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요리
난 여러 방면에서 재능이 없다.
그중 하나가 요리이다.
일단 먹는 일에 관심이 없다.
그냥 빵은 빵이면 되고 밥은 밥이면 된다.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맛없어도 상하지 않았다면 그냥 가리지않고 먹는다.
오감 중에 미각과 시각이 가장 둔하다.
시각은 20살 미대입시를 준비하고 실패했을때 내가 시각적으로 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여러 색을 매치하는 센스가 전혀 없었다. 물감을 섞으면 늘 칙칙한 무채색이었고 옆에 같은 입시생 친구는 맑은 무채색을 만들어 필요한 부분에 잘 색칠하던데...지금 돌이켜보면 난 그 물감을 섞는게 참 어려웠다.
미각이 둔한 것은 결혼하고 알았다.
된장찌개, 김치 찌개 한번 끓여본 적없이 시집을 간 나는 요리에 대해 그야말로 바보였다.
칼질부터 재료의 보관방법까지 공부해야 될 게 너무나 많았다. 간장도 기름도 무슨놈의 종류가 그리 많은지, 올리브유 카놀라유 포도씨유 등등 어떤 기름을 어떤 요리에 써야하는지 다 공부할 것 투성이었다.
문제는 신혼초보다 지금이다.
난 변하지 않았다. 요리보다는 내가 회사에서 인정받고싶은욕구가 더 컸고 어렵게 들어간만큼 실력을 키우고 싶었다.
결혼한지 8년이 지나고 남편은 나를 사랑하긴 하는거냐고 물었다.
모든게 멈춰졌다.
한아이의 엄마이자 아내가 된 나는 요리는 곧 생존이었다. 관심없고 재미없고 못한다고 피할수 없는, 무조건 해야하는 것이었다.
어제 남편한테 한우사다가 구워줬는데
8년동안 구워준 고기중 제일 맛있었단다.
너무맛있다고 좋아하는 남편의 모습에서
안도감도 들었지만 이남자 좀더 챙겨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아직도 사랑이 뭔지 모른다.
그저 그사람이 나때문에는 힘들지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그거 하나 바라는 것같다. 내가 그의 삶에 큰 힘이나 도움이 안될지언정, 따뜻한 음식으로 그냥 '오늘 하루 고생했어' 위로해주고 싶다.
그의 내음식에 대한 감탄이 있을때 나의 삶도 이세상에 존재하는 의미가 있겠지 싶다.
오늘은 된장찌개한번 끓여 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