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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풀잎 Aug 09. 2018

나의 일상은 충분히 가치 있다  

책 - 김슬기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리뷰 


인연이란게 참 신기하다.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인연도 인연이지만 요즘엔 온라인을 통해 만나게 되는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이 책과 나와의 만남이 그랬다.

경단녀이자 육아맘이자 전업주부로 살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1차적으로 스스로 자신을 한심하게 보며 자괴감에 빠지는 것에서 오고, 
2차적으로는 주변에서 왜 일을 하지 않느냐는 (왜 이렇게 한심하게 놀고 먹냐)는 질문을 받을 때 온다. 

일을 하지 않는 이유는 경단이 되었기 때문에 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고, 막상 본격적으로 예전처럼 일을 하려고 하면 아이 하원 시간 등 여러가지 걸리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이를 낳고 100일 쯤 되었을 때 무작정 뛰어 나갔어야했는데...
여하튼 주변에서 왜 일을 하지 않느냐고 해서 일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하면 다들 나에게 독서지도사를 해보지 그러냐고 권한다. 
그래서 나는 다들 말하는 '한우리 독서지도사'를 검색했고 그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한 엄마의 블로그를 구독하게 됐다. 그리고 그 엄마가 올린 글에서 '온라인 책읽기'에 참여하고 있다는 글을 봤고, 그 온라인 책읽기를 운영하는 엄마의 블로그를 구독하게 된 것.
인연은 이렇게 이어져 나는 온라인 책읽기를 운영하는 '나무와 열매'님의 첫 책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이 
참으로 나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었다.



나는 돈벌이가 되는 나의 일을 지금 하지 못하고 있다(가끔 하는 알바를 제외하고)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 집안일+ 육아를 해야할텐데 나는 또 이 쪽에 재능이 없다. 집안일은 나름 열심히 하는데도 시간과 노력에 비해 티가 안나는데다 금새 어지럽혀지기 때문에 의욕도 별로 안 생긴다. 아이와 남편에게 제 때 식사를 제공하긴 하지만 썩 잘하는 요리도 없고, 요리에 취미도 없다. 정갈한 반찬을 여러가지 맛깔스럽게 차려내는 아이 친구 엄마를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세상은 전업주부라면 남편과 아이에게 헌신해야하고 집안일과 육아를 최선을 다해 해야한다고 말한다. 나 또한 그런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돈벌이를 못하면 집안일과 육아를 잘 해야하는데 스스로 그렇지 못함에 죄책감이 드는 것이다. 그런 나의 고민을 이 책에서 속시원히 이야기 해주었다. 



엄마는 이래야 한다는 명령과 죄책감, 수치심과 불안, 두려움은 쓰레기통에 버리겠다. 내가 할 수 없는 것 때문에 나를 비난 하는 대신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을 칭찬하겠다. 세상의 잣대가 만들어낸 내 모습 안에 숨어 있는 진짜 내 모습, 반짝이는 줄도 몰랐던 나의 조각을 찾아 어루만지겠다. 세상이 강요하는 틀에 갇혀 내가 나를 공격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사람, 다른 그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친절하고 자상한 사람,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람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나는 이제 그런 사람으로 살겠다. 52 p

나는 이제 그런 사람으로 살겠다.
나를 공격하지 않고 내 장점을 찾아 스스로 나를 격려하며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내가 되겠다. 


전업주부가 되고 나서 나는 내가 쓰는 시간에 대한 강박에 시달렸다. 아니 지금도 시달리고 있다. 아무런 성과(돈이 되는 것)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죄책감. 
일을 할 때는 바쁜 와중 틈 내어 보는 영화 한편, 소설 책 한 권, 그리고 운동과 자기개발을 위한 학원 수강 등이 모두 다 좋았는데, 돈을 벌지 못하는 나에게 이 모든 것은 '사치'가 된다. 
그래서 영화 한 편 마음 편히 보기가 힘들다. 이것은 누가 뭐라고 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의 자책인데 그게 너무 스트레스가 됐다.

해도 해도 티가 나지 않는 집안일을 하다보면 속절없는 허무함에 휩싸인다. 거기서 벗어나고자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쓰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좌절감이 찾아온다. 매일 반복되는 모든 일과가 무가치하게 느껴질 때, 나는 아무 힘도 조금의 쓸모도 없는 존재라는 생각에 한 없이 우울해질때, 한 권의 책이 나를 위로했다. 아무 성과도, 어떤 결과도, 한 푼의 돈벌이도 없는 너의 하루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라고. 106p

아무 성과도 없는 나의 하루가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이라는 위로. 
내게 정말 필요했던 위로..



나도 이 책의 저자 김슬기 님처럼 
무언가 내가 쓰는 시간에 대한 결과물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난 후, 영화를 보고 난 후, 여행 다녀온 후 리뷰를 쓰고 싶었다. 
그런데 집안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그 일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으므로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았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시간관리는 내게 참 어려운 과제다. 

그것은 마감이 없고 정해진 일정이 없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렇게 결과물을 내놓은 사람들의 시간 관리가 궁금했다. 


나를 위한 시간은 저절로 생기지 않았다. 나는 책을 읽는 '일'을 위해 다른 일을 버렸다. 시작은 청소 안 하고 더럽게 살기, '깨끗'과 '깔끔'에 대한 집착으로 사라지는 하루 1시간을 확보하기.
....
오늘 닦아도 내일 또 더러워질 바닥을 문지르는 대신 책을 읽는다. 74p

정말 명쾌한 해답.

어차피 더러워질 바닥을 문지르는 대신 책을 읽었다는 슬기님. ㅎㅎ

내 삶에서 우선 순위를 정하고 
시간을 배분해야겠다.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스스로 마감을 정하고 내가 하고 싶은 그 일들을 
진짜 '일'로 여기며 그 일에 가치를 부여하자. 
그렇게 가치있고 행복한 하루 하루를 만들자.





#책리뷰 #아이가잠들면서재로숨었다 #김슬기 #웨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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