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갈등중독의 체계

1-2 두 번째 갈등 source?

by 우나맘

두 번째 내 인생의 갈등 source는,

바로 나 다.

매우... 진부하다.

나도 안다.


'나'는 내 인생 모든 갈등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앞서 첫 번째 갈등 소스를 남편으로 언급했던 것은 최근에 부부싸움을 했기 때문... 일 것이다. 하지만 내 인생 전체로 보 면 갈등 중독의 key는 바로 나 자신이다.


그런데 나 자신보다 남편을 갈등중독 체계에서 가장 먼저 언급한 이유는 무엇인가.

30대 이후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한 원동력 이기 때문. 남편이 있었기 때문에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 것. 결혼 생활의 혜택 중 하나는 진정한 자기 객관화를 실천할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더 성숙해진다는 것 일거다.

남편을 통해 깨달았다. 나는 갈등 회피자가 아니라 그냥 마주하기 귀찮아 미뤄두는 사람이었다는 걸.

상처받을까 봐 피한 것도, 상대를 배려해서 참은 것도 아니라

결국은 내 감정과 선택에 책임지는 일이 버거웠던 거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늘 착한 사람처럼 보였을 수도 있지만 사실은 세상 누구보다 이기적인 사람이구나 싶었다.

결혼은 그걸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만들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회피가 곧 갈등의 연장이 되었고,

그 반복 속에서 나는 결국 나 자신을 다시 보게 됐다.

그래서 남편을 먼저 언급했다.

갈등중독의 출발점은 남편인 줄 알았지만

남편은 자기 객관화를 직면하게 만든 원동력이었을 뿐. 나 스스로가 갈등중독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걸 최근에 깨달아가고 있다.


그럼 나는 왜 갈등을 많이 겪는 사람인가

갈등은 흔히 외적 갈등과 나적 갈등으로 나뉜다. 남편, 슈퍼마켓 사장님처럼 지인이든 아니든 내가 아닌 타인과의 외적 갈등이 20이라면, 내 자신과의 내적 갈등은 80에 가깝다. 문제는 갈등의 양이 아니라 갈등이 생성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요즘 나의 가장 큰 내적 갈등은 ‘일하고 싶은 나’다.

나는 기본적으로 인정 욕구가 많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문제는 욕구의 크기에 비해 선택과 실행이 늘 따라오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 간극이 반복적으로 나를 갈등상태로 밀어 넣는다.

나는 종종 이렇게 생각한다.

하고 싶다 → 해야 할 것 같다 →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 그럼에도 포기할 수는 없다.

이 네 문장이 동시에 존재할 때, 갈등은 끝나지 않는다. 선택하지 않으면서도 욕구를 유지하고, 행동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이 상태는 해결을 향하지 않기 때문에 갈등이 소모되지 않고 축적된다.


그래서 나는 갈등중독의 주요 유발자다.

갈등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건을 스스로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욕구는 크고, 기준은 높으며, 결정은 미루고, 책임은 유예한다. 갈등을 끝내려면 무언가를 내려놓아야 하는데, 나는 그 어느 쪽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일도, 인정도, 안정도, 자유도 모두 잃고 싶지 않다.

외적 갈등은 대부분 이 내적 갈등의 부산물이다.

내 안에서 정리되지 않은 욕구와 불만은 결국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형태를 갖춘다. 상대의 말이나 태도가 갈등의 원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가 이미 충분히 긴장 상태였기 때문에 촉발될 뿐이다.


나는 갈등을 싫어한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나는 갈등을 해결하는 일을 싫어한다. 갈등상태는 고통스럽지만 익숙하고, 결단은 짧지만 부담스럽다. 그래서 나는 갈등을 없애기보다 유지하는 쪽을 선택해 왔다. 이것이 내가 갈등 회피자가 아니라 갈등 중독에 가까운 이유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자책이 아니라 구조를 보기 위해서다. 이 흐름을 보지 못하면 나는 계속 같은 질문만 하게 된다.

왜 이렇게 힘든지, 왜 나만 이런 지, 왜 상대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지.

하지만 흐름을 보면 질문이 달라진다.

어디에서 내가 선택을 하지 않았는지,

어느 지점에서 갈등을 끝낼 수 있었는지를 보게 된다.

구조를 본다는 건

누가 옳았는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

갈등이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과정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반복해 온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다.

갈등의 중심에 늘 타인이 아니라 내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 패턴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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