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으로, 보은으로
가끔 너무 지쳐서, 너무 힘들어서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싶을 때가 있다. 보통 그럴 때 우리는 여행을 떠나곤 한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며,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몇 날 며칠을 보내다 보면 리프레시가 되니까 말이다.
물론 내가 사는 곳, 내가 일하는 곳 외에 모든 곳은 늘 아름답기 마련이지만 오늘은 진짜 진짜 정화를 하고 싶을 때, 특히 안구정화를 하고 싶을 때 꼭 가보면 좋을 여행지를 소개해 드릴까 한다.
엄마와 나는 유튜브에서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찾아보는 편이다. 그중 우리 모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이 있었으니 바로 옥천에 위치한 부소담악이다. 그 경치가 너무나도 아름다워 언젠간 꼭 한 번 가보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이번이 바로 그날이었다.
부소담악은 물 위로 솟은 기암절벽이다. 하지만 원래 절벽은 아니었다고 한다. 본래 산이었으나 대청댐이 준공되면서 산 일부가 물에 잠기면서 물 위에 마치 병풍을 두른 듯한 풍경이 되었다고 한다. 부소담악의 화룡점정은 바위절벽 위에 놓인 조그마한 정자 추소정이다. 추소정에 오르면 높은 곳에서 대청호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날씨가 좋다면 금가루를 뿌려놓은 비단 물결을 만나볼 수 있다. 윤슬(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이 어찌나 눈이 부시던지 한참을 넋 놓고 바라봤더랬다. 꼭 한 번 이 절경을 마주하시길.
대청댐이 만든 대청호를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소는 수생식물학습원이다. 이곳은 2003년부터 5 가구의 주민들이 수생식물을 재배하고 번식, 보급하는 관경농업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후 2008년, 충청북도교육청에서 물을 사랑하고 지키며 자연을 보전하는 체험학습장으로 지정되어 운영 중이다.
수생식물학습원은 자연보호를 위해 사전예약으로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있으니, 방문 전 사전 예약은 필수다. 뿐만 아니라 일요일은 휴일이다. 만약 이곳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여러 컨디션들을 잘 체크하고 가시길 추천드린다.
이름처럼 수생식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물들이 모여 사는 정원 같은 이곳에선 사실 식물보다는 그 주변 경치에 눈이 가기 마련이다. 유럽을 온 것 같은 유럽풍의 건물들과 그 주위를 둘러싼 대청호의 절경은 힐링 그 자체다.
경치를 보고 있으니 사계절 이곳의 모습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겨울에 간 지금은 파아란 하늘과 이를 담아낸 파아란 대청호에 집중하고, 봄에는 아마도 산과 정원에 피어있는 꽃들에, 여름은 푸릇푸릇한 나무들에, 가을은 울긋불긋 단풍에 집중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결론은...! 봄에 또 갈 거야!
수생식물학습원에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교회당도 있다. 그런데 이름이 잘못되었다. 지금도 맞지만,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교회당'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고요한 이 공간에서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도 좋을 듯하다. 종교가 무엇이든 말이다.
옥천은 보은과 접해있다. 멀리 옥천까지 간 김에 보은도 둘러보기로 했다. 진정한 안구정화는 아름다운 경치만 본다고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주 희귀하고 귀한 보물을 보는 것도 안구정화이니까. 그래서 법주사로 향했다.
법주사는 속리산에 위치한 절로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되었다. 법주사의 별칭을 '보물창고'라고 붙여주고 싶을 만큼 법주사에는 국보와 보물로 가득하다. 우리 가족과 같이 국보, 보물에 '환장(?)'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들려야 하는 절이다.
대한민국 유일의 목탑인 팔상전을 비롯해서 아마도 학창 시절 국사책에서 봤을 법한 쌍사자석등까지 경내를 천천히 걷다 보면 불쑥불쑥 보물과 국보가 튀어나온다. 사실 멀리서부터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나 국보요', '나 보물이요' 하는 문화재들이 손짓하고 있으니 가보지 않을 수 없지.
국립공원에 지정됐을 만큼 산세가 좋은 속리산이 품고 있는 법주사는 국보, 보물 외에도 눈길을 끄는 것들이 많다. 법주사의 대웅전은 그 자체가 보물인데, 대웅전에 속한 이 원숭이상은 참으로 귀여웠다.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ㅎㅎ
국보와 보물에 감탄하고 원숭이상에 피식하며 법주사를 마음껏 담아가시길 바란다. 그러다 보면 몸도 마음도 정화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