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안 할래
여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그 지역의 맛집이다.
평소 '맛집 아니면 죽음을'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행할 때 음식을 '맛있게' 먹는 건 중요하니까. 웬만하면 맛집을 검색해 꼼꼼히 후기를 비교해 보고 찾아가는 편이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선 맛집과 관련해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유명하다는 맛집에서 밥을 먹기 위해 무려 2시간 30분이나 웨이팅을 했다는 것.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게 왜 특별한 경험이야?' 할 수 있겠지만 나와 우리 가족에게는 아주아주 특별한 경험이다. 특정 맛집에서 먹기 위해 웨이팅을 한다? 우리에겐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왜 굳이? 다른 맛집 가면 되잖아.
그래서 나는 웨이팅이란 걸 해 본 적이 없다. 물론 10~20분 정도 기다리는 건 ok. 하지만 30분이 넘어가거나 혹은 1시간을 넘기면 무조건 나온다. 일단 너무 배고프고, 그냥 다음에 또 와보면 되니까. 그때도 많으면 그다음에. 또는 그다음에...
그래서 이번 2시간 30분 웨이팅은 나란 놈에게 있어 엄청나고 특별한 이벤트였다.
이 엄청나고 특별한 이벤트를 한 이유는 오로지 그 맛집을 가기 위해 여행길에 나섰기 때문이다. 우연히 TV에서 본 평양냉면 맛집. 오랜 치료로 입맛 없는 엄마가 유일하게 맛있게 잘 먹는 음식이 평양냉면이다. 그래서 유명하다는 평양냉면 맛집들을 다 찾아다니는 중이다. 그런데 그게 강화도에 있단다.
산과 바다가 있고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할 정도로 볼 것도 많은 강화. 그래, 겸사겸사 가보자.
그렇게 강화도에 도착해 본격 웨이팅이 시작됐다. 웨이팅을 걸어놓고 이곳저곳 구경을 시작했지만 혹시 또 늦게 도착해서 순서를 놓칠까 봐 눈에 들어오질 않네. 손톱 물어뜯으며 불안해하지 말고 그냥 근처에 가 있자, 결론에 이르러 식당으로 출발했다.
다들 눈치채셨을 거다. 괜한 걱정이었다는 걸. 앞 팀 줄어드는 속도는 토끼랑 경주하는 거북이보다 느리고, 내 차례는 언제 오나 함흥차사다.
기다리면서 여러 감정이 오가더라. '맛없기만 해 봐라', '뱃가죽이 붙을 정도로 기다렸으니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야',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등등.
그럼에도 기다린 건 기다린 시간에 대한 아까움, 도대체 여기가 뭐길래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가에 대한 궁금함 때문이었다.
2시간 30분 웨이팅 끝에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음식 나오기까지는 좀 걸리지만 그래도 괜찮아. 이쯤이야, 뭐.
그런데 음... 우리 입맛에 안 맞는다. 맛있긴 한데... 나는 여기보다 다른 곳이 더 맛있더라... 웨이팅 안 해도 먹을 수 있었던 그곳................................................ 내 2시간 30분.....................................
아무리 맛집이라 해도 그게 내 입맛에 맞으리란 보장은 없는 거다. 궁금하긴 하지만, 궁금해 죽을 만큼의 궁금증은 아니니까. 앞으로 웨이팅 같은 건 하지 말자.
그렇게 생애 첫 웨이팅은 생애 마지막 웨이팅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