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우리 셋째 가져볼까?

by 첫둘셋

“우리 셋째 가져볼까?”


이 말은 놀랍게도 토끼 같은 아들들을 이미 둘이나 키우고 있는 나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불과 1년 전 10억을 줘도 셋째는 낳지 않겠다고 말하던, 매일 같이 퇴근하는 남편을 부여잡고 이렇게는 못살겠다며 눈물바람을 하던, 나는 이미 둘째를 낳아버렸지만 너희들은 이번 생에 애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라고 친구들에게 외동 예찬론을 펼치던, 그랬던 나의 입에서 믿기지 않게도 이런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 그 길고 힘들던 시기를 고새 잊어버린 것인지, 이제 살만 하니 힘들었던 과거가 어찌어찌 미화되어 ‘힘들지만 이겨낼 만한 가치가 있는 시기’ 정도로 타협이 된 것인지 나조차도 알다가도 모르겠다.


벌써 40개월, 20개월이 된 두 아들들은 하루 종일 지들끼리 잘 논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를 ‘으어어어’, ‘크아아앙’ 따위의 공룡 울음소리를 내며 자기들끼리 엎치락뒤치락하기도 하고, 어린이집에서 배운 동요를 신나게 부르며-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둘째는 신기하게도 박자를 맞춰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비슷한 발음으로 추임새를 넣는다-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대부분은 시끄럽지만 가끔은 조용히 퍼즐 맞추기를 하기도 한다. 험난했던 시기가 지나가고 나니 둘은 정말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내 온몸과 마음을 순도 100%의 뿌듯함과 행복함으로 채워주고 있다. 첫째가 어느 정도 자기 앞가림을 시작하고 둘째가 ‘귀여운 강아지’에서 ‘말이 통하는 귀여운 강아지’로 레벨업을 하고 나니 나도 모르게 이런 귀여움에 내 삶을 또다시 팔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 모양이다.


사실 내새끼의 귀여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하다 지칠 때면 나도 모르게 사진첩을 뒤적거리며 최근 찍은 제일 예쁜 사진을 찾아보는데, 나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한 장이면 신기하게도 힘이 나고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빵실 빵실한 두 볼은 또 어떤가! 이 볼따구가 보통은 그냥 말랑말랑하고 촉촉하지만 표정에 따라서는 더 통통해지기도 하는데, 그 순간 아이의 볼에 내 얼굴을 부비적 대면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휴대폰 배터리 무선 충전하듯 내 안에 뭔가 말할 수 없이 좋은 기운이 사르르르 하고 차오르는 게 느껴진다. 꽤 말을 잘하는 첫째는 늘 질투 반, 애교 반을 섞어 “내가 엄마 좋아해~”라며 나를 향한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안기는데, 그때마다 나의 첫사랑은 이 아이임을 확인하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간절하고 진실하게 나를 원하고, 사랑하는 일이 일어나다니! 게다가 잘생기고, 귀엽고, 똑똑한 남자가! 그래, 날 가져라! 엄마들은 모두 이런 착각 속에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이 글은 이들의 귀여움을 기록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귀여움에 홀려 내 몸과 내 삶을 더 이상 내어줄 수 없기에, 잠시 잊었던 둘째 육아의 어려움을 기억해내기 위해 쓰는 글이다. 내게는 너무 벅차고 힘든 기억이었던 둘째 육아,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때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을 것이다. 기록하지 않는다면 깜빡 잊고 셋째를 갖게 돼 버릴 만큼, 요즘 우리 아가들은 너무너무 귀엽기 때문이다. 내 삶에 이런 행복이 또다시 있을까 싶은 지금 이때, 이 시기를 조심해야 한다.


<오늘의 두줄>

예전에 아이 셋은 ‘미친 건가, 미련한 건가, 아니면 부자인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확실한 행복을 좀 더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사람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난 더 이상 선택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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