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갈등 중독의 원천적인 요인은...바로 어휘력 부족

나의 어휘력 부족은 부끄러운 나의 민낯

by 우나맘

사실 나는 어휘력이 부족하다.
이런 건 보통 “겸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장담컨대 대한민국 평균 이하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 하면, 나에게는 매우 정직한 지표가 하나 있다.
수능 언어 영역의 등급
그 성적은 나의 어휘력에 대해 어떤 변명도 허용하지 않았다.
나는 이미 그날, 내 언어 능력의 민낯을 확인했다.


다만 한국 사회는 묘한 곳이라,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사람보다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는 사람을 더 좋게 평가해주는 순간들이 있다.
나는 그 틈새에서 꽤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말은 잘 못하지만 일은 한다.”
아마도 내가 회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포지션은 이쯤일 것이다.
타겟하던 회사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생겼다.
연차가 쌓이자,
짧은 시간 안에 핵심을 정리해 전달하는 능력이
‘있으면 좋은 옵션’이 아니라
‘없으면 곤란한 기본값’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어버버한다.
다행히 아직은 직급이 낮아서인지,
정해진 일을 완수하면 말이 조금 서툴러도 조용히 넘어가주는 분위기다.
아마 “아직은”이라는 단서가 붙는 호의일 것이다.


회사보다 더 어려운 곳은 집이다. 변호사인 남편은 언어에 유난히 예민하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표현은 “~해볼게”, “~하긴 했어” 같은 말들이다.

한국어는 도망갈 구멍이 너무 많고, 그건 종종 무책임으로 읽힌다고 남편은 말한다.
대체로 맞는 말이다.

반면 나는 천하태평 공대생 출신에, 언어보다 수학이 훨씬 편한 사람이다.
말은 늘 뭉뚱그려 써왔고,
책을 많이 읽지 않은 대가는
어휘력이라는 형태로 정직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안다.
이건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훈련 부족이고,
나의 성장 한계가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라는 것도.


남편이 나와 8년을 살면서 나와의 대화에서 답답함을 느꼈다면서 갑자기 말다움을 하며 싸우다가 나의 어휘력 부족이 우리 대화의 가장 큰 문제라는 .... 슬픈 진실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의 사고력 증진에 가장 효과적일거라며 책 한권을 건네주었다.


제발 부탁이니 1월 한달동한 이책의 모든 문장만 한번 읽어보라며 건네준 책은 윤석철 교수의 프린시피아 메네지멘타 라는 경영학 관련 서적이었다. 그런데 첫 서문에서부터 나는 더더욱 겸손해졌다. 한 문장 한문장 고민의 흔적이 담긴 글귀가 감동이었다. 경영서적이라고 하기엔 삶의 태도, 철학적 내용이 더 많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보게 되었다. 지금 사실 20장도 안읽은 시점이긴 하지만 1991년 11월에 씌여졌다는 이 책은 35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빛이 나는 그런 책인 것 같다. 남편이 책은...참 잘 고른다... 이것도 장점...이...겠지?


1월 한달간 읽어보고 어휘력이 조금 나아지면 남편과의 갈등도 단 먼지한톨 만큼이라도 해결될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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