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을 잃어버렸어요
그냥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길이 나 있길래요.
목적지는 '행복'이라는 나라입니다. 그 나라에 가기 위해 꽤나 오랜 시간을 걸어왔습니다. 집에서부터 여권도 챙겼고 입을 옷가지들도 몇 벌 챙겼고. 아, 가장 중요한 나침반도 당연히 챙겼습니다.
나침반이 없으면 길을 찾기 어렵습니다. 요즘은 다들 네비게이션을 사용하지만 '행복'이라는 나라로 가는 길은 아직 업데이트가 안 된 모양이더군요. 아무리 쳐도 나오질 않더라구요. 잠시 당황했지만, 행복의 나라로 먼저 출발한 이들이 알려주었습니다. 나침반만 있으면 길을 찾을 수 있다고요.
출발하고 얼마간은 나침반을 보며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했고, 저는 나침반만 따라 가면 되었습니다. 행복의 나라로 가는 길은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 꽤나 악명이 높기로 유명했던 터라 잔뜩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수월하던데요.
그런데 길 한가운데 놓여 있는 커다란 돌을 만난 이후부터 행복의 나라로 떠나는 저의 여정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돌은 쉽사리 길을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온힘을 다해 밀고 또 밀어도 굴러가지는 않고 그저 제자리에 박혀있더군요. 그 돌을 치울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굴리지 않고 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돌을 제 어깨에 지고 가야 다시 길을 떠날 수 있다고요.
어깨에 지기로 마음을 먹으니 커다란 돌이 수월하게 들렸습니다. 그러는 사이 전, 나침반을 잃어버렸죠. 그 돌 하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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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까지 그냥 길만 따라 걸었습니다. 길이 나 있는 대로. 갈림길을 만날 때엔 어떻게 했냐고요? 한동안 우두커니 서서 갈림길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디로든 가야 했기에 그저 발이 이끄는 대로 길을 떠났습니다. 때문에 전 지금 제가 서 있는 이 길이 행복의 나라로 가는 길인지 모릅니다.
솔직히, 행복의 나라를 찾을 수 있을지 자신 없습니다. 어깨에 지고 있는 돌은 점점 무거워지고, 갈림길은 가면 갈수록 더 많이 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움직이지 않을 순 없습니다. 그랬다간 영영 길 한가운데에서 미아 신세를 질 지도 모를 일입니다.
마침 만난 당신이 제게 답을 줄 수 있을까요? 저는 지금 행복의 나라로 가고 있습니다. 제가 맞게 가고 있는 건가요? 혹시 행복의 나라는 어떻게 해야 다다를 수 있는 건가요? 당신은 그 길을 알고 계신가요? 아니면 당신도 저처럼 행복의 나라로 가는 길을 찾아 헤매고 계신가요?
24년 12월 24일. 엄마의 투병 이후 행복이라는 것을 잃어버린 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