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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트앤노이 Jan 08. 2021

우리는 엄마의 선택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완벽한 가족

완벽한 가족 Blackbird (2019)


* 본 리뷰는 영화와 관련된 중요한 사건과 상세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함께 영화를 본 엄마에게 바로 질문했습니다. 질문은 “엄마는 저런 선택을 할 수 있어? 내가 저런 선택을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어?”였습니다. 선택은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어쩐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은 일들이 한 가족 앞에 펼쳐집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간의 관계를 정립하고 얽힌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나갑니다.

 

릴리(수잔 서랜든)와 폴(샘 닐), 엄마와 아빠인 이들의 집으로 가족들이 속속 모이기 시작합니다. 사랑스러운 두 딸 제니퍼(케이트 윈슬렛), 애나(미아 와시코브스카)와 그녀들의 가족, 애인, 그리고 엄마 릴리의 오랜 친구 리즈(린제이 던칸)까지. 평범하고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 같은 이 가족들의 모임은 어쩐지 긴장되어 보입니다. 바로 며칠 후면, 엄마 릴리가 안락사를 진행하는 날이기 때문이죠. 엄마 릴리는 자신이 가진 병의 증세가 심해져 지금은 한쪽 팔만을 쓰지 못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물조차 삼킬 수 없을 정도로 몸 전체가 점차 마비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죠. 이에 그녀는 최소한의 인간 존엄을 위해 의사인 남편과 함께 안락사를 준비해왔습니다. 며칠 뒤에 안락사가 실행되고, 엄마의 마지막을 함께 하기 위해 가족들이 모인 것이죠. 일부는 릴리의 선택을 받아들였지만, 일부는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릴리의 안락사를 앞둔 며칠 동안 현실과 감정이 충돌하고, 서로 간에 얽힌 감정의 실타래가 상처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완벽한 가족은 <노팅 힐>의 감독인 로저 미첼 감독이 제작했습니다. 배우들의 이력도 화려한데요, <델마와 루이스>의 수잔 서랜든, <스토커>의 미아 와시코브스카, <어바웃 타임>의 린제이 던칸,  누구나 다 아는 그 영화 <타이타닉>의 케이트 윈슬렛이 가장 익숙한 얼굴인 듯합니다. 특히, 케이트 윈슬렛은 맏딸 제니퍼의 역할을 굉장히 잘 소화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완벽한 중산층 가정의 엄마 캐릭터에 딱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자녀의 문제에 상당히 관심이 많고 사회적 위치에 맞는 행동과 성격, 도덕성을 갖췄으며 가정을 위해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 무게를 내려놓고 적당히 호들갑스럽고 주책맞은 모습도 보이는 그런 여성이었습니다. 가끔 미국 뉴스나 다큐멘터리에서 보는 현실에서의 그 나이 때의 여성, 엄마의 모습이었고, 일부러 살도 좀 찌운 것 같고요. 캐릭터 해석이 훌륭했습니다.


그 결정을 감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영화의 가장 큰 사건은 엄마의 안락사입니다. 안락사에 대해선 여전히 많은 논쟁이 있고, 실제 허용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내 가족이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어 안락사를 선택한다고 하면 그 결정을 존중해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노는 상황이 펼쳐질 것 같습니다. 영화 안에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갈등이 오고 갑니다. 엄마와 성향이나 성격의 결이 달랐던 한 명의 딸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아직 엄마를 다 이해하지 못했고, 삶 전체에 엄마의 손길이나 위로가 필요했음을 고백하죠. 엄마의 안락사를 계기로 그녀의 삶과 엄마와의 관계가 조명되고, 엄마와 딸은 얽힌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 나갑니다. (저라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만약 엄마의 입장이라면 제 존엄성을 위해서 안락사를 선택할 것 같지만, 딸의 입장에선 엄마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가족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건임에 비해, 스토리의 깊이는 깊지 않습니다. 중간중간 밝혀지는 새로운 사건들도 의외로 쉽게 진정되어버리죠. 로튼토마토를 포함, 여러 평가와 리뷰들에서도 캐스팅엔 칭찬을, 하지만 영화의 스토리텔링에는 아쉽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가족의 이야기가 원래 그렇다, 큰 사건일지라도 의외로 몇 마디 말, 위로, 소통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보편적인 현상을 말한다고 느꼈습니다. (영화에서 다루는 가족의 사건은 말 그대로 영화에서 나올 법한 일들이지만) 일상적인 가정에서 겪는 사건들은 “약간의 이해, 약간의 사랑, 약간의 소통”으로도 풀려나갑니다. 남이 아닌 “가족”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죠. 오랜 시간 동안 각자에게 가진 사랑과 연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바탕이 되어 가족 간의 일들은 의외로 쉽게 풀려나갑니다. (큰 사건에 비해 스토리텔링과 감정들이 소소한 점이 아쉽지만) 그런 의미에서 “가족”이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에는 답을 해줄 수 있는 영화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원제는 blackbird?

원제는 blackbird, 검은 새가 영화와 무슨 연관이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죽음을 뜻하는 걸까요? 사실 원제는 영화음악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감독 로저 미첼은 인터뷰에서 제목과 관련해 폴 매카트니의 음악 “blackbird”를 이야기했습니다. 이 노래가 한때는 대본에 포함되어 있었고, 그 결과로 이 영화가 임시 타이틀인 blackbird로 불렸다고 합니다. 나중에 영화의 흐름 상 노래를 들어냈고 완벽한 제목을 찾기 위해서 스탭과 배우 모두 수천 개의 제목을 출품작으로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영화 후반 작업이 끝나가면서 임시 타이틀인 blackbird가 모두에게 최고의 타이틀로 남아있음이 분명해졌고(정확한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렇게 영화의 제목이 blackbird로 정해졌습니다. 한국 개봉에서 <완벽한 가족>이라고 바뀐 이유가 있었을 것 같아요. 어쩐지 영화 내용과 연관이 없어 보이는 제목이기도 하고, 우리의 정서상 따뜻한 느낌을 주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이 <완벽한 가족>이라는 타이틀로 탄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그렇지만 제목도 좀 아쉽습니다. 영화의 겉만 맴도는 느낌이랄까요)


스토리에선 다소 아쉬운 면이 다소 존재했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했고, 가족이 머무는 공간인 집과 그 배경이 아름다워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늘 논쟁거리로 남아있을 제도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고, 익숙한 가족들의 다툼과 화합이 낯설지 않아서 공감과 치유의 감정도 느껴졌습니다. 만약, 혹시나, 나에게 이런 상황이 닥쳐온다면, 우리 각자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주관적 별점 : ★★★


*이미지 출처 : <완벽한 가족>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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