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과 변효진
에디터: 이준혁, 우정윤
현재 지리학과에 재학 중인 3A반 조교 변효진. 그는 지리학과 밴드부 ‘기장’, 여성 댄스 동아리 ‘고어헤드’, 학술 연극 동아리 ‘모의유엔’, 교환학생 교류단체 ‘스누버디’ 등 많은 단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올해 여름에는 ‘스누인’ 프로그램을 통해 파리에 갈 예정이고, 내년에는 교환학생을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행지에서 뮤직비디오를 찍기도 하는 그는 공간과 사람을 모험하는, 진정 ‘재밌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런 그에게도 모험이란 쉬운 것은 아니다. 스스로가 그려놓은 경계 밖의 공간에서 낯선 이들과 교류하는 것에는 두려움 또한 따르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넓은 세상과 그 속의 사람들을 탐험하는 것을 가로막지만, 햇살을 가리는 구름처럼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이로부터 자유롭기란 쉽지 않다. 다양한 경험이 어우러져 그려지는 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모험과 함께 수반되는 두려움을 헤쳐 나갈 용기를 준다.
“제가 겉으로는 이렇게 얘기해도 세이프 존이 되게 작은 사람이거든요. 세이프 존의 반경이 너무 작은 사람이라서 가면 엄청난 고난들과 역경들이 많이 있을 텐데 그거를 헤쳐 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어려움을 견뎌내는 것도 교환 학생 과정의 일부가 아닐까 싶어요.”
먼저 자기소개 한번 해 주실 수 있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지리학과 21학번 변효진입니다. 지금 LnL에서 3A반 재학생 조교를 맡 고 있어요.”
지리학과라니, 어떻게 진학하게 되셨나요.
“제가 특정 학문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지리학과에 진학하진 않았습니다. 저는 현장 답사나 직접 가서 보고 듣고 즐기는 거를 매우 좋아하는데, 지리학이 답사를 다니고 직접 현장에서 공부하는 학문으로 알고 있어요. 그 현장성이 되게 마음에 들어서 지리학과에 가게 됐습니 다.”
지리학과를 가신 동기를 보니 답사나 체험을 좋아하시군요. 그런 활동을 하며 어떨 때 희열을 느끼는지,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을까요.
“답사를 가면 책 같은 자료, 혹은 데이터로 볼 수 없는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가 있는데요. 일례로 이건 진짜 따끈따끈한 답사인데, 제가 최근에 따릉이를 주제로 조사를 하고 있어서 따릉이를 많이 타는 여의도나 강남에 가서 인터뷰를 했어요. 사람들이 따릉이를 타고 지나 가는데 거기서 “인터뷰 한번 해주세요.”하면서 붙잡고 질문을 했죠. 여의도 같은 곳에서는 사람들이 그래도 잘 응답을 해주셨는데 강남 같은 곳은 아무래도 길거리 홍보 문화가 많다 보니까 사람들이 저를 엄청 경계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인터뷰를 하기에 정말 힘들었고, 거절도 엄청 많이 당했는데, 그럼에도 응답해 주시는 분이 계시고, 그걸 통해서 또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을 때 정말 뿌듯함을 많이 느낍니다.”
현재 교환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스누버디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활동하며 스스로가 느꼈을 때 바뀐 점이 있나요.
“일단 저는 외국이랑 국제사회에 대해 전반적으로 관심이 많았는데, 외국인 친구들은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 스누버디를 통해 처음으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게 됐는데, 영어로 소통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불안감이 되게 컸어요. ‘내가 잘못 말하면 어쩌지?’ 이런 두려 움이 많았었는데 말을 하다 보며 ‘틀려도 괜찮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고 자신감도 많이 생긴 것 같아요. 그리고 외국 친구들이랑 얘기를 많이 하다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데에 거침없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떤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라도 의견은 의견일 뿐이고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한 평판이나 평가가 달라지지 않는 것을 보고, 의견을 자유롭고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태도를 배웠던 것 같아요.”
스누버디, 답사 등 많은 활동을 열심히 하고 계신데, 1년 후에는 무엇을 하고 계실 것 같나요?
“1년 후에 저는 제 인생의 목표였던 교환 학생을 가려고 하는데요. 아마도 미국으로 가서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제 관심 분야도 공부하면서 미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교환 학생을 그렇게 인생의 큰 목표 중 하나로 삼은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일단 한국이 되게 좁다는 생각을 옛날부터 오랫동안 해왔어요. 해외여행을 다니며 넓은 세상을 볼 때마다 제가 배우고 깨닫고 느끼는 게 정말 많았고 제가 얼마나 작은 사람인지를 좀 느낄 수 있는 기회였어요. 국제사회에 대해 폭넓게 보고 싶어서 교환 학생을 가고 싶은 것 같습니다.”
교환 학생을 가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새로운 생각을 접할 수 있어 설레기도, 한편은 걱정되기도 하겠어요.
“걱정 많죠. 현실적인 걱정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거니까 지금 아르바이트랑 장학금 등등을 알아보면서 비용을 열심히 충당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겉으로는 이렇게 얘기해도 세이프 존이 되게 작은 사람이거든요. 세이프 존의 반경이 너무 작은 사람이라서 가면 엄청난 고난들과 역경들이 많이 있을 텐데 그거를 헤쳐 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어려움을 견뎌내는 것도 교환 학생 과정의 일부가 아닐까 싶어요.”
스누버디, 교환 학생 같이 국제사회와 교류하는 활동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나중에 국제사회에 진출해서 봉사하거나 일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저는 너무 국제사회에서 일을 하고 싶어요. 일단 환경 쪽에 관심이 있어서 글로벌 환경 경영이라는 연합 전공을 하고 있고, 나중에 환경단체나 관련 유엔 기관들 혹은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스누버디를 하면서 공공외교 쪽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공공외교라 하면 민간 차원에서 일어나는 외교를 이야기를 하는 데요.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고 세계를 우리나라에 알리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 공공외교, 아니면 국제환경 분야에서 아마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여태까지 말씀해 주신 것을 보면 인간관계를 되게 중시하시는 것 같은데, 본인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고 싶나요.
“(웃음) 저는, 이거 좀 웃긴 얘기인데, 재밌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떤 사람이 나를 봤을 때 ‘쟤는 되게 재밌게 산다.’라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제가 삶에 있어서 재미없는 건 잘 못하겠더라고요. 잘 못하고, 하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되게 재밌는 걸 찾아다니는 사람인데,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제가 노잼인 인간이라서 그런 재밌는 사람으로 비치고 싶은지. 아무튼 재밌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가본 나라나 장소 중에서 가장 재밌다고 느낀 장소나 그런 공간이 있었나요?
“저는 대만에 갔을 때가 제일 재밌었는데요. 저는 원래 J형 인간이라서 여행할 때 되게 빡빡하게 스케줄을 미리 짜놓고 오차 없이 행동하는 걸 좋아해요. 근데 대만에 갔을 때는 여유로운 일정 덕에 계획하지 않았던 일들을 좀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계획에 없는 새로운 걸 해보기도 하고, 버스를 잘못 타서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아니면 갔던 곳에 너무 좋아서 또 가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즉흥적으로 많이 활동을 했었어요. 하나 기억 남는 게, 어떤 장소에 갔는데 그 장소가 너무 예쁜 거예요. 제가 춤추는 거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거기서 즉석에서 춤을 추고 영상을 편집해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는데, 너무 추억이 되고 재밌었던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항상 이렇게 인간관계, 재미 이런 가치들을 삶의 어떤 중심 모토로 삼았는지, 만약 아니었다면 바뀌게 된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 이렇게 인간관계를 크게 중요하게 여겼던 사람은 아니었어요. 학창 시절에는 공부가 전부라고 생각하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 보니, 아무래도 친구들이랑 보내는 시간이나 인간관계는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거든요. 근데 제가 고등학교 아마 2학년 때쯤에 김경일 교수님의 <지혜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읽었었어요. 그 책에서 하는 말이 ‘아무리 네가 열심히 하고 노력했다고 해서 나중에 그렇게 해서 성공했을 때 너 주위에 너를 축하해 주고 응원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건 진짜 성공한 게 맞을까?’ 이런 비슷한 구문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말을 듣고 ‘그렇구나, 내가 이렇게 공부 혼자 해봤자 남는 것은 사람들일 텐데, 내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이렇게 공부하는 게 무슨 의미지’라는 생각이 되게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그 책을 읽고부터 인간관계에서 오는 행복을 조금 찾으려고 많이 노력을 했죠.”
교환 학생 가시는 것도 그렇고, 컴포트 존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그럴 때 또 지칠 때도 있지 않나요.
“그럴 때 많죠. 저는 그게 너무 심해요.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집에 오고, 계속 자책하고, 뭔가 실수한 것 같아서 엄청 힘들어하고. 그런 경우가 되게 많은데, 저는 일단 잠을 자면 거의 풀리는 성격인 것 같고요. 제가 악기를 다루는 걸 되게 좋아해서 피아노 치거나 아니면 바이올린 연주를 하거나, 아까 말씀드렸듯이 춤추는 걸 좋아해서 춤을 추면서 좀 스트레스를 많이 푸는 편이에요.”
춤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관심이 많으시군요. 다른 사람과 함께 공연한 경험도 있나요.
“얘기할 게 많은데, 지리학과 밴드부 기장도 했었고, 지금은 사회대 소속 댄스 동아리 고어헤드에서 춤을 추고 있어요.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한 적도 있고요. 그렇게 여러 단체에서 속하면서 특히 지리학과에서 밴드부 기장을 1년 동안 활동한 게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그때 친구들이 활동이 거의 끝나갈 때쯤 ‘올해 너무 활동이 재밌었다’, ‘누나 덕분에 언니 덕분에 이렇게 된 것 같아서 너무 고맙고 그동안 수고 많았다’, 이렇게 얘기 해주는데 너무 뭉클하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고마웠고, 제가 기장을 하고 난 후에 부원이 거의 두 배로 늘었다는 점을 아주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리학과 여러분 사랑해 요. (웃음)”
책이나 음악, 영화 같은 인생 작품 하나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제 인생 작품으로 꼽는 영화가 있는데, <라라랜드>라는 영화예요. LA를 배경으로 하는 음악 로맨스인데, 안에 들어있는 노래도 너무 좋고 그리고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도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또 제가 그 영화가 나오고 한 달 안에 LA에 방문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영화에 나왔던 그 장소들을 가보는데 진짜 너무 낭만적이고 이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제가 교환 학생도 LA 쪽으로 가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오랫동안 고민을 해보다가 ‘내가 이제 내 드림시티인 LA에 1년 동안 살면 혹시나 좀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혹시 그 환상이 깨지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교환 학생은 다른 곳으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는지, 자신만의 키워드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윤(인터뷰어)이가 봤을 땐 어떤 사람 같아요?”
긍정적이고, 솔직한 사람?
“진짜요? 어떤 점에서요?”
인터뷰를 하며 삶에 긍정적이고, 자신의 이야기에 진심을 담는다고 느꼈어요.
“그 말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떤 한 가지 일을 하더라도, 어떤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라도 ‘대충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진심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되게 강해요. 그래서 진심을 보여주고 싶은 제 자신이라고 하겠습니다.”
사람들과 함께해서 행복했던 순간, 있나요?
“제가 행복했다고 느꼈던 순간은요, ‘진짜 행복이 별거 아니다’라고 느껴진 순간이었는데, 제가 스누버디 하면서였어요. 서울대입구에 놀이터가 있는데, 스누버디 친구들과 함께 거기서 밤에 음료수 하나씩 과자 하나씩 들고 앉아서 되게 시시콜콜한 얘기들 하는데 너무 행복한 거예요. 그 순간이 친구들이랑 같이 있고 나에게 아무 걱정이 없고, 이렇게 시간과 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서 그때 ‘행복하다, 행복하다’ 이렇게 많이 말을 했던 것 같아요.”
대만여행을 갔다 오며 즉흥적인 여행의 매력도 느끼셨다고 하는데, 요즘은 즉흥적인 여행과 계획적인 여행 중 어느 것을 선호하시나요.
“제가 이제는 조금 믹스가 된 것 같아요. 이번에 제가 여름방학에 파리를 가게 되었어요. 스누 인 더 월드, 학교에서 방학 때 외국에 보내주는 프로그램인데, 저는 파리에 가게 되어 서 파리에서 삼 주 동안 있고 이제 앞뒤로 한 주씩, 한 달 동안 유럽에 있을 예정인데요. 계획을 짜고 있는데, 이게 어쩔 수 없는 본성인가 봐요. 10분 단위로 계획을 짜게 되는데, 중요한 거는 제 마음이 바뀌었어요. 계획은 짜지만 흐트러져도 속상해하지 않는다. ‘흐트러질 수도 있지 뭐’, ‘바뀔 수도 있지 뭐’, 이런 식으로 조금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것 같아요. 또 제가 이곳에 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에서는 좀 길게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계획해 놓는 편입니다. 스누인, 여러분 이거 꼭 해보세요.”
마지막 한 마디만 해주실 수 있나요.
LnL 여러분, 다 1학년이시잖아요. 1학년이니까 하고 싶은 거, 재밌는 거 많이 하시고, 이 서울대학교 들어온 사람들 얼마나 다 공부 잘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여기 왔어. 공부 많이 해왔겠지만 1학년만큼은 조금 쉬세요. 스스로가 못하는 것 같고,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잘하니까 내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수도 있거든요. 그런 거 생각하지 마시고, 1학년 때는 다 괜찮으니까 즐기세요. 재밌는 거 많이 하시고 1학년 새내기의 마음으로 2학기도 재밌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떤 한 가지 일을 하더라도, 어떤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라도 ‘대충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진심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되게 강해요.”
두려움과 싸워 온 그의 이야기는 “그럴 수 있지” 라는 말을 우리에게 전하는 것 같다. “내가 세운 계획이 흐트러질 수도 있지.”, “외국인이랑 대화하는데 영어 좀 틀릴 수도 있지.” 불확실성이 안개처럼 시야를 가려 넘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다. 안개 속에서 진심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되, 넘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훌훌 털어 일어나는 것. 그가 삶을 대하는 자세다. 혼란스럽고 역동적인 대학교, 한국, 나아가 세계 속으로, 알을 깨며 나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가 아닐까.
변효진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21학번.
LNL 3A 반 재학생 멘토이자 전 지리학과 밴드부 기장.
여성 댄스 동아리 ‘고어헤드’, 학술 연극 동아리 ‘모의 유엔’, 교환학생 교류 단체 ‘ 스누버디’ 등에서 활동하고있다.
서울대학교 국제 교류 프로그램 ‘스누 인 더 월드’를 통해 프랑스 파리로 향할 예정.