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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풀잎 Oct 04. 2018

인도가 그리워지는 시 한 편

김소연 시인 <눈물이라는 뼈> 중에서 

독서모임에서 선생님이 정해준 시집 김소연 <눈물이라는 뼈>를 읽었다.

시는 워낙에 집중해서 읽어야 하므로 왠만하면 잘 안 읽게 된다.
너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독서모임 때문에 읽게 됐는데 
시를, 읽기 쉬운 시와 어려운 시로 나눌 수 있다면 그 최고봉에 있는 시집이었다.

선생님께서 모두들 한 편 씩 이라도 마음에 와 닿는 시를 골라오라고 하셔서
열심히 '글자'를 읽어가던 중 너무 쉽게 읽힌, 좋은 시를 발견했다.

인도의 바라나시 풍경을 묘사한 시였는데
안 가본 사람은 이해할 수 없게 지명이나 용어 설명도 하나 없었다.
모임에 가서 이 시를 나눴더니 '바라나시'가 뭐에요? 라고 묻는 분도 계셨고, 

나는 가트, 뿌자, 등등의 용어를 설명해줬다. 선생님께서 낯선 내용의 시를 설명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

이 어려운 시집을 함께 한편씩 나눠 읽으니 훨씬 집중해서 보게 되고 조금은 이해도 됐다.
집에 와서 다시 읽으려니 함께 읽은 시 외에는 다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게 매한가지.
이래서 독토가 중요한가보다.

내게는 쉽게 왔던, 그리고 내게 인도를  다시 한 번 그리게 해 준 시 두 편을 소개한다



바라나시가 운다 

                      김소연

차이가 식는다
람 난 사트헤 - 
장례 행렬이 지나가고 
나는 비킬 곳 없는 길을 비킨다

가트로 내려가며
치맛자락으로 똥물을 쓸어내리는 
푸자 파는 아가씨의 느린 발걸음

잠자리가 나는 모양을 바라보니
하늘에도 오솔길이 있지 싶다

바라나시가 운다
강물이 등을 부풀린다
바람이 식는다
람 난 사트헤 - 

시체 하나에 해골 하나 
해골 하나에 폭음 한 번 
갠지스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고독을 욕망하느라 분주하고 
아무것도 안 하느라 정신이 없다

오늘은 스물일곱 구 
잼 잼 사트헤 - 
나는 그 수를 센다

잠자리가 장대 끝에 
요가 자세로 앉아 
제 꼬리를 야곰야곰 먹고 있다

타다 만 시체를 뜯어 먹는 
개들의 포식
람 난 사트헤 - 
식다 만 짜파티를 뜯어 먹는 
우리들의 점심 





로컬버스 
    -- 비카네르에서 자이살메르까지 

                  김소연 

버스를 한번 타고 내릴 때마다 
환생을 나는 하고 있다

몸 안 깊은 동굴에 머물던 짐승들이
한 마리씩 앞 정류장에서 먼저들 내리고 
나는 한 정류장을 꼭 더 가게 된다

먼저 내린 짐승 하나가 
꾸덕꾸덕 고개를 구부리며 길 없는 언덕으로 사라질 때마다
태양은 칠흑을 천천히 지워버린다
알현을 끝낸 신하처럼 어둠은 
뒤로 걸어 허리를 숙인 채 공손히 사라진다
세워둔 배낭처럼 나는 허술하게 
잠도 없고 세수도 없이 먼지 옷만을 차려입고 
버스 속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므로 나는 
사막 한가운데의 바오밥나무거나 
머리에 물 양동이를 이고 집으로 가는 불가촉천민이거나 
땅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코브라거나 
잠시 빛 뒤로 숨는 별 하나다 

운전사가 버스를 세워놓고 갓길에서 노닥거릴 때 
귀가 간지러워 새끼손가락을 귓구멍에 넣느라 
이번 생도 잠시 걸음을 멈춘다 




#시집 #김소연 #눈물이라는뼈#바라나시#인도여행#인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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