에 따라 이렇게 부르기로 하겠다)와 넷플릭스의 만남은 4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행을 즐기는 우리 부부는 둥키를 데리고 세계 이곳 저곳을 누볐는데, 종종 머문 에어비앤비에 넷플릭스가 설치되어 있을 때면 영어 영상을 틀어주곤 했고 아이가 꽤 즐겼던 것이다.
짧고도 긴 여러 번의 여행을 통해 둥키는 '외국'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곳에 사는 많이 다르게 생긴 사람들은 '영어'라는 다른 말을 한다는 것을 깨달은 듯 했다. 그리고 그간 엄마가 무심결에 들려준 '영어'라는 언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나는 이때 본격적인 영어 교육의 시작으로 삼아봐야겠다고 결심하고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노출을 늘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 엄마표 영어는 영상과 책으로 한다던데, 책은 흥미와 수준에 맞는 걸 고르면 되지만 영상은 너무 나 방대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아이 교육에 너무 큰 돈을 들이지 말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자는 나름의 철학이 있었기에 우리집에는 아이 키우는 집에는 필수품이라는 그 흔한 DVD 플레이어도 영어 DVD도 없었다. 몇 년동안 약정 결제를 해야 하고 한꺼번에 프로그램을 구입해야 하는 학습지나 영어 전집은 '가성비 육아족'인 나에게는 애초에 선택 범위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딱 2가지, 유튜브냐 넷플릭스냐 하는 것이었다. 각각의 장단점은 명확했다. 유튜브는 무료인 반면, 광고가 많고 아이에게 유해한 영상이 무방비로 쏟아져나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든지 영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영상을 클릭해서 볼 수 있어서 아이의 집중력이 낮아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점이 있었다.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나 유튜브 키즈 앱으로 광고는 없앨 수 있지만, 영상을 보는 와중에 추천 영상이 떠서 아이를 현혹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에 반해 넷플릭스는 한달에 만원 남짓의 구독료가 들지만 영상을 보는동안 다른 추천 영상이 뜨는 등 집중력이 흐트러질 염려가 적었고, 키즈 채널 설정을 해놓으면 아이에게 맞는 영상만 화면에 뜨고 유튜브보다는 정제되고 퀄리티가 있는 영상들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나는 넷플릭스를 기반으로 하고, 가끔씩 좋은 영상들이 있으면 유튜브로 골라서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넷플릭스를 보여주려고 하니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막상 태블릿으로 보게 하려니 작은 화면을 오랫동안 보면 시력이 손상된다며 남편은 걱정을 했다. 사실 시력 발달이 진행중인 영유아 시기 때 영상에 장시간 노출되다보면 근시가 빨리 찾아온다는 것은 남편 뿐 아니라 안과 전문의들의 공통적인 견해이기도 하다. 특히 가깝게 보는 화면이 더 좋지 않다고 하는데, 아이에게 태블릿을 쥐어주면 50c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봐야 한다고 약속해도, 계속 아이가 화면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설치된 케이블 TV는 연동이 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는데, 미국 코스트코에서 무심코 사온 애플 TV를 통해 넷플릭스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둥키는 하루에 1~2시간 정도 영어 영상을 보았다. 넷플릭스라는 넓고 넓은 바다에 정식으로 입문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넷플릭스형과의 만남은 2년간 이어졌다. 다음 편에서는 아이에게 맞는 넷플릭스 영상 선택 방법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