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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풀잎 Jun 05. 2019

내게 온 문장 [배제의 언어 vs 관용의 언어]

김다은 <혼밥 생활자의 책장>


지난 2013년 멕시코 칸쿤을 여행하기 위해 호텔을 알아볼 때였다.

당시 18개월 이던 아기를 데리고 갈 예정이었는데 호텔을 검색하다 낯선 문구가 눈에 띄었다.      

‘adult only'


호텔이 엄청 좋아보였는데 김샜다. 이런 경우도 있구나.

좀 당황했지만 아이가 있으면 얼마나 부산스러워지는지 알기 때문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 이전보다 훨씬 주변 사람들을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 8개월 때 비행기를 타게 되었었는데 아이가 울면 어쩌나, 사람들이 싫어하겠지, 별의별 고민이 다 되었다. 갓난 애기를 데리고 식당을 가는 것도 힘들었다. 아이가 울기라도 하면 식당 밖에 데리고 나가 한참을 달래고 돌아와야 했다. 그럴 때마다 외식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며 한탄하곤 했었다.

아이가 좀 자라서는 더하다. 아이들은 장소 불문하고 대체로 시끄럽게 뛰어다니고 소란스럽기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곳에 가긴 더욱 힘들어진다.


그런 생각을 하면 ‘adult only'가 이해는 된다.

고급 호텔에서 비싼 비용을 지불한 ’어른‘들은 조용히 그 시간과 장소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 그렇지만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에 나이로 사람을 구분지어 출입을 불허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도 카페, 펜션 등등 많은 곳에서 ‘노키즈존’을 만난다.

 그런 곳을 만날 때마다 좀 당황스럽지만 ‘치사하네. 안 가면 그만이지’ 라는 생각으로 지나쳐왔다.


그런데 이번에 김다은pd의 <혼밥 생활자의 책장>에서 이 문장을 만났다.      

더불어 김다은pd는 이런 배제의 언어가 익숙해지면 어린이 뿐 아니라 장애인, 고령자, 여성 등으로 그 대상이 확대될 것을 우려한다.

그런 상상을 하니 ‘노키즈존’이라는 것이 문득 무서워졌다.

반대와 배제의 힘으로 인해 단순히 ‘시끄러워서’, ‘어른들만의 조용한 공간이 필요해서’라는 이유로 설명할 수 없는 무서운 일들이 일어 날 수 있겠구나.

그저 ‘안 가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구나.


여럿이 함께 사는 세상.

부디 관용의 언어가 더 힘이 센 세상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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