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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NL 사람들 Jul 31. 2023

나의 꿈, 나의 길

정치외교학부 심성하

에디터: 임재영, 박서현


   새로운 시작을 할 때면 기대 반, 걱정 반의 감정이 든다고 한다. 대학교에 막 입학해 20대의 시작을 맞이한 우리들 또한 그렇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일상을 경험하며 새내기의 설렘을 만끽하고 있지만, 새로운 고민거리들도 생겨났다. 어떻게 보람찬 대학 생활을 보낼 수 있을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고 싶은지 등. 그동안은 정답을 찾아 쉼 없이 달려왔다면, 이제는 정해진 답이 없는 자기만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할 때이다.



   여기 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20살 심성하 군은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고 있다고 한다. 이번 인터뷰에서 다양한 경험으로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앞으로의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을 공유해 주었다. 심성하 군의 이야기는 나름의 답을 찾아가고 있는 청춘들에게 공감과 에너지를 준다.




안녕하세요, 오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LnL 7A반에 소속되어 있는 정치외교학부 23학번 심성하입니다.


대학교 첫 학기에 선택한 수업은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이번 학기에 어떤 수업을 듣고 있나요?

제가 학점을 남겨 놓는 걸 싫어해서 꽉꽉 채워 듣고 있는데요. 가장 좋아하는 수업으로는 중급 프랑스어, 법과 가치, 불확실성의 수학적 이해가 있습니다.


불확실성의 수학적 이해라... 어떤 수업인가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 수업은 수학을 문과적으로 이야기하는 강의예요. 통계 같은 것을 인류가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고 통제하는지에 대해 교수님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십니다. 원래 수학에 관심이 많아서 재밌게 듣고 있어요.


정치외교학부에 다니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어떻게 이 전공을 선택하였나요?

저는 원래 수학이나 법을 좋아했어요. 법학의 경우 맥락적인 해석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논리적으로 정답을 내고 일정 정도의 규칙 내에서 논의하는 게 굉장히 재밌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 쪽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오히려 반대로 정답이 없는 질문에 대해 고민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러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 정치학이라고 느꼈고, 실제로 정치학을 하면서 정답이 없는 여러 정치적 문제에 대해 친구들과 얘기할 기회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향했던 것 같습니다.


답이 없는 질문에 대해 논의하는 걸 좋아하시는군요.

네, 또 저는 정치학의 본질이 공존에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공존의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싶어진 것도 있습니다.


정치학이 공존에 관련된 학문이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사람들 개개인으로서는 이 환경에서 살아가기에 미미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모여서 살 수 밖에 없었잖아요. 모여 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공동체 내부의 규칙을 정해야 했고요. 규칙을 집행하거나 제정하는 권력의 분배가 필요했기 때문에 정치학이라는 학문이 등장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러한 측면에서 정치학이 본질적으로 우리 사회의 공존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정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벌써 1학기가 끝나가는데, 대학 생활의 목표라고 할 만한 것이 있을까요?

저는 한 세 가지 목표 정도를 잡았는데요. 일단 첫 번째는 제 진로를 명확하게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 생각하는 진로만 해도 굉장히 많거든요.(웃음) 저는 헌법재판관도 해보고 싶고, 해외에서 할 수 있는 외교관이나 여행 가이드, 통번역 일도 해보고 싶어요. 또 책을 쓰거나 교수, 학자 같은 걸 해보고 싶기도 하고, 배우 쪽의 일도 해보고 싶단 말이에요. 현실적으로 이런 것들을 전부 다 할 수 없으니까 어떤 것들을 어떤 시기에 할지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배우라니, 특이한데요. 어떻게 그런 꿈을 가지게 되셨나요?

저는 원래 드라마를 보는 걸 좋아했어요. 드라마를 보면 그곳에 가지 않아도 그곳에 있는 것 같고, 실제로 경험해 보지 못한 것도 경험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특히 드라마 속 캐릭터들이 느끼는 감정을 같이 느끼는 게 좋아서 그걸 더 생생하게 느끼고 사람들에게도 전달해 주고 싶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스토리나 영상미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눈에 들어오고, 저 감정을 어떻게 저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저 대사를 왜 저렇게 읽었을까 같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배우의 꿈을 가지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배우라는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이 다양한 직업이나 인간상을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다양한 자극을 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도 배우라는 직업이 저에게 잘 맞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 이유라니 납득이 가네요. 그렇다면 두 번째 목표는 무엇인가요?

두 번째는 내가 이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서의 비전이나 신념을 구체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저는 신념 있는 삶이 되게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지금은 이룬 것이 없다 하더라도, 내가 신념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그 자체가 굉장히 아름다운 것 같고 때로는 그게 제가 살아갈 이유가 되더라고요.

앞으로 어떤 신념을 가지고 살아갈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은지에 대해 더 구체적인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신념 있는 삶이 아름답다고 말씀하셨는데, 언제부터 신념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게 되셨나요? 특별한 계 기가 있나요?

고등학교에서 다양한 신념을 가진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난 게 강한 자극이 된 것 같아요. 쇠퇴해 가는 시민성과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되살리고자 노력하시는 선생님도 계셨고, 여성주의나 소수자 인권 신장에 관심을 가진 친구, 글쓰기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친구, 물리를 좋아해서 하루 종일 물리 얘기만 하는 친구 등 되게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하나의 목표나 꿈, 이상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을 보며 인생의 이정표가 되어줄 신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본 그런 사람들은 굳건하고 행복해 보였거든요.


그런 계기가 있으셨군요. 마지막으로 대학 생활의 세 번째 목표는 무엇인가요?

마지막은 조금 상투적일 수도 있는데, 제 자신을 알고 부족함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 요. 아직까지도 저는 저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뭐고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을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그걸 위해서 다양한 경험들을 했으면 좋겠고 제 부족한 모습에 대해 받아들이는 태도도 배웠으면 좋겠어요.


부족함을 받아들이는 방법 말씀이신가요.

서울대에 다니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다들 자신에게 가혹한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완벽을 추구하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것 말이에요. 그 태도 자체는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자신의 부족함을 못 받아들일 정도가 되면 내가 너무 힘들어진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특히 성인이 되고 나서 ‘아, 내가 할 수 없는 게 많구나’라는 걸 느껴요. 그걸 깨닫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성인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대학에 다니면서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많이 깨닫고, 넘을 수 없는 벽들을 부딪혀 보면서 나의 부족함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에 들어오기 전에는 부족함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이었나요?

부족함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환경이었고 그러다 보니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완전히 실패해 본 경험이 없다 보니 머릿속으로는 부족한 것을 알아도 진심으로 그것을 인정하지 못해 왔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는 고등학교도 원하는 고등학교로 진학했고 대학교도 제가 원하는 학교를 왔으니까요. 그 과정 동안 수많은 선택들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거의 제가 원하는 대로 됐단 말이죠. 나의 부족함을 느끼는 계기들이 별로 없었다 보니, 자꾸 주변의 기대가 쌓이고 나 스스로도 기대하게 되고, 그런 것들이 모여서 이렇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또 완벽해져야 한다는 강박 자체가 스스로 살아가고 싶다는 욕망과 결부된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내가 완벽해지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기댈 수밖에 없고, 저는 그런 의존적인 상황들이 싫었었거든요. 사실 인간 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기대야 하는 상황들이 있죠. 그것이 누군가가 없으면 내 삶이 지탱이 안 될 정도의 문제가 되면 심각하게 되겠지만, 어느 정도의 서로 기대면서 살아가는 것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대학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나의 한계를 느끼면서 그런 것들을 조금 채워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대학에 온 이후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혔던 경험이 있었나요?

그렇다기엔 제가 아직 1학년이라... (웃음) 사실 이건 대학 입시를 하면서 깨달았어요. 입시를 하다 보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저는 그럴 경우에 제가 너무 실망하게 될 것 같았어요. 완벽해지려는 성향 자체가 나를 실패에 너무 연약한 존재로 만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실패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그리고 실패로부터 나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죠.

   

  지금까지 인터뷰를 하며 생각이 깊은 분이라는 게 느껴졌는데요. 혹시 이런 성향을 갖도록 영향을 준 사람이 있나요? 롤모델로 삼은 사람이라거나.

저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새로운 롤모델을 꾸며서 대답을 했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롤모델’이라는 개념과 안 맞는 사람인 것 같아요. 누군가가 이룬 성취가 내가 원하는 성취이면 그게 부럽긴 해요. 근데 그 사람의 인생이 부럽지는 않아요. 저 사람의 인생도 멋지고 빛나고, 그 인생에 감동을 받을 때도 있지만 내 인생이 그와 같기를 바라진 않아요. 나는 내 인생을 살기를 바라고, 실패를 하더라도 내가 나로 산다는 것 자체에 자부심을 느끼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래서 롤모델을 딱히 상정하고 살지 않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본인의 삶에 자부심을 느끼나요?

저는 다양한 것을 경험하며 활동적으로 살아가는 제 자신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껴요. 저는 한 가지 일에 꽂히면 계속하는 타입인데, 그 일들이 좀 많아야 해요. 성향 자체가 새로운 자극을 받는 것을 좋아해서 계속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것을 배워야 하는 것 같아요. 한 가지 일을 하면서 평생을 바치기 힘든 사람인 거죠. 특히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접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 것들로부터 큰 희열을 얻고 삶에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문화 관련해서 말인데, 중학교 2학년 때 뉴질랜드로 한 달 정도 어학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어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때 되게 다양한 문화를 배웠거든요. 그 나라 문화를 몰라서 일어난 일이 있었는데, 뉴질랜드는 밤에 어린애가 혼자 길가에 돌아다니면 부모가 처벌을 받는대요. 그걸 몰랐던 저는 어느 날 저녁에 진라면이 너무 먹고 싶은 거예요. 근데 마켓이 있는 상업 지구가 조금 떨어져 있었어요. 마켓 가는 날이 아니라 안된다길래 저는 너무 절망에 빠져서 길을 무작정 걸었어요. 한 30분 걸으니까 시장이 나오는 거예요. 거기서 진라면을 사서 돌아오는데 제가 없어진 걸 알고 집에서 크게 놀랐던 적이 있었죠. (웃음) 그래서 뉴질랜드에서는 이러면 안 되는구나 하고 알게 됐습니다. 이런 해프닝도 있고, 다양한 문화를 알아가는 건 항상 재미있는 것 같아요.

저는 다양한 문화의 다양한 사람들이랑 대화하는 걸 되게 좋아해요. 그리고 저는 언어 자체가 그 나라의 특성이나 문화 혹은 민족성 같은 걸 반영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실제로 한국어나 일본어, 중국어로 얘기할 때랑 영어로 얘기할 때랑 프랑스로 얘기할 때 다 느낌이 달라요. 모든 언어를 잘하진 못하지만 각 언어만의 방식이 굉장히 흥미로워서, 그 나라 언어로 그 나라 사람과 얘기하는 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해외에 나가는 직업을 하고 싶은 이유도 그거예요.


   다양한 언어에도 관심이 많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언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특별히 관심 있는 언어가 있나요?

 그리고 저는 특히 프랑스어를 좋아해요. 프랑스어의 발음이 굉장히 매력적이거든요. 특이한 발음들이 재밌고 다른 유럽 언어들이 그렇듯 조금 복잡해서 퍼즐 풀듯이 알아가는 맛이 있더라고요. 알베르 카뮈나 사르트르 쪽의 실존주의 철학이나 루소처럼 정치철학 분야에도 프랑스인들이 많아서, 프랑스 자체에 대한 관심도 큰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본인을 표현할 수 있는 한 단어를 꼽자면?

음 되게 다양한 답들이 있는데 지금 딱 떠오르는 건 웃음이에요. 저는 되게 웃음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저도 모르게 자꾸 웃어요. 뭔가 스스로도 웃으면서 기뻐지고, 그렇게 리액션을 해주면 상대도 기뻐서 더 많이 얘기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다 같이 있으면 남들은 안 웃는데 저만 웃어요. (웃음) 다른 사람이 반응을 안 해줄 때도요. 저는 그게 억지로 웃어주는 게 아니라 진짜 재밌어서 웃는 거거든요. 그렇게 웃으면 저도 그 자리도 너무 행복해져요. 웃음이 많아서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남들에게 그런 걸 나눠줄 수 있어서 저의 좋은 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네. 성하 군만의 쾌활한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 대학 생활하는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해보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긴 시간 동안 답변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심성하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23학번.

LNL 7A 반의 구성원.

토론 동아리 ‘AFPLA’와 헌법 학회 ‘컨버스’에서 활동 중이다.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정치외교학부 학생회, 일치반 학생회에 소속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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