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여행친구_딸에게

-그림에 실어 보내는 편지 9. Great Barrier Reef, 호주

by 초록풀잎

우리 딸!

너는 친구들이랑 ‘Best friend forever!’라며 서로 편지를 주고받지.

근데 그거 알아?

나의 베스트 프렌드는 너라는 거. 특히 너는 나의 최고의 여행 친구야.


아빠의 브라질 발령으로 너는 8개월 때 장장 30시간 비행을 해야 했어. 분유를 거부해서 오로지 모유만 먹던 너를 데리고, 이유식 거리를 들고 비행기를 탄 엄마는 모든 것이 불안했지. 네가 비행기에서 너무 울면 어쩌나, 모유를 먹여야 하는데 먹일 수 없는 상황이면 어쩌나, 비행기에서 기저귀 가는 건 좁아서 어떻게 하지. 혹시 비행기 타고 귀가 아프거나 하면 어쩌지.


그런데 놀랍게도 너는 비행시간 내내 잠도 자지 않고 잘 놀았지. 생글생글 웃으면서 울지도 않고 잘 놀아서 승무원 언니들의 사랑도 한 몸에 받았어. 잠만 잘 잤다면 더없이 완벽했겠지만 그래도 괜찮았어. 나는 30시간의 비행 중 채 5시간도 자지 못했지만 네가 울지 않고 잘 놀아줘서 참 고마웠단다.


우리가 브라질에 도착한 후 2년여의 시간 동안 우리는 참 많은 곳을 여행했어. 브라질 곳곳과 아르헨티나, 쿠바, 멕시코, 미국까지.

네가 너무 어린데, 기억도 못할 텐데 뭐 그렇게 여행을 다니느냐고 주변에서 그랬지만, 나는 사실 네가 기억하는 여행이길 바라지는 않았어. 그저 내가 가고 싶은 여행을 너와 함께 가는 거였지.


너는 아기였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힘들어하지 않았어. 네가 혹시 고산병에 걸릴까 봐 페루 마추픽추와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을 못 갔다는 게 좀 아쉬웠지. 내가 우유니 사막을 못 가는 게 너무 아쉬워서 비슷한 소금사막이 아르헨티나에 있다고 해서 찾아갔었잖아. 근데 소금사막이니 당연히 지대가 높을 텐데 그 생각을 못 하고 갔다가 우리는 해발 4000m에 노출되었지. 근데 너 괜찮더라. 오히려 아빠가 고산증세가 약간 와서 좀 힘들어했지만, 너랑 나는 괜찮았어. 역시 너는 나의 여행 친구야. 하하하


아르헨티나 칼라파테에 갔을 때는 한창 잘 놀던 네가 모레노 빙하 전망대에 도착한 순간 잠이 들어버렸어. 그 장관 앞에서 잠이 들어버릴 수 있는 세 살 아기. 나는 네가 그걸 못 보는 게 아쉬워서 깨울까도 생각했지만 차마 그러진 못했지. 덕분에 엄마 아빠는 그 장관을 오래도록 보고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있었단다.


참! 맞다. 너 쿠바 아바나에서 이층 버스 탈 때도 유모차에서 잠들었어. 말레콘의 장관이 펼쳐지는 그 버스에서 말이야.


네가 나와 함께 한 여행을 기억하기 시작한 건 6살 때 갔던 프랑스 여행이었어. 너는 책에서만 보던 에펠탑을 직접 본다며 열광했고, 센강 유람선을 탈 땐 반짝이는 에펠탑을 보며 행복해했지. ‘오르세 미술관’에서 모네의 그림을 알아보고는 반가워하기도 했고 말이야. 프랑스 시골의 옛 고성을 찾아갔을 때 거울의 방에서 아빠 손을 잡고 춤을 추던 너의 모습을 엄마는 기억해. 너는 혹시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온전히 여행의 순간들을 즐길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지 않겠니?

IMG_1879.JPG 너는 어디서나 춤을 추었지



2019년 네가 초등학교 1학년 되던 해에 떠났던 호주 여행은 우리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물해주었어. 엄마는 이 나이 먹도록 스노클링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거든. 신혼 때 태국 푸껫에서 스쿠버다이빙에 용감하게 도전했다가 너무 무서워서 계속 엄지를 치켜세웠던 기억이 있거든.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는 숨이 막히거나 물 밖으로 올라가고 싶을 때 엄지를 치켜세운단다) 그때 너무 무서웠던 경험 이후로 물에서 하는 액티비티는 해본 적이 없었어. 그래도 ‘Great Barrier Reef(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는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지. 그런데 어린 너를 어쩌나 하고 있었는데 마침 어린이도 할 수 있는 스노클링 체험이 있다고 해서 너와 내가 함께 도전했어. 가이드의 인도에 따라 보트를 잡고 스노클링을 착용하고 숨을 쉬며 물고기를 보는 체험이었는데 8살의 너는 의연하게 그 체험을 잘 해냈지. 네가 그곳에서 잘 놀아준 덕분에 엄마도 그날 오랜 시간 그 아름다운 바다를 헤엄쳐 다니며 물고기와 눈을 맞추는 잊지 못할 체험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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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 이후 우리 가족의 모든 여행에서 제일 강한 체력과, 용감한 도전정신과 훌륭한 수영 실력을 뽐내고 있지.

최근 브라질 ‘Bonito(보니뚜)‘여행에서 엄마, 아빠는 강을 헤엄쳐가느라 지쳐서 힘들어할 때 유유히 즐기면서 헤엄치던 네 모습이 정말 멋져 보였어.


나의 최고의 여행 친구 우리 딸!

앞으로 함께 할 많은 여행이 기대된다. 우리 세계 곳곳을 누리자.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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