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놀아줘서 고마워_J오빠에게

그림에 실어 보내는 편지 6. Rio de Janeiro, Brazil.

by 초록풀잎


오빠 안녕~~ 잘 지내지?


난 요즘 인연이라는 게 진짜 있지 싶어. 이번에 남편의 두 번째 주재 발령으로 브라질에 왔잖아. 근데 여기에 이름과 나이가 똑같은 아이가 있는 거야. 근데 더 소름인 건 이 둘이 한국에서 같은 유치원에 다녔었대. 각자 아빠 회사도 다른 회사인데 비슷한 시기에 여기 발령 나서 같이 또 여전히 친구로 지내고 있는 거야. 신기하지?

또 우리 남편 회사 분은 대학교 때 경영학과 과 동아리를 했었는데 같은 동아리 선 후배를 이곳에서 두 명이나 만났대. 외대 포르투갈어과 출신들이 브라질 주재원으로 많이 나와 있는 건 이해가 되는데, 경영학과 출신들이 그것도 한 대학교의 한 동아리에 비슷한 시기에 있던 사람들끼리 비슷한 시기에 같은 곳으로 발령이 나다니! 이것도 너무 신기하지.


나는 지금도 지난 브라질 주재 때 오빠랑 2년을 꽉 채워 이곳 브라질에서 같이 지낸 게 너무 신기해. 20살 때 대학교 입학하면서 오빠를 처음 만났는데 오빠는 금방 5월에 입대했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처음으로 군대 가는 사람을 봐서 그때 내가 얼마나 열심히 편지 썼는지. 사실 오빠는 학교에서 인기가 제일 많은 사람이라 내가 그렇게 편지 안 써줘도 편지가 넘쳐났을 텐데 왜 그랬을까? 사실 같이 학교 다닌 건 3개월도 안 됐는데, 그 3개월이 정말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 그 후 우리의 인연은 다른 선배들과 함께 1년에 대여섯 번 꾸준히 만나는 인연으로 이어져 왔지.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그 세월들을 함께 지나온 그런 인연으로 말이야. 갑자기 나 결혼할 때 오빠가 써준 편지가 생각난다. 친동생 시집보내는 심정이라고 쓰여 있었던가? 하여튼 내가 결혼하는 게 많이 신기하고 어색한 것 같은 느낌이었지. 그렇게 우리가 알고 지낸 지 15년째 되던 그해. 2013년 나의 남편과 오빠는 똑같은 시기에 브라질 상파울루에 발령이 났지.


상파울루에 와서 처음 정착할 때 생각나? 오빠의 아내와 부동산 아줌마 만나서 같이 집도 보러 다니고, 브라질에서의 첫 외식도 함께 했었는데…...


지난 주재 때 나의 남편은 너무 바쁘고, 나의 딸은 너무 어렸어. 고작 8개월밖에 안 된 아기를 데리고 낯선 나라에서 산다는 건 어찌 보면 좀 외로운 일이었지. 그때 오빠 부부가 있어서 참 좋았어. 주말마다 밥 먹자고 해줘서 고마웠어. 낯선 외국에서 생일 때마다 같이 파티할 친구가 있어서 또 얼마나 좋았는지. 우리 딸 돌잔치 때도 유일한 손님으로 와서 사진도 많이 찍어주고 축하해줘서 정말 고마웠어.


우리 함께 여행했던 브라질의 도시들을 떠올려 보니 꽤 많더라.

Salvador(살바도르), Florianopolis(플로리아노폴리스), Iguazu(이과수 폭포), Parati(파라치), Rio de Janeiro(히우 지 자네이루).

우리 아기가 너무 어려서 사실 신혼부부였던 두 사람에게 폐를 끼치기도 했을 텐데 항상 우리 딸 예뻐해 주고 놀아줘서 참 고마워.

히우 공항을 기어다니던 그 시절 우리 아기




이번에 두 번째 주재를 와서 이전에 여행했던 곳에 대해 주변에서도 많이 묻고, 나도 다시 떠올려봐도 비행기를 타고 어느 공항으로 갔었는지, 호텔 이름이 뭐였는지, 우리가 갔던 곳이 땅덩어리가 어떻게 생겼었는지, 맛집이 어디쯤 있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 그저 좋은 것들을 보았고, 맛있는 것들을 먹었고, 멋진 풍경 앞에서 사진 찍은 기억만 있을 뿐.

이 모든 게 내가 여행을 계획하고 예약하지 않고, 따라가서 그런가 봐. 어린아이가 있는 나를 배려해준 오빠 부부가 짜준 완벽한 계획대로 따라만 가서 그랬나 봐. 나는 그 여행들이 참 좋았었는데 오빠 부부는 은근 스트레스받는 부분도 있었을 듯? 혹시 그런 게 있었다면 사과할게.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이번에 한국에 돌아가면 우리 좀 더 자주 만나자. 이곳 브라질에 있을 때처럼 일주일이 멀다고 함께 밥을 먹던 그 시절처럼 같이 밥 먹자. 오빠네 부부는 워낙 사교적인 성격이라 친구가 많지만 그래도 우리도 만나 주라. 그렇게 만나서 끝없이 펼쳐질 우리의 추억들을 이야기해보자.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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