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빛나는 밤_신디 언니에게

그림에 실어 보내는 편지 4. Jaisalmer, India.

by 초록풀잎

언니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잘 지내시죠? 지난번 나온 언니 책 재밌게 잘 읽었어요.


저는 가끔 언니를 처음 만났던 그곳, 그 게스트 하우스의 방이 생각나요. 여자 넷이서 밤새 맥주 마시며 수다 떨던 그날 밤의 그 방이요. 그때의 그 짧았던 시간이 오래도록 생생하게 기억나는 게 신기하기만 하지요.


자이살메르로 가는 기차 안에서 우리는 미리 검색해 온 자료를 들여다보며 우리가 가고 싶었던 게스트 하우스를 확인하고 있었어요. 인도 여행 선배들의 조언에 의하면 자이살메르 역에서 게스트하우스 호객이 심하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원하는 게스트 하우스를 잘 찾아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말자며 다짐을 하고 있었지요. 그때 한 인도인 청년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어요. ‘어디서 왔니?’, ‘이름이 뭐니?’ 기차 안에서 만나는 인도인들이 하는 흔한 질문이라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며 왔지요. 그리고 이야기를 다 마친 후 그는 우리에게 자신이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한다며 명함을 건넸어요. 우리는 내심 점찍어둔 숙소가 있었으니까 그 명함을 대수롭지 않게 보았지요.


그런데 자이살메르 기차역에 발을 내딛는 순간 정말 상상 이상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제히 우리를 둘러싸고 각자 자신의 호텔 이름을 외쳤어요. 정말 혼이 쏙 빠진다는 말은 그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요? 어찌나 정신이 쏙 빠지던지. 그 와중에 갑자기 기차 안에서 만난 그 청년이 우리에게 다가왔어요. 오토릭샤를 끌고 온 그 청년이 자기 호텔로 가자고 했지요. 우린 더 잴 것도 없이 그를 따라나섰어요. 그 정신 사나운 현장에서 탈출한 것만으로도 우린 너무 좋았답니다.


호텔은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옥상에 올라가면 맛있는 음식을 해주시는 식당이 하나 있었는데 그 식당 주방에는 말이 없고 조용한 할아버지가 요리를 해주셨지요. 그리고 그 옥상이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자이살메르 성이 한눈에 보인다는 것이었어요.


일단 호텔에 들어서니 편안하긴 했는데 문제는 다음 날 떠날 낙타 사파리가 걱정이었어요. 가이드북이나 인도 여행 카페에 낙타 사파리 때 성추행 등 문제가 일어날 수 있으니 꼭 남자 일행을 만들어 가라는 조언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말이 통하는 한국인 남자 일행이 생기지 않는다면 낙타 사파리를 포기해야 할까 고민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날! 혜성처럼 언니들이 나타났지요. 언니들이 우리랑 같은 일정으로 사파리에 같이 가기로 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그렇게 우리는 1박 2일 낙타 사파리를 떠나게 되었지요. 처음 낙타에 타던 그 순간이 생각나요. 다리를 접고 앉은 낙타에 올라탈 때는 별로 무섭지 않은데 낙타가 접은 다리를 펴고 일어서면 갑자기 시야가 확 높아져서 정말 아찔하더라고요. 낙타 등에 앉으면 콩닥콩닥 뛰는 낙타의 심장이 느껴졌어요. 동물이랑 그렇게 가까이에서 긴 시간 함께해본 게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낙타를 타고 걷다가 오아시스를 만나면 물도 먹고, 또 풀을 만나면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고. 쉬엄쉬엄 사막을 걷는 일은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한 번씩 낙타가 달리기 시작하면 엉덩이가 엄청 아팠지만 그래도 참 재밌었어요. 낙타 몰이꾼들이 사막에서 만들어주는 짜이와 짜파티는 또 어찌나 맛있던지요. 그곳에서만큼 맛있는 짜이는 먹어본 적이 없답니다.



4.인도자이살메르.jpg


그 날밤, 모닥불을 피워놓고 사막의 밤을 준비하는데 언니가 준비해온 폭죽을 꺼내었을 때 아이처럼 좋아하던 몰이꾼들의 얼굴이 생각나요. 깜깜한 사막의 밤하늘에 펑펑 터지는 폭죽이라니 이 보다 낭만적인 순간이 있을까요? 몰이꾼들에게도 저희에게도 그리고 유럽에서 온 친구들에게도 잊지 못할 밤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 밤, 저는 또 하나, 잊지 못할 하늘을 만났답니다. 텐트 안도 아닌, 야외에서 자는 게 너무 낯설어서 침낭을 얼굴까지 끌어 쓰고 잠이 들었었는데 답답해서였는지 새벽에 잠깐 눈이 떠졌어요. 머리를 덮은 침낭을 내리자 그때 내 눈앞에 펼쳐진 별 밭. 쏟아질 듯 가득 찬 그 별을 잊을 수가 없어요. 너무 아쉬운 건 그 순간을 오래도록 누리지 못하고 까무룩 또 잠이 들었던 거예요. 그래서 꿈에서 본 건지 실제로 본 건지 알 수 없는 그 순간이 꿈처럼 아득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사막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돌아오는 길에 끝없이 펼쳐진 사막 한가운데서 몰이꾼들이 식사를 준비해주었어요. 그곳에 앉아 밥을 기다리는데 바람이 불더라고요. 저 멀리 지평선 끝에는 꼭 바다가 펼쳐져 있을 것 같았어요. 바람 소리는 파도 소리 같았지요.


이보다 더 완벽한 1박 2일이 있을까요?


소심하고 걱정이 많았던 저희와 함께 여행해 주셔서 고마웠어요. 언니. 이 자리를 빌려 기차 안에서 우리에게 말을 걸어준 호텔 사장님께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그의 적극적인 호객행위 덕에 우리는 언니들을 만났고, 잊지 못할 1박 2일을 선물 받았으니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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